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박근혜 전 대표 | ||
‘박연차 리스트’가 폭발하면서 수사 대상도 전·현직 정치인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법원과 사정기관 간부,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현역 정치인을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3월 26일 전격 구속되는가 하면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27일 검찰에 소환됐고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28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민주당 최철국 의원과 한나라당 허태열 권경석 의원 등도 검찰 소환을 통보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의원 외에 현역 의원들이 추가로 사법처리될 경우 여야를 망라한 정치 지형에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연차발 정치권 빅뱅’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심상찮은 부패고리 척결 의지도 정치권 빅뱅설을 부추기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을 넘어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초대형 뇌관으로 진화하고 있는 ‘박연차발 정치권 빅뱅’ 속으로 들어가 봤다.“4월은 잔인한 달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박연차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던진 일성이다. 이 부장이 공언한 대로 여의도 정치권에는 때늦은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있다.
3월 19일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구속을 신호탄으로 사정몰이를 본격화한 검찰의 사정 칼날은 송은복 전 김해시장,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박정규 전 민정수석에 이어 현역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까지 구속하는 거침없는 사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또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서갑원 민주당 의원을 전격 소환조사를 벌인 뒤 이어서 4월 국회 전까지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현역 의원은 민주당 최철국 의원, 한나라당 허태열 권경석 의원, K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전직 의원 중에는 언론에 실명이 공개된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혁규 전 경남지사, 권철현 주일대사, J 전 의원 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박 회장의 진해 땅 고도제한 완화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김태호 현 경남지사는 3월 26일 해당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와 담당 기자를 검찰에 고소하는 등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검찰 수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박연차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전·현직 정치인들 외에 드러나지 않은 유력 정치인도 상당수에 달한다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박 회장이 정치인과 지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살포한 정황에 미뤄 베일에 가려진 거물급 등 유력 인사들이 검찰의 사정몰이에 걸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4월 국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현역 의원 수사에 총력전을 펼친 뒤 4월 이후에는 전직 의원들을 비롯한 정·관계 사정기관 기업인 등을 겨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검찰발 사정한파’가 4월 재·보선은 물론 신춘정국을 뒤흔드는 초대형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박연차발 정가 빅뱅’이 도래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를 망라한 마당발 인맥을 자랑하는 박 회장의 광범위한 금품 살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박 회장의 연고지인 PK(부산 경남) 정가는 그야말로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또 친노그룹 핵심인 이광재·서갑원 의원 등이 박연차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친노 진영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됐고, 민주당 내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PK 정가 주변에서는 ‘이 지역 큰손으로 통했던 박 회장과 돈 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실세가 아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 지역 정치인과 유력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박 회장의 금품 살포가 그만큼 무차별적이었고 광범위했음을 방증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박연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인사들 중 대부분(이정욱 송은복 장인태 박정규)은 PK 출신이거나 이 지역을 연고로 정치 활동 및 관료 생활을 해왔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김태호 현 지사, 박관용 전 의장, 권철현 주일대사,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 허태열 권경석 의원, 한나라당 중진 K 의원과 J 전 의원 등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력 정치인들도 대부분 PK 인사들이다.
이미 구속된 인사들 외에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이 지역 유력 인사들이 추가로 사법처리될 경우 PK 정가는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오랜 세월 이 지역 실세로 군림해 온 거물급이 걸려들 경우 PK 정가는 그야말로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나라당의 텃밭인 PK 지역 맹주자리를 놓고 친이계(친 이명박 대통령)와 친박계(친 박근혜 전 대표)가 보이지 않은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칼날 방향에 따라 당내 계파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처지는 더욱 심각하다. ‘박연차발 정가 빅뱅’ 소용돌이에 직접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속된 이광재 의원과 검찰의 소환 요구를 받은 서갑원 의원은 친노그룹 핵심이자 당권파인 386 세력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현 민주당 내 역학구도는 정세균 대표를 정점으로 한 신주류와 정동영 전 장관과 김근태 전 의장 등을 매개로 한 구주류, 당권파인 친노그룹과 386세력, 구 민주계, 중도파 등으로 분류돼 있다. 친노그룹과 386 세력이 주요 당직을 맡으면서 신주류 측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들 세력의 입지 약화는 정 대표 체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386 정치인 대표주자인 김민석 최고위원이 정치자금 문제로 유죄판결을 받은 데다 안희정 최고위원마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에 이어 원내 수석부대표인 서 의원이 사법처리될 경우 민주당은 또다시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의원은 구속되기 전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의원직 사퇴 및 정계 은퇴를 시사한 바 있다. 특히 정동영 전 장관의 공천 문제로 신-구 주류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박연차발 후폭풍이 가세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과 맞물려 당내 역학구도 및 권력지형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친노그룹은 몰락 위기에 직면해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건평 씨)과 후원자(박연차 정화삼)에 이어 관료그룹(박정규 장인태)과 386 핵심 실세(이광재) 등 이른바 ‘노의 남자들’이 ‘줄구속’되면서 친노그룹의 정치적 입지가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남은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386 핵심 측근인 안희정 최고위, 서갑원·최철국 의원을 비롯한 또 다른 친노그룹 실세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사정당국 일각에서는 박연차 사건의 최종 타깃은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한나라당 핵심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안상수 의원은 3월 25일 한 방송 프로에 출연해 “박연차 씨가 노무현 정권의 실세 아니냐.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이 범죄가 된다면 전직 대통령이라도 처벌을 받는 게 법치주의 이념에 부합된다”고 압박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3월 26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역대 정권을 보더라도 전직 대통령들의 부패 고리는 조사의 대상이 됐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의 심상찮은, 부패고리 척결 의지도 정치권 빅뱅설을 부추기고 있다. ‘대운하 전도사’로 불렸던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속된 배경에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부패고리를 척결해 새 판을 짜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투영돼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여권 인사를 희생하더라도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사정정국을 주도해 과거 정권의 부패함을 만천하에 알리는 동시에 정치개혁과 이명박식 국정드라이브에 가속도를 내려 한다는 것이다.‘박연차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여권 인사들 대부분이 TK(대구 경북) 지역이 아닌 PK 지역에 몰려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의 사정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PK 지역 실세인 친박계 인사 몇 명을 사정 대상에 포함시켜 여권내 주도권을 친이계에 확실히 쥐어주는 동시에 ‘편파·기획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야권의 주장도 잠재우는 일석 다조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여의도 정치권을 뒤덮고 있는 ‘박연차발 정치권 빅뱅’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거센 비바람과 폭풍우를 동반한 박연차발 사정태풍에 정치권이 초긴장 모드로 빠져들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