▲ 지난 2월 14일 열린 ‘재오사랑’ 서울강남지회발대식. | ||
정치인 팬클럽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박근혜 전 대표의 팬클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크게 일조한 ‘노사모’보다 이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cafe.daum.net/ parkgunhye)라는 말이 더 귀에 익을 정도다. ‘박사모’가 ‘노사모’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 박사모 정광용 대표는 “노사모는 맹목적이었지만 우리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안세력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박사모가 회원 수 5만 명이 넘는 거대한 집단이기 때문일까. 때때로 박근혜 전 대표와 ‘다른’ 정치색을 띠는 것도 팬클럽 활동 중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박사모’가 4·29 재·보선에서 경주에 출마한 ‘친박’ 후보인 무소속 정수성 후보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직접 유세에 나서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와는 차별화된 활동이다.
또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지원한 반면 박사모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지원하면서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당시 ‘박사모’는 회원들의 투표로 이회창 후보 지원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때 투표에서 80%가 넘는 이들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자는 의견을 냈다는 것.
이에 대해 정광용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50% 넘어갔다면 독선과 독재를 했을 것이다. 이를 말리고 싶었기 때문에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며 “우리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을 두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는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사모’의 활동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표 측도 어느 정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팬클럽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박사모는 5만여 명이 모인 집단이다. 그러다 보니까 때때로 다른 목소리를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유권자 5만 명이 모인 집단에게 입을 닫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인기 있는’ 정치인인 박근혜 전 대표의 팬클럽은 ‘박사모’ 외에도 ‘호박넷’ ‘근혜사랑’ ‘근혜동산’ ‘박애단’ ‘박근혜 서포터’ 등 여러 개가 있으며 회원 수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또 ‘박사모’란 호칭이 워낙 유명세를 타고 있는 탓에 일부 박사모 탈퇴 회원들은 이 명칭을 흉내내 ‘OO박사모’ ‘박사모 OOOO’ 등의 ‘짝퉁 팬클럽 사이트’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고.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팬클럽 ‘재오사랑’(www.jolove.net)은 이 전 의원의 귀국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 지난 2월 팬클럽 회원들과 대룡산을 함께 오른 손학규 전 지사. | ||
외국생활 중이던 이 전 의원의 근황은 대부분 팬클럽 홈페이지를 통해 전해졌을 정도. 귀국을 앞두고 한 달여 동안 했던 미국 횡단 여행 일지와 사진도 팬클럽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공개됐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과 더불어 ‘재오사랑’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내의‘공식직함’이 없는 이 전 의원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만들기 위해선 팬클럽을 통한 세 확산이 우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최근 ‘재오사랑’의 각 지부 발대식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월 4일 자신의 64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재오사랑’ 회원들과 인터넷 화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언론과 거리두기를 하던 이 전 의원이었지만 팬클럽과는 끊임없이 교류를 해오며 정치복귀를 준비해오고 있었던 것.
하지만 ‘재오사랑’ 측은 순수한 팬클럽 활동에 머무를 뿐 정치적 목소리는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사모’의 활동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그러나 정치인의 팬클럽이 ‘정치적’ 색채를 완전히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이재오 전 의원이 ‘친이’의 대표격 주자인 만큼 ‘재오사랑’ 역시 박근혜 전 대표와‘박사모’에 대한‘견제 역할’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재오사랑'의 황현대 회장은 지난 2월 초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비판성’발언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황 회장은 당시 “(박 전 대표의) 알듯 모를 듯한 선문답식 발언이 국민들이 볼 때 굉장히 혼란스럽다. …정치는 인기만으로 하는 게 아닌데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오 의원의 복귀와 함께 ‘박사모’와 ‘재오사랑’의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된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팬클럽 ‘MJ21’(www.mj21. org)도 대표적인 정치인 팬클럽 사이트다.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창립된 ‘박사모’와 ‘재오사랑’에 비해 다소 늦은 2006년에 창립되었으나 전국적 조직을 갖춘 팬클럽으로 급성장한 곳이다.
‘MJ21’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정 최고위원의 팬클럽인 ‘몽사모’가 있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축구붐’으로 인해 축구협회장을 지낸 정 최고위원의 인기도 급상승하며 월드컵이 끝난 직후 ‘몽사모’가 결성됐던 것. 이 ‘몽사모’가 시발점이 되어 ‘MJ21’이 만들어졌다.
▲ 2007년 박근혜 전 대표의 55번째 생일을 함께 축하해 준 박사모 회원들. 국회사진기자단 | ||
다만 아쉬운 점은 다른 정치인 팬클럽 사이트에 비해 ‘비회원’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는 볼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어 아쉬움을 준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창사랑'(www.changsarang. com)도 창립된 지 7년째를 맞는 대표적인 정치인 팬클럽 중 하나다.‘창사랑’도 한때는 회원 수 5만 명을 넘기는 거대한 조직이었지만 요즘은 회원 수도 줄어들고 방문객이 뜸한 상황.
그러나 정치인과 희비를 함께 나누며 동고동락해온 팬클럽을 꼽자면 단연 ‘창사랑’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창사랑’ 회원들은 이회창 총재의 2002년과 2007년 두 번의 대선 도전과 실패를 지켜봐왔고,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패하자 한 회원은 한나라당 옥상에서 투신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총재가 정계를 떠나 있던 동안에는 가두시위 등을 하며 정계복귀를 촉구했는가 하면, 지난 대선 때는 이 총재의 대선출마를 설득하기 위해 팬클럽의 지도부가 컨테이너 박스를 만들어놓고 삭발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 총재를 다시금 정치판으로 복귀시킨 ‘근원’이 바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회창 총재와 함께 동고동락해왔기 때문인지, 다른 정치인 팬클럽에 비해 회원들의 나이도 40~50대에서부터 70대 이상의 노년층까지 다소 고령임에도 몸으로 나서는 ‘적극성’만큼은 여느 정치인들의 팬클럽 못지않다.
‘창사랑’의 온라인 사이트는 2002년에 개설됐지만 팬클럽이 모임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경부터라고 한다. 대구 지역의 몇몇 회원들의 모임이 시작이 되어 활동하다가 2001년 즈음 서울에서 활동하던 이회창 총재의 팬들과 통합하게 된 것. ‘창사랑’은 초창기부터 회원수가 5만 명을 넘길 정도로 ‘명성’이 대단했다고 한다.
과연 ‘창사랑’은 이회창 총재의 차기 대선 도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창사랑’의 초창기부터 활동해왔던 정해은 회장은 “다음 대선에는 지난 대선 때보다 더 격한 행동을 해서라도 총재님을 설득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팬클럽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www.dy1219.net)이 창립된 것은 2007년 1월. ‘순수한 자발적 지지모임’임을 표방하고 있는 ‘정통들’은 17대 대선 당시 회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탄탄하고 조직적인 팬클럽이다.
‘정통들’이 결성되기 전에는 이미 지난 2000년 ‘정사모’(정동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결성돼 활동해 왔었다. 정동영 전 장관의 공식팬클럽의 이름이 ‘정통들’로 바뀌면서 이제 옛 이름 ‘정사모’는 개그맨 정형돈을 사랑하는 모임의 공식팬카페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정통들’의 초창기 멤버 중엔 2002년 노사모 출신 인사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온라인 활동의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정 전 장관이 정치무대를 떠남과 동시에 활동이 다소 뜸했던 ‘정통들’은 최근 전면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 22일 정 전 장관의 귀국장에는 1500명이 넘는 팬들이 환영인사를 나갔고, 분위기를 새롭게 하기 위해 정동영 전 장관의 공식홈페이지(www.cdy21.net)도 개편했다고 한다. ‘정통들’은 무엇보다도 4·29 재·보선 출마를 선언한 정 전 장관을 견제하려는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이들은 홈페이지에 ‘비상 상황입니다. 정동영 죽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참지 맙시다’라는 창을 띄워놓고 팬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순탄하지 않은 정치 인생을 걷고 있는 정동영 전 장관에게 팬클럽은 고비 때마다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계 일부 의원들이 ‘탈당 및 신당창당’을 주장해 ‘분당설’이 제기되었을 당시에도 정 전 장관은 ‘정통들’ 회원과 함께 속리산을 올라 ‘당내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결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팬클럽 ‘손에 손잡고’ 역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손에 손잡고’는 지난해 1월 ‘2012 어깨동무 산악회’ ‘100인 결사대’ 등의 손학규 지지모임을 하나로 통합해 연합체 ‘학규마을’(cafe.daum.net/ hqtow)로 이름을 정하고 정례 모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계를 떠나 있는 손 전 지사의 상황을 감안해 ‘떠들썩한’ 활동 대신 조용한 지지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인 이윤영 씨와 함께 춘천에 머물고 있는 손 전 지사는 근래 들어 정치적 활동이나 발언은 삼간 채 농사를 직접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집 근처의 대룡산을 자주 오르는 것도 그의 주요한 일과 중 하나. 지난 2월 팬클럽 회원들도 손 전 지사를 찾아가 대룡산을 함께 오르기도 했다. 팬클럽 사이트에는 한 회원이 ‘정상의 기온은 영하 9~10도는 넘는 듯하다.
냉수마찰 중이신 손학규님이십니다. 한 몸매 하십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손대장 몰카’라는 제목의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여의도를 떠나 정치권과는 멀어진 손 전 지사지만 팬들과는 변함없는 교류를 나누고 있는 셈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