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수석실이 친박 공천용 여론조사 주도, 당시 현기환 수석 김 의원 사전에 만나
이는 청와대의 공천 개입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역으로 사실상 청와대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미여서 그동안 포항 등 지역에서도 제기돼온 의혹들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과 2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4·13 총선을 앞둔 지난해 초 청와대가 새누리당 후보 경선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비용을 국정원이 대도록 했다는 국정원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청와대는 비공식적으로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조사를 벌였으나 대금을 바로 지급하지 않고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국정원으로부터 5억원을 받아서 냈다는 게 검찰 조사 내용이다.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 경쟁이 치열했다. 청와대 여론조사는 정무수석실이 주도했으며 대구·경북(TK) 지역에 집중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으로 알려진다. 당시 정무수석은 현기환씨였다.
현 전 정무수석은 문제의 5억원과는 별도로 재임기간 매달 500만원씩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으며 엘시티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후임자인 친박계 김재원(자유한국당) 의원도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여당 내에 친박 의원을 많이 포진시켜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기본인식이었고 친박 예비후보들의 총선 경쟁력을 알아보기 위해 은밀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김모 의원은 사전에 청와대로부터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그동안 제기돼 왔다.
지난해 1월 중순께 김 의원(당시 후보)은 4.13총선의 포항남.울릉으로 출마한 상태에서 서울서 열린 신년교례회 참가 전후에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을 만났으며 현 정무수석이 “여성우선지역으로 공천을 주겠다는 것과 이를 대통령에게도 보고할 것이니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후 김 의원은 포항북구로 출마지를 전격 변경했는데, 얼마 안 있어 포항북구의 이병석 의원이 비리로 출마를 포기했고 포항북구는 여성우선공천 지역으로 결정돼 결국 김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김 의원이 사전에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내용의 ‘중앙언질’ 보도를 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인터넷 상에 보도된 이 기사는 지역에서 SNS에 유포되면서 파장이 일자 1시간도 안 돼 수정됐으며 문제의 ‘중앙언질’ 문구도 사라졌다.
그러나 상대 후보들이 김 의원에게 “중앙언질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반발하자 김 의원은 “기사는 사실이 아니며 오보”라고 해 기자가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됐지만, 검찰 조사과정에서 김 의원이 기자에게 중앙언질을 기사화 하도록 한 것이 드러났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인해 ‘중앙언질’ 즉, 사전에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에 대해서는 김 의원측 관계자들도 “정무수석을 만났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전했다.
더구나 김 의원은 현 수석을 부산에서도 만난 것으로 알려지지만,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김 의원은 언론에 허위내용을 보도하게 하고 시민들에게 사실이 아닌 내용을 알린 것이어서 정치인으로서 도덕성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김 의원의 언론에 대한 말 바꾸기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유세 중 테러를 당했을 때 일부 언론에 박 대통령을 간호했던 것으로 보도된 김 의원에게 일요신문은 질의를 했지만 자신은 간호한 적이 없다며 수년만에 보도내용을 부인해 시민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지난 2014년 3월 24일자 A신문을 보면, ‘지방선거 여성후보 공천빅딜설 증폭’ 제하의 기사에서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지충호의 테러로 부상을 입었을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극진히 간호하며 옆을 지킨 인물로 알려졌다”고 보도됐다.
이어 2015년 11월 25일자 B신문의 ‘누가 진짜 친박?... 헷갈리는 포항, 경주 유권자들’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도 김 의원은 “친박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우며 특히 박 대통령이 2006년 지방선거 지원유세시 피습당했을 때 병원에서 간호한 인연도 있어 친박임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됐다.
김 의원이 친박임은 물론, 박 대통령과도 잘 아는 진박(진짜 박근혜계라는 의미)이라는 내용들이어서 상당수 주민과 시민들이 그같은 보도내용을 사실로 알고 4.13총선에서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갑자기 “박 대통령을 간호한 적이 없다”고 답한 것이다.
물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다. 그러나 김 의원측 관계자들은 이 부문에 대해서도 “김 의원이 대통령을 간호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 의원은 “아마도 피습장소가 지역구(당시 서울시의원 후보)여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당시 자신은 미국에서 온 지 얼마되지 않았고 당 대표를 만날 위치에도 있지 않아 오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왜 기사들이 잘못됐다고 밝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같은 보도내용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시장 선거와 총선 등 2년여에 걸쳐 보도돼 포항시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내용을 정작 본인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들이 김 의원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잇따라 새누리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텃밭이었던 포항지역은 공천이 사실상 당선이어서 유력한 후보자도 공천받기가 쉽지 않은데, 지역에서의 정치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역 기반이 탄탄한 것도 아닌데도 출마만 하면 새누리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서울에서 시의원 등을 하다 지난 2013년 포항으로 내려와 남구 총선의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지역 정치활동을 시작해 일년 만인 2014년 포항시장 선거에서 여성우선지역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는데, 이로인해 지역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서울 중앙당으로 대거 항의방문하는 등 강한 반발로 결국 최고위에서 탈락됐다.
이어 2년후인 지난해 4.13총선에서 김 의원은 또다시 여성우선지역으로 공천을 받아 “중앙당이나 청와대에서 누군가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 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시민들의 분석이었다.
더구나 공천개입 녹취록 사건의 최경환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과 유세현장 등에서 진박감별사로 자칭했는데, 포항을 방문해 김 의원과 친분을 과시하며 적극 지지한 바 있다.
앞서 김 의원은 미국유학 후 귀국해 한나라당 이성헌 전 의원 쪽에서 정치를 시작해 이성헌 라인으로 분류되며 이 전 의원은 박근혜 당 대표의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 친박인물이다.
한편,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지우기’ 작업에 나선 가운데 TK(대구경북)에서도 지난해 총선 당시 ‘친박’ 및 ‘진박’ 마케팅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친박 청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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