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박연차 사건이 노 전 대통령과 가족에게까지 번지게 된 것은 박 전 회장의 검찰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을 선택하는 데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끼친 셈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박 전 회장은 침통함을 넘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검찰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극도의 정서적 불안정 상태에 놓인 박 전 회장이 향후 어떤 ‘폭탄 진술’을 할지 그의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폭탄 진술이 어느 쪽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여야의 명운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야를 망라한 마당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박 전 회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과 돈 거래를 한 인사들을 선별적으로 털어놨고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박연차 리스트’를 수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 전 대통령과 천 회장이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었지만 두 사람 외에도 또 다른 거물급이 검찰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만큼 박 전 회장도 더 이상의 희생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폭탄 발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야권은 40년 지기이자 동반자였던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패닉상태에 빠진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여권 핵심 실세의 비리 등을 폭로해 줄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박 전 회장이 침묵으로 일관할지 아니면 정치권을 또 한 번 사정광풍으로 몰아넣을지 그의 ‘입’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