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셀카봉을 들고 유명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낯설지 않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비경을 담으려 빼곡한 셀카봉 사이에는 나의 손때 묻은 구형 휴대폰도 질세라 머리를 들고 찰칵찰칵 사진을 잘도 찍어댄다. 이제 나이를 먹어 조금 부끄럽지만 45° 얼짱 각도는 기본이다.
사람마다 여행을 즐기는 방식과 취향은 마땅히 다를 수밖에 없다.
나 홀로 배낭여행을 하던, 빡빡한 패키지여행을 하던, 요란하게 셀카를 찍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어쨌든 여행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사람들이 돈 생기고 틈 생기면 낯설고 물선 곳을 찾아 떠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즐거운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익숙하다는 것이다.
요즘 필자는 익숙한 즐거움보다는 마음이 행복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새벽의 문을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여행자를 위한 서시’의 한 구절처럼 낯선 이국에서 잠들어도 편안하게 모국어로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행복한 여행...
나름 유명하다는 수많은 일본 관광지들을 두루 섭렵한 필자가 ‘오카야마현 마니와시’를 첫 손에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기 절정! 일본 소도시 여행의 성지로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
올해 9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2천2백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일본 관광이 시작된 이래 최대 수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여행 희망 목적지 1순위가 일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렇듯 일본을 찾는 여행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관광 인프라의 확대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일본 여행을 자주 하는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가족이나 연인은 물론 나 홀로 여행족까지, 개인의 취향이나 관심에 맞게 플랜을 짜서 다양하게 테마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일본 여행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정부관광국(J-ROUTE)’은 최근 기존 대도시 중심의 여행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소도시 여행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요즘에는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테마로 일본의 소도시로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 플랜들이 차고 넘친다. 때문에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자신만의 여행 레시피를 만들어 즐기는 소도시 테마여행은 여러 차례 일본을 경험한 여행자들을 다시 불러 모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중에서도 ‘오카마야현 마니와시’를 추천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우리가 잘 몰랐던 일본을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 혼슈 서부에 위치한 ‘오카마야현’은 예로부터 세토나이카이 항로와 육로 교통이 도쿄(東京)와 규슈(九州)를 잇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여 문화 산업이 일찍 발달한 곳이다.
‘마니와시’는 ‘오카야마현’ 북·중부에 위치하고 있는 소도시로, 우리나라 대도시와 느낌이 비슷한 도쿄, 오사카 등 일본 대도시 여행에서 느껴볼 수 없는 색다른 풍광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최근에는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알차게 일본 문화와 비경을 즐길 수 있는 일본 소도시 여행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나 홀로 여행과 가족여행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그저 그런 유명 관광지나 대도시 중심의 바쁜 여행에 식상한 여행 마니아들에게 남들이 잘 모르는 일본의 이색적인 풍광과 문화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여행 루트와 또는 가족과의 힐링여행으로 안성맞춤이다.
오카야마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면 약 1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카야마 국제공항에서 마니와시 역시 차로 30분이면 충분하다.
특히 일본 소도시 여행은 대도시처럼 대중교통이 쉽지가 않아서 렌터카가 여행에 유리하다.
필자가 여행 첫날 가장 먼저 찾아간 칸바계곡부터 히루젠 고원, 유바라 온천까지...
이번 여행은 일본정부관광국(J-ROUTE) 초청으로 2박3일간 즐길 수 있는 낯설고 물선 진짜 일본, ‘오카야마현 마니와시’로 떠나는 행복한 여행 루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칸바 계곡(神庭の滝)
높이 110m, 폭 20m에 달하는 츄코구 지방 제일의 폭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의 폭포 100선에 선정된 이곳은 마치 흰 천을 두른 것처럼 보이는 물보라가 장관을 연출한다.
폭포의 중앙에는 검은 바위가 돌출되어 있는데, 마치 낙하하는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잉어를 닮았다고 해서 ‘잉어바위(鯉岩)’라고 불린다. 하류에는 초가지붕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닮은 ‘타마다레 폭포(玉垂)“와 석회암이 침식되어 생긴 ’악마의 구멍 ‘이라 불리는 동굴도 있다.
한편 광대하게 펼쳐진 계곡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다양한 수목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특히, 이곳은 야생 원숭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서일본 원숭이 연구소가 있기도 하며, 숲 속에서 야생 원숭이와 만나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카츠야마 보존지구(勝山町並み保存地区)와 로만테 카페(ろまん亭カフェ)
2009년 ‘아름다운 거리 대상’에 선정된 ‘카츠야마 보존지구’는 순 백색 흙벽으로 만든 창고, 빛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 한 ’창살무늬” 석벽이 나란히 이어지는 옛 상가 거리다.
곡식 양조장, 옛 민가와 창고를 활용한 카페와 갤러리가 아름답고 조화롭게 이어진 이곳은 옛 전통과 새로운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분위기에 취하는 곳이다. 처마 끝 일본풍 ‘노렌’ 장식과 이국적인 건물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감상하면서 여유롭게 거닐어 보는 것도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카츠야마 마을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로만테 카페도 들려볼 만한 곳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아름다운 카츠야마 마을의 경관을 감상하다 보면 이국적인 운치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도쿄에서 귀향한 사장님의 따뜻한 환대와 현지 재료로 조리한 특별한 메뉴를 즐기는 것도 ‘마니와시’ 여행의 소소한 추억이다.
전통 맛집 니시쿠라西蔵)와 츠지혼텐(辻本店)양조장
흑벽과 그 사이에 기와를 붙이고, 오래된 나무 기둥과 소나무 대들보로 지어진 옛 창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맛 집이다. 약 213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고젠슈(御前酒)라고 하는 술 창고를 시작으로 8대째 내려오는 츠지(辻)가문의 살아있는 음식 문화와 정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좋은 술을 반주 삼아 엄선된 신선한 재료로 전통의 맛을 살린 제철 밥상을 즐길 수 있다.
‘츠지혼텐 양조장’도 시간을 내어 방문해 볼만한 명소다. 일조량이 많은 오카야마 지역을 대표하는 쌀을 사용하여 술을 빚어내는 곳이다. ‘츠지 가문’만의 방식으로 발효시킨 유산균 효모로 빚은 건강하고 깨끗한 술 한잔에 살짝 취해보는 것도 ‘마니야시’ 여행을 즐기는 소박한 행복 중 하나다.
미카모 크리에이트 스게다니 캠핑장(美甘クリエイト菅谷)
편백 나무(히노키) 생산지로 유명한 ‘마니와시’를 대표하는 캠핑장 ‘미카모 크리에이트 스게다니’(美甘クリエイト菅谷)는 울창한 편백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맑은 공기와 삼림욕, 트래킹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힐링 플레이스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히노키“나무의 산지는 마니와 시이다. 편백 나무는 아토피에 아주 효능이 좋다고 해서 일본인들도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오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편백 나무로 지어진 별장, 방갈로에 숙박하면서 물고기 잡이, 대나무 소면 먹기, 옛날 방식 목욕 체험(고자에몬부로), 편백 나무 목공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숲 속에서 즐기는 지역 향토 저녁식사도 운치 있는 색다른 경험.
히루젠 고원에서 단풍 드라이브(蒜山高原へ移動, 紅葉ドライブ)와 자전거 체험
‘히루젠 고원’은 100만 년전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바위들이 떨어져 만들어낸 표고 500m의 지형이다. 특히 ‘신죠 마을’을 경유(新庄村経由)하면서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가 일품인데, 멀리 보이는 다이센 화산과 단풍으로 물든 산은 극찬이 아깝지 않은 장관을 담아낸다.
히루젠 고원 주변의 단풍과 자연을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데,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쉬엄쉬엄 라이딩하면서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 삼아 인생 사진도 찍어보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히루젠 고원의 한가로운 목장 풍경과 이 지역 특유의 풍부한 자연환경은 일 년 내내 캠핑과 하이킹, 승마와 바비큐, 고원 드라이브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메밀꽃과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예쁜 꽃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광경은 이 고원 최대의 볼거리로 유명하고, 일본 최대 목장 지역답게 소들이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목가적인 풍경도 매우 아름답게 펼쳐진다.
히루젠 야키소바, 아이스크림 체험, 와이너리 (ワイナリー)견학
히루젠 고원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히루젠 야키소바’ 명가 유유(悠悠). 현지 된장 소스로 간을 하고, 닭고기와 히루젠 고원의 양배추를 사용하는 이 식당은 특히 간이 잘 밴 카라아게(닭튀김)요리가 유명해서 일본 ‘야키소바/ 라아게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한편 히루젠 고원 센터에서는 아이스크림 체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농도가 가장 진하다는 히루젠 우유를 사용하여 만드는 아이스크림 행사에 참여해 맛도 보고 색다른 추억도 만들 수 있다.
이 밖에 히루젠의 깨끗한 자연에서 자라나는 산포도를 재배,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특별한 완인을 시음해 볼 수 있는 ‘히루젠 와이너리’ 견학도 인기 있는 여행코스다.
유바라 온천(湯原温泉) 과 한자키 센터(湯原はんざきセンター)
일본을 대표하는 수질 최고의 온천 지역. 현재 일본에 있는 100개 이상의 온천중에서 서일본 지역 최고를 나타내는 요코즈나(천하장사)등급을 받은 온천이다. 특히 오카야마 최대 규모의 댐을 배경으로, 노천탕 스나유(砂湯)를 비롯하여 15개의 원천이 모두 자연 속에서 솟아오르는 자 분천이고 수량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바라 온천지역 근처에는 한자키 센터가 있다. 한자키(はんざき)는 일본장수도롱뇽을 일컫는 말로서 몸이 반이 잘려도 살아있다는 뜻에서 나온 명칭이다. 깨끗하고 차가운 내천에서만 서식하고 야행성이며 시력은 좋지 못하고 이마에 있는 감각 기관에 의존, 전 세계적으로 마니와시에서 유일하게 서식하고 있고, 멸종 위기의 동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한자키 센터 뒤에는 한자키 신사를 만들어 놓았는데, 옛날 사람들이 이 동물을 보고 무서워서 죽이려 했으나, 몸이 잘려도 죽지 않는 모습에 놀라 신으로 인정하고 신격화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코메야 료칸(米屋)
유바라 온천 지역을 대표하는 온천 료칸. 수질 최상급의 온천 목욕을 즐길 수 있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건강한 가정식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독특한 건물 구조 형식에 실내 곳곳에는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사진 김재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