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노건호 씨는 기자들의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에도 언제나 친절하게 응해주었다. 반면 병역비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정연 씨의 목소리를 들었거나 얼굴을 본 기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노건호 씨는 친해진 일부 기자와의 사적인 만남 때, 당시 사귀고 있던 배정민 씨를 데리고 나와 더블데이트를 즐길 정도로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그 뒤 노건호 씨 커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거둔 직후인 2002년 12월 25일 결혼식을 올렸다).
노건호 씨는 2002년 1월 한 기고문에서 “전 주변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버지가 어떤 분이라는 것을 숨기는 경우가 많고, 또 주변 사람들 중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 세간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접하곤 합니다. 정치인 욕하는 건 정말 수시로 들었고, 때로는 아버지 욕을 들으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라고 밝힐 정도로 정치에는 철저하게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그런 순수한 청년이 지난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보여준 냉정한 모습은 삽시간에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증오와 분노에 가득 찬 노건호 씨의 눈이 클로즈업되자 일부에서는 ‘저 순수했던 청년이 언젠가는 독한 결심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충분히 했을 법하다. 그것이 정치참여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