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건평 씨를 가리켜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촌부”라고 했다.
지난해 말 건평 씨가 박연차 사건으로 구속됐을 당시만 해도 권력과 이권을 탐하는 주변 인사들이 순박한 촌부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동정론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건평 씨가 자금중개 역할 등 각종 선거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건평 씨의 진짜 얼굴 및 역할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평 씨는 2004년 경남지사 재·보선 때 박 회장에게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장인태 전 차관을 도와달라고 부탁해 장 전 차관에게 8억 원을 전달하는가 하면 2005년 4월 김해갑 국회의원 재·보선 때도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정욱 씨에게 박 회장의 돈 5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2004년 총선과 2005년 재선거 과정에서는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김해갑)에게 탈당과 열린우리당 입당을 제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검찰 주변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경남지역에 부임한 기관장들이 앞 다퉈 건평 씨에게 인사를 갔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봉하대군’ ‘경남 대통령’이란 호칭에 걸맞게 권력의 단맛을 향유한 셈이다. 건평 씨는 또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공공연히 국세청 간부들 이름을 거론해 국세청 고위 인사에 개입하는 등 참여정부 고위층 인사 과정에서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각종 이권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건평 씨가 참여정부 인사 및 선거에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봉하대군’의 실체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다.
또 건평 씨를 단순한 ‘시골 촌부’로 치부했던 노 전 대통령이 형의 이중 행보를 진짜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했는지 여부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