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 ||
리얼미터의 지난 6월 24일 조사에서는 하락세가 더 뚜렷하다. 대통령국정수행 지지도에 대한 긍정평가는 20.7%로 지난 6월 3일 조사(25.8%)에 비해 5.1%p나 떨어진 것. 역시 같은 기관 조사에서 지난 4월 16일과 30일 32.6%→25.0%로 7.6%p 하락한 데 이어 두 번째로 큰 급락폭이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초반대를 기록했다는 점은 ‘위기상황’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내려갔던 때는 지난해 6월 광우병 쇠고기 파동 당시. 지난해 6월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는 21.6%를 기록했고 비슷한 시기의 다른 기관 조사에서는 16.9%(리얼미터), 19.7%(중앙일보) 등 채 20%가 안 되는 수치가 기록되기도 했다. 1년여 만에 또다시 대통령 지지율이 20%에 턱걸이한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현 시국이 ‘광우병 사태’에 버금갈 만큼 위기이고, 대통령에 대한 신뢰 또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가진 여론이 증가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리얼미터의 6월 24일 조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20.7%였던 데 반해 부정평가 73.9%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에 대해 “대통령을 지지하던 이들 중 부동층으로 돌아선 이들에 비해 반감을 가지게 된 이들이 많아진 것을 의미한다. 지지율을 회복하는 데에 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당 지지율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에 추월당했던 한나라당이 1위 자리를 재역전한 수치가 나온 상황. 리얼미터의 조사결과 6월 3일 민주당(27.0%)이 한나라당(24.0%)에 지지율 역전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 6월 24일 조사에선 한나라당(22.9%)이 민주당(18.1%)에 재역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최근 조사(6월 22일)에서도 한나라당은 23.3%, 민주당은 20.7%로 한나라당이 지지율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론조사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인 PK(부산경남)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대거 이탈했다는 점은 한나라당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대목.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PK지역에서 지난 3개월간 지지율이 계속 하락(48.8%→20.7%)해 무려 28%p가량 떨어진 반면 민주당은 5.8%→19.6%로 13.8%p 상승한 것.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PK지역에서의 민주당의 성장세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박병석 팀장은 “비록 보수층의 결집으로 한나라당이 다소 지지도를 회복하고 있으나 PK지역에서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는 여론구도가 더 나빠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민심 역시 한나라당에서 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경기 인천 지역에서는 민주당보다 앞섰지만 서울에서는 지지율 22.6%를 기록해 민주당(27.8%)에 뒤처졌다. 민주당은 호남 다음으로 서울에서 높은 정당지지율을 얻어 주목된다. 서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한나라당이 우세를 유지해온 곳이어서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조문 정국 여파가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재역전하긴 했지만, 양 당의 지지율 수치가 지난 조사에 비해 모두 떨어진 상황. 이는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 즉 부동층의 비율이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치권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커졌다는 의미이며 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반성해야 할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근래의 정당 지지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는 양상에 대해 각 당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유리한 해석을 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미미한 수치로 역전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언제든 추월당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론 악화에 따른 위기감 때문일까.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중도 실용 정책’을 내세우며 서민층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며 직접적으로 ‘중도민심’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중도 행보’에 대해 야당은 “좌우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내놓고 있는 상황. 과연 보수층 민심마저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이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 정책으로 기존 지지층마저 잃게 될지, 아니면 부동층을 흡수해 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