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열린 ‘2030 등록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제4회 국제 콘퍼런스’ 주요 참석자들.(제공=부산시)
먼저 부산시는 강서구를 포함한 서부산권의 종합적인 개발이 ‘2030 부산엑스포’에 달렸다고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시는 산업연구원의 조언을 받아 엑스포 개최 예정지를 강서구 맥도 일원 350만㎡로 잡았다. 부산시의 노력이 결집된 것은 지난 11월 28일. 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2030등록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제4회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런 와중에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윤일성 교수는 지난 9월 폐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는 등의 투병생활을 했다. 수술 이후 그의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자 시민단체와 동료·제자 등이 나서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윤 교수는 지난 1일 오후 4시께 결국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는 3일 영결식을 치른 후 미포 앞바다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이 두 사건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바로 작고한 윤일성 교수가 시민·환경단체와 함께 에코델타시티 등 부산지역 개발사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온 도시사회학자라는 점에서 명확한 관계가 성립된다.
윤 교수는 지난 4월 ‘부산시민을 속인 서병수 시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을 통해 맥도지역 소음 문제를 제기하며 2030등록엑스포의 허구성을 알렸다. 이 성명이 고인의 사망에 즈음해 뜨겁게 재조명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올해 1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중앙정부에 공식 신청했다. 이후 여러 과정들을 거치며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11월말에 개최한 ‘2030등록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제4회 국제콘퍼런스’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부산시 계획대로라면 2030등록엑스포는 강서구 맥도에서 열리게 된다. 맥도는 김해공항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윤 교수는 항공소음 피해지역인 맥도에서는 엑스포를 개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대부분의 비행기는 고도를 낮춰 을숙도를 지나 맥도를 거쳐 곧바로 공항에 착륙한다.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가 을숙도 상공을 지날 때는 고도 400m, 맥도 중심부 위에 있을 때는 고도 200m 정도다. 200m는 건물 60층~70층 높이에 해당한다. 김해공항 착륙노선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맥도에서 엑스포를 개최하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자신의 성명에서 “김해공항 항공소음 피해지역을 보여주는 그림과 사진을 보라”며 구체적인 자료도 제시했다. 2030부산엑스포 개최지 맥도의 거의 절반 정도가 항공소음 75웨클 이상에 해당해 국제행사 개최장소로는 도무지 적합하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75웨클 지역 안에 사는 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한 피해 때문에 정부로부터 보상까지 받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맥도 일원의 소음도 측정 도표.
윤 교수는 서병수 시장이 맥도에서 엑스포를 개최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부산시가 맥도에서 엑스포를 추진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 건설업계로 하여금 그 지역에서 토건사업을 계속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엑스포의 토목건축비는 2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조 3000억 원 이상이 건설사에 토지보상비로 지급될 전망이다. 이 토지에는 결국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엑스포 추진 과정에서 현재 100%에 달하는 맥도의 그린벨트가 풀리고, 결국 건설업체의 수익모델인 아파트 건설로 이어진다는 게 윤 교수의 분석이다.
윤일선 교수는 “세계 엑스포 유치 역사상 볼 수 없었던 희귀한 사건이다. 국제박람회기구에서 2023년에 2030엑스포 도시를 선정하는데, 항공소음 피해지역인 부산 맥도를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할 수가 없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가 국제박람회기구에 맥도엑스포 유치신청을 한다면 이는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하다”고 글을 남겼다.
부산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부산시는 더 이상 부산시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끝까지 속아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라며 “시민은 속여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시민을 속여서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간계는 잠깐 동안은 성공하는 듯이 보일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심해도 너무 심했다. 맥도의 항공소음이 심각한 사실을 잘 아는 부산시는 시민을 우롱했다. 통탄할 일”이라고 시를 성토했다.
이 같은 윤 교수의 주장들은 그의 사후에 다시 주목받으며 또다시 논란의 소재로 확산되고 있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엑스포 입지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것은 신공항 문제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나면서 부터다. 부산시로서는 스텝이 꼬인 셈”이라며 “현재 해당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곳에서 엑스포에서 열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