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아키하바라의 번화가에서 무차별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을 때 현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보행자용 육교에서는 카메라폰으로 처참한 광경을 찍고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거나 전화로 실황을 중계하는 젊은이들로 웅성거렸다.
이들 사이에서는 “굉장한 구경을 하고 있어!” “피도 찍힌 것 같아. 금방 보낼게“ “(사람들이) 쓰러져 있어. 블로그에 올릴까?”와 같은 대화가 숨가쁘게 오고 갔다.
바로 밑에서는 ‘피바다’가 펼쳐지고 있었지만 육교 위의 젊은이들은 충격을 받거나 동요하는 모습 없이 태연하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는 36세의 한 회사원은 “냉정하게 마치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구경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도쿄대학 대학원의 니시가키 도오루 교수(정보학, 미디어론)는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가 유행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1인 미디어 시대’의 젊은이들은 재미없고 평범한 현실보다는 가상공간에서의 자신의 모습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현실감각이 무뎌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타인의 슬픔이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나에게만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다른 것은 상관없다”는 식의 방관자 의식 덕분(?)에 끔찍한 범행을 목격하면서도 태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게임 보듯’ 전화로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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