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천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증여세 포탈 혐의 등 개인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비자금 조성, 대선자금 유입설 등 천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의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천 회장이 여권 실세로 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천신일 게이트’ 불똥은 여권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다. 천 회장 소환을 앞두고 여권 실세들이 초긴장 모드로 접어들면서 검찰 수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천 회장은 사정기관을 비롯한 정·관계에 마당발 인맥을 구축하고 있고, 지난 대선 때 비공식적으로 ‘이명박 캠프’를 적극 도왔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친이계를 비롯한 적잖은 여권 실세들이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천 회장을 이번 주 소환 조사하고 미국에 체류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한 뒤 천 회장 등과 수차례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소환하는 등 여권 실세들에 대한 ‘줄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5월 15일 박 전 회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검사장인 민유태 전주지검장을 전격 조사한 것도 여권 사정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권 인사들에 대한 본격 수사를 앞두고 먼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집안을 정비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이른바 ‘천신일 리스트’가 그럴듯하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 핵심부 일각에서 ‘천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정치인들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소리도 나돌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여권 실세를 동원해 국세청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천 회장을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 건으로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고 한나라당 이상득·정두언 의원을 상대로 전화 로비를 시도한 정황에 미뤄 천 회장도 여권 실세들을 접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천 회장 비리 의혹 중 대선자금 부분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천 회장 수사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관련한 물증이 나오거나 폭탄 증언이 터질 경우 ‘천신일 리스트’는 여권 전체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뇌관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