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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은 콩밭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7월 13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동북아 미래포럼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ilyo.co.kr | ||
이 대통령에게 이 전 최고의 복귀 문제는 정권 2기의 권력 구도를 리모델링하는 데 있어서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다. 이 전 최고가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에서 자신의 대리인을 통해 승전보를 울렸다면 여권의 권력재편 폭도 커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당을 사실상 ‘지배’해오던 그가 대의원들의 반란으로 복귀 플랜이 흐트러지게 되면서 향후 개각과 함께 당 재편을 앞두고 있는 이 대통령에게도 복잡한 방정식을 던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당 경선 패배로 복귀에 대한 자가 동력을 점점 상실하고 있는 이 전 최고로서는 청와대의 ‘펌프질’에 기대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 패배로 갈수록 정계 복귀 옵션이 떨어지고 있는 이재오 전 최고의 딜레마를 따라가 봤다.
“핵심 조직 중심으로 비밀 오더가 이미 내려갔습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 계보의 한나라당 A 의원실 한 관계자가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 하루 전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서울시당 조직을 총동원해 작업을 하고 있으니 내일은 꼭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그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예상 밖의 패배에 그도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친박계열 권영세 의원이 1062표를 얻어 이재오계 등 주류 측과 정몽준 최고위원 측의 지원을 받은 전여옥 의원(805표)을 257표나 앞섰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은 주류 측 의원과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전체 48곳 가운데 30곳(친박 지역구는 5개)이 넘는 ‘주류 절대 우세지역’이다. 그리고 서울시당은 친 이재오 계열인 공성진 장광근 의원이 2년 동안 확실하게 텃밭을 다져온 지역이다. 특히 이 전 최고 측은 경선 당일에 서울시당 당직자 150명을 전원 참석시키는 등 전면전을 펼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 막판 다급해진 이 전 최고 본인이 직접 당협위원장들에게 전화기를 돌리는 등 직접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는 등 이번 경선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정두언-정태근 의원이 이끄는 소장파와 김성식 의원 등의 중립성향, 여기에 구상찬 의원과 같은 친박계가 연합지원한 권 의원이 ‘대의원들의 반란’을 주도하며 낙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이번 경선은 한때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선거 도중 여의도에는 이 전 최고위원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갈수록 태산이다. 멀쩡한 사람을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니”라는 글을 올렸다. 경선 직후에는 “무엇이 좀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뭐가 좀 불리하다고 비굴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경선 패배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뜻이다. 이 전 최고 측에서도 “그가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에 진 것 때문에 타격을 받을 정도의 약한 인물이 아니다”라며 애써 방어막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전 최고는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에서 전여옥 의원을 당선시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이를 계기로 ‘조기전당대회’ 등을 통해 당내 정치에 전면 등장하려던 ‘화려한 복귀’ 플랜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사실 원외에 머물러 있는 이 전 최고가 자신의 힘으로 ‘여의도’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 그의 측근들이나 청와대의 ‘펌프질’ 없이는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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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23일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에서 친박 권영세 후보가 친이재오계 전여옥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그런데 이 전 최고 측은 무리한 조기전대 추진에 대한 당 내외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최근에는 당 대표직이 아닌 한 단계 하향지원해 최고위원직 도전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친 이재오계가 9월 조기전대에 반대하는 친박그룹을 설득하기 위해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당헌을 마련, 이 전 최고위원이 대표가 아닌 최고위원에 출마하게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 전 최고 측에선 “결정권자도 아닌, 최고위원회의 한 명으로 정계복귀하기 위해 그렇게 부산을 떨겠느냐”는 반응이다.
10월 재·보궐 선거를 통한 복귀는 더욱 난망하다. 2차 항소심 결과에서도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대법원의 휴가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올해 10월 은평을 지역구의 재·보궐 선거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이에 이 전 최고 측에서는 “아예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길게 보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어차피 올해 9월 조기전당대회나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복귀가 힘들다면 차라리 국민들의 ‘반 이재오 정서’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깜짝 컴백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 전 최고 측의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서는 이미 여권 권력 구도가 행정부의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의 박근혜 전 대표 체제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전 최고가 그런 양강 체제를 뚫고 들어갈 자리는 더 더욱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 올해가 그에게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 전 최고가 기대하는 곳은 역시 한때 ‘형님’으로 불렀던 이명박 대통령뿐이다.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 패배로 복귀 동력이 일부 상실되긴 했지만 이 대통령이 ‘대폭 개각-9월 조기전당대회’라는 여권의 패키지 개편을 추진할 경우 이 전 최고에게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일단 청와대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린다.
먼저 청와대가 대대적인 패키지 개편을 할 경우를 보자. 이 대통령이 최근 들어 ‘중도론’을 주장하고 있는 소장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이들의 9월 조기전대 주장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또한 충청권과의 연대를 통해 지지기반이 겹치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를 계속할 경우 조기전대를 수용할 명분도 커진다. 그리고 미디어법 처리 등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한 이 대통령이 ‘박근혜 없이도 된다’라는 자신감으로 친이 위주의 당 지도부를 구성하려 한다면 조기전대의 필요성도 높아진다.
반면 미디어법 처리에 협조한 박 전 대표에게 일정한 ‘당근’을 줘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진다면 이 대통령의 조기전대 수용 의지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친박그룹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친박 진영이 조기 전대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자칫 여권 분열을 초래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적한 민생 현안을 입법화해야 할 9월 정기국회 시즌에 집권 여당이 전대를 연다는 자체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이 대통령의 보폭을 좁게 하는 요소다.
이재오 전 최고는 미국에 있을 때 “자고 일어나면 ‘지금 서울은 몇 시지’란 말부터 꺼냈을” 만큼 외로운 생활을 이겨냈다고 한다. 그런 그가 귀국한 지 100일이 훌쩍 넘었음에도 정계복귀 가능성의 1%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미국생활 외로움 이상의 더 큰 고통이 있을 것이다. 과연 그는 어떤 길을 통해 여의도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