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군 거진항의 양미리 덕장. 갓 잡은 양미리를 부녀자들이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낸다. | ||
초겨울 여행에는 바다도 좋다. 검푸른 파도에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동해안도 좋고 갯벌이 넓은 서해안도 운치가 있다. 저녁무렵 수평선에 떨어지는 태양의 붉은 노을은 작은 몸 하나로 감당하기 벅찬 감동을 채워준다. 이번 주말엔 ‘포구의 맛’을 찾아 떠나보자.
[고성 거진항 양미리]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은 규모가 작은 대진항을 빼면 동해 최북단 항구다. 짙은 감청색 바다와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맨앞은 언제나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지만─그마저도 하나의 추억어린 풍경이 된다. 거진항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양미리 덕장은 좋은 구경거리. 금방 잡아온 양미리를 선창 바닥에 부려놓고 부녀자들이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낸다. 횟집 앞 공터에 널어놓고 찬바람에 말리기 위해서다.
꽁치보다 작고 빙어보다 큰 양미리는 가격이 다른 생선에 비해 저렴한 데다 비린내가 없고 손쉽게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양미리가 많이 들어오는 고성군 거진항에서는 성어기인 11월 초순부터 12월까지 양미리 20마리 한 두름에 3천원선이면 살 수 있다. 특히 이때는 양미리들이 대부분 알을 배고 있어 맛이 최고다. 거진 수산물직판장(033-682-4516).
거진에서 차로 10분 정도 북으로 달리면 화진포 앞바다에 대나무숲 우거진 금구도가 보인다. 신라 때 수군이 돌로 쌓은 성터가 남아 있다. 대진항은 선박이 2백여 척 되는 재래항구. 겨울에는 가자미 우럭 해삼 등 잡어가 많이 출하된다.
▲여행 메모: 원통 지나 한계리 민예단지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 미시령 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하면 진부령 넘어 고성으로 이어진다. 대대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7km를 더 가면 거진항이다. 눈이 내리면 고갯길이 막힐 수 있다. 한계령이나 미시령으로 우회할 수 있다.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간성까지 직행버스가 수시 운행된다. 간성-거진항은 시내버스 이용. 거진항 인근 마차진리에 대우금강산콘도(033-682-4423), 고성읍에 성신장(033-681-4459) 대성장(681-2142) 등 여관이 있다.
▲ 위 사진은 거진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화진포 해수욕장. 아래는 간월도 간월암이다. 별미와 함께 초겨울 경치도 즐겨보자. | ||
충남 서천 동백정 입구에 마량포가 있다. 이곳에 가면 개불이라고 하는 별미를 즐길 수 있다. 횟집에 들른 관광객들은 개불 때문에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첫 번째는 지렁이처럼 징그러운 모양에 놀라고, 두 번째는 이런 것을 먹는다는 데에 놀라며, 세 번째는 개불의 뛰어난 맛에 놀란다.
사실 개불은 그리 알려진 고급 수산물이 아니다. 그러나 외지인들이 찾아와 맛을 보면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맛은 고소하다. 입안에서 오돌오돌 씹히고, 혀끝에 달착지근한 여운을 남긴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체하거나 설사하지 않는다. 마량포구에서는 개불을 주로 회로 먹지만 구이로도 먹는다. 석쇠에 호일을 씌우고 갖은 양념을 해서 구워내면 모양은 곱창 비슷하다.
겨울 한철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개불은 마량포구의 것을 단연 전국 최고로 친다. 한 마리 2천원 정도에 판매된다. 횟집에서는 한 접시 2만원 정도로 성인 2명이 먹기 적당하다. 마량포구 서해안횟집(041-952-3177) 홍원항 아드리아횟집(041-951-9339) 등. 어획량이 적어 미리 주문해야 하고 값도 그날그날 시세에 따라 다르다.
마량포구는 서해에서 일몰과 함께 일출을 볼 수 있는 ‘해돋이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행 메모: 수도권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서해대교-당진-대천을 지나 춘장대 나들목이 나온다. 여기서 15분 정도 마량포구 이정표를 따라간다. 열차는 장항선 서천역 하차(4시간 소요), 마량포구까지 시내버스 이용한다. 숙박업소는 마량포 위편 춘장대해수욕장에 신흥장(041-952-2526) 춘장여관(952-2090) 화신장(951-8828) 해변산장(952-2646) 등이 있다.
[보령 천북면 굴구이]
날이 추워져야 비로소 제 맛을 내는 굴은 비타민 A, B, C를 고루 함유하고 적혈구를 만드는 미네랄과 단백질이 풍부해 ‘바다의 우유’로 불린다. 보령시 천북면의 자연산 굴은 전국에 이름나 겨울철이면 전국 어디서나 천북산 굴구이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마을은 겨울로 들어서면 평일에도 하루 2백여 명의 미식가들이 찾아와 주먹만한 자연산 굴구이를 맛보느라 부산하다. 굴밥과 굴회를 하는 집이 많다. 봄, 여름, 가을에는 주로 양식 굴을 이용하지만 강추위가 찾아드는 12∼1월 사이에는 더욱 맛나는 자연산 굴이 나온다.
쌀과 굴을 켜켜히 깔아 지은 굴밥, ‘세무’로 불리는 해초와 굴을 넣어 끓여 굴국, 생굴과 채썬 배를 식초와 고춧가루 등 양념으로 버무린 굴회 등이 있다. 굴전, 굴무침도 좋다. 이중 장작이나 숫불에 올려놓고 구워 먹는 굴구이가 가장 인기가 좋다.
장은리에만 약 90호의 굴구이집이 모여있다. 고래굴집(041-641-7773) 은하굴구이(641-7043) 등이 토박이집이고, 고소하고 담백한 돌솥굴밥은 단호박가든(641-3072)에서 맛볼 수 있다. 식사 후에 나오는 굴밥누룽지가 별미다.
▲여행 메모: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 3번 국도로 광천(토굴 새우젓으로 유명하다)까지 가서 다시 5번 국도로 천북에 이른 후, 지방도로 타고 북상하면 장은리 아포동에 이른다. 서울역에서 광천역까지 장항선 열차가 하루 15차례 다닌다. 서초동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는 40분 간격으로 광천행 직행버스가 있다.
▲ 서산 간월도의 별미인 새조개. | ||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많은 충남 서산의 간월도는 만추의 계절에 찾으면 제격이다. 독특하고 다양한 별미거리로 미식가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어리굴젓 산지로 유명한 간월도는 10월을 넘어서면서 찾아드는 인파로 활기가 넘친다. “정력에 좋다”고 소문난 이곳의 명물 새조개를 맛보기 위해서다.
새조개는 바지락의 일종으로 생김새도 별반 차이가 없지만 바닥에 놓았을 때 2~3cm 정도 팔딱팔딱 뛰는 특이한 성질을 지녔다. 양식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간월도 근방에서만 잡히기 때문에 희귀하다. 모양이나 영양면에서 다른 조개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도 새조개의 인기가 높은 것은 스스로 뛸 수 있는 힘이 정력을 연상시키기 때문인 듯하다.
새조개 전문식당이 현재는 30여 곳이나 있다. 새조개 요리 중에서 제일 먹음직한 것은 단연 샤브샤브다. 맛이 담백하고 안주로도 일품이라서 양에 비해 비싸지만 가장 많이 찾는다. 20마리 한 접시에 3만원 정도.
간월도의 또 다른 먹거리는 단연 어리굴젓이다.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간월도 주민들이 뻘에 나가 따온 굴이 모두 그 유명한 어리굴젓으로 가공되어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국내 최대의 천수만 철새 도래지, 간월도 앞바다의 간월암이 바로 옆에 있고 방조제 하나를 넘으면 안면도다.
▲여행 메모: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으로 진입, 갈산삼거리 좌회전-서산간척지 방조제 둑을 달리면 간월도가 왼쪽으로 나온다. 간월도 선착장 입구에 새조개요리 전문식당 20여 곳이 있다. 그중 영미식당(041-669-1042)이 원조집. 오뚜기횟집(041-662-2708)은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집으로 새조개와 광어 우럭 놀래미등 자연산 생선회로 유명하다.
조승열 국토문화회 옛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