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월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신년인사를 했다. | ||
‘3김의 본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기업가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 무대에서 맞붙은 적이 거의 없다.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7년 1월 2일 신년 하례식에서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한 명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 자택을 예방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신년 인사답게 우호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뵌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뵙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장 재임 때) 국무회의에 8개월간 참석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인사말을 했고, 김 전 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보니까 인기가 아주 높던데 축하한다”라고 화답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예방 차원으로 김대중도서관에 찾아가면서 두 사람은 다시 조우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치열했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긴 뒤 차기 집권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정치 9단’ 김 전 대통령도 이 대통령이 집권한 뒤 자신과 필연적으로 맞부딪칠 것을 의식해서인지 맹렬한 기 싸움을 벌여 주변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40분간 진행된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이 대통령은 정치 초년생임에도 달변의 김 전 대통령과 대좌하면서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맞받아쳐 당시 그를 수행했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매우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면담 막바지에 이 대통령이 “각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신 만큼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말아 달라. 전직 대통령을 모두 잘 모시자는 차원에서 이렇게 찾아 왔다. 나는 다른 욕심이 없다”라며 중립을 요구했는데, 김 전 대통령은 “알았다”라고 말하지 않고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하겠다”라고 잘라 말해 끝까지 두 사람의 기 싸움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애초에는 김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7월부터 2003년 2월까지 8개월 동안 서울시장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최근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 하는 자리에서 당시를 회상하면서 “서울시장이 돼서 국무회의에 처음 갔더니 김 전 대통령이 소개를 어찌나 잘해 주시는지 그래서 기억을 한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청계천(복원사업)을 정말 하느냐’고 해서 내가 ‘된다’면서 ‘꼭 와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내가 이후에 한번 찾아뵈었는데 (김 전 대통령이) 차를 타고 (청계천을) 다 둘러보셨다고 하시더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뒤 이 대통령은 2008년 초 인수위 시절에 ‘전직 대통령들을 만나 조언을 듣겠다’라고 말했지만 김 전 대통령과의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8월 김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 자격으로 예방한 뒤 무려 2년여 만인 지난 2009년 5월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어색하게 김 전 대통령과 마주쳐야만 했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헤어졌고, 결국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해후’였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