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이 대표의 당선이 ‘비주류의 판정승’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동안 당을 이끌면서 명실상부한 주류세력 좌장으로 자리매김한 정 대표에게는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정동영 복당’ 문제와 관련해 찬성 쪽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 의원은 더 없는 우군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가동한 대망론에도 탄력이 붙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피 말렸던 4·29 재보선 전쟁에 이어 원내대표 경선 전쟁을 치른 정 대표와 정 의원의 엇갈린 명암과 아직 끝나지 않은 ‘정의 전쟁’ 속으로 들어가 봤다.
5월 15일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주류-비주류 간의 당권 전쟁과 맞물려 정 대표와 정 의원의 대리전 구도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의 견제 속에 호시탐탐 재기를 노렸던 비주류 측 후보인 이 대표가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원내대표 경선은 현역 의원만 투표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가 전체 ‘당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내 사령탑이 갖는 권한과 역할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비주류의 반란’이란 수식어가 결코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 18대 총선을 거치면서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정세균-원혜영’(1기 원내대표) 투톱체제를 구축하면서 당권파와 친노그룹, 386세력 등이 역할 분담을 통해 신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정동영 의원을 비롯해 손학규 전 대표, 김근태 전 의장, 이해찬 전 총리 등 한동안 민주당을 호령했던 거물들이 떠난 빈자리를 이들 세력들이 차지하면서 주류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정 대표는 인지도가 높았던 당내 거물들이 정치 2선으로 물러난 사이에 당권을 잡고 호남맹주를 넘어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기기도 했다. 물론 ‘정-원’ 체제는 야성 부재로 대여 강경노선을 구축하지 못했고 지지율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비주류 세력으로부터 자주 뭇매를 맞기도 했다.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또 4·29 재보선 때 유일한 수도권이었던 인천 부평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절반의 성공’으로 자평하고 있지만 텃밭인 전주지역 2곳을 무소속 후보(정동영 신건)에게 뺏겼다는 점에서 민주당도 재보선 패자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정 대표 입장에선 호남맹주 및 대권 경쟁자인 정 의원과의 벼랑 끝 ‘맞짱’ 승부에서 참패를 당했다는 점에서 쓰라린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도 ‘무장해제’한 정 의원에게 패했다는 사실은 전북의 민심이 정 대표보다 정 의원에게 향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4·29 재보선에서 1차 전쟁을 치른 정 대표와 정 의원은 15일 원내대표 경선 때 다시 대리전쟁을 치렀다. 경선 결과 비주류이자 친 정동영계로 분류되고 있는 이 대표가 당선됨으로써 두 사람의 명암은 다시 한 번 크게 엇갈렸다. 두 차례의 전쟁에서 패한 정 대표는 당내 입지가 흔들리면서 대권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진 반면 정 의원은 당면 과제인 복당 문제에 청신호가 들어오면서 ‘대망론’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는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재보선 당선 후 정치 외연을 확대하고 있는 정 의원은 “민주당에 돌아가는 것이 상식과 순리”라며 복당 의지를 천명하는 동시에 “뺄셈 정치는 이제 그만하고 품을 넓게 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복당을 반대하고 있는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 이강래 원내대표 | ||
두 차례의 전쟁을 치르면서 정 대표와 정 의원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지만 ‘정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보선과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면서 정 대표의 위상과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는 당권을 쥐고 있는 주류 측의 좌장이다. 정 의원의 복당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정 대표가
정 의원에 대한 앙금을 털지 않고 끝까지 원칙론을 고수할 경우 정 의원의 복당은 결코 쉽지 않을뿐더러 대권을 꿈꾸고 있는 정 의원의 방랑생활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정 의원 입장에선 복당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싫든 좋든 당권을 쥐고 있는 정 대표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두 사람의 명암이 언제 어떻게 뒤바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검찰발 사정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정치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초대형 뇌관이 폭발할 수도 있고,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 내 권력지도 또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전북 출신이라는 태생적 경쟁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호남맹주와 당권, 나아가 대권을 겨냥한‘정의 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