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 두 살 난 아들을 방치해 굶어 죽게 만든 시마무라 메구미. | ||
지난 3월 15일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 한 여성이 두 살 난 아들을 방치하여 굶어죽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녀의 이름은 시마무라 메구미(29).
그녀에게는 여섯 살짜리 장남과 두 살짜리 쌍둥이 남매가 있었으며, 이번 사건으로 숨진 아기는 쌍둥이 남매 중 한 명이었다. 아기의 시체는 2층의 거실에서 이불에 둘둘 말린 채 발견됐다.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지만 오랫동안 굶은 듯 위에는 전혀 내용물이 없었고, 목욕은커녕 오랫동안 기저귀도 갈지 않아 꼬질꼬질하고 냄새가 나는 상태였다.
사건 현장은 그 지방에서 손꼽히는 부자로 알려진 지방 유지의 대저택이었다. 한눈에 봐도 요새처럼 웅장한 이 저택은 시마무라의 외조부모 소유로 1000㎡가 넘는 땅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졌으며 방도 20개가 넘는다. 3세대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현관문을 따로 낸 게 특징이다. 이 저택의 추정 가격은 약 7억 엔(약 67억 원).
시마무라의 외조부모도 저택에 함께 살고 있었지만 사건 당시에는 병원에 입원하여 집을 비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시마무라는 이혼녀로 쌍둥이의 아버지인 내연의 남자가 있지만 그 또한 지방에서 따로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외조모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것조차 몰랐다”고 대답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외조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던 시마무라가 3월 초 혼자 살겠다며 저택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아파트를 얻어 나갔기 때문이다. 외조부모는 당연히 시마무라가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나갔을 것이라고 추측했을 뿐 설마 아이들을 남겨둔 채 정말로 ‘혼자’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말이 한 집일 뿐 너무 큰 집이라 바로 위층에서 증손자가 굶어 죽어가고 있는 것도 몰랐던 것이다.
시마무라가 아이들을 보기 위해 저택으로 돌아온 것은 집을 나간 지 열흘이 지난 3월 13일의 일이었다. 당시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쌍둥이 딸을 발견해 병원에 입원시키고 장남도 데리고 나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쌍둥이 아들은 저택에 남겨뒀다. 그 후 아버지에게 “어쩌면 아기가 죽었을지도 모르겠다”며 저택에 가서 아들의 상태를 살펴보도록 연락을 했고, 아기는 다음날 외조부에 의해 죽은 채 발견됐다.
▲ 약 67억 원에 달하는 시마무라 저택. | ||
사실 이 대저택의 아이들이 방치된 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은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 10월, 이번에 숨진 쌍둥이 아들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 측에서 “오랫동안 씻기지 않은 것 같다”며 아동상담소에 연락을 했다. 아동상담소 직원이 다섯 번도 넘게 저택으로 찾아갔지만 시마무라의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문전에서 되돌아오곤 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들이 밤새도록 우는 소리에 아동 학대를 염려한 주민들이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경찰 역시 물증이 없어 출동만 했을 뿐 집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결국 쌍둥이 아들이 죽고 딸은 병원에 입원하고서야 그녀의 방탕한 생활은 경찰 체포와 함께 끝이 났다.
시마무라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의 식사를 챙겨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책임이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육아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육아를 하지도 않은 그녀가 어떻게 육아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지는 의문이지만 그녀의 가족사를 아는 지인에 따르면 성장 배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마무라의 어머니는 학교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다른 형제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가사도 전혀 돌보지 않아 아침부터 동네 카페에서 식사를 시켜 자식들을 먹이곤 했다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어렸을 때부터 사업으로 바쁜 부모(시마무라와 함께 살던 조부모) 때문에 유모의 손에 자랐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어린 아들이 죽도록 방치한 책임을 ‘육아 노이로제’라는 한마디로 회피할 수는 없지 않을까.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