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마에서 숯을 빼내고 남은 열을 ‘재활용’한 것이 숯가마 찜질이다. 사진은 대형선풍기를 이용해 숯가마에 불을 들여보내는 모습. | ||
바뀐 계절에 적응하느라 잔뜩 위축된 몸은 우울증마저 불러온다. 우울을 털고 나서보자. 아직 세련된 상술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거칠고 투박한 산골 숯가마에 찜질객이 모여들고 있다.
방금 숯을 꺼낸 흙가마속은 몇날을 타오른 장작불의 열기가 고여있어 후끈하다. 절로 흘러내리는 땀이 잠깐 사이 몸에 스며든 초겨울의 한기를 깨끗이 씻어간다. 숯가마를 나와 새로 개발된 횡성온천에서 땀을 씻고 나면 몸과 마음이 활짝 기지개를 켠다.
날은 더욱 추워질망정 숯가마 한증막과 온천을 거친 몸은 두려울 게 없다. 횡성한우로 배채우고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이만한 건강휴가가 없다.
횡성은 강원도 내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관광지가 없는 곳이다. 빼어난 산도 아름다운 계곡도 내세울 것이 없어서 이곳을 관광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지인들은 그것을 ‘미개발지역이라서 오히려 잠재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위안으로 삼는다. 색바랜 산들과 추수 끝난 텅빈 들녘에 드리운 겨울은 한층 황량하다.
그러나 이런 곳에 어느 곳보다 뜨거운 체험여행 코스가 숨어 있다는 것을 누가 알랴. 숯가마터에서 찜질하고, 자연휴양림 산막에서 하룻밤을 묵고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숯가마 찜질체험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으로 나와 횡성 방면으로 들어가다가 우측 둔내방면(6번국도)으로 달리면 정금마을. 여기서 좌측 갑천쪽으로 들어서면 지금도 옛 방식으로 흙가마에서 숯을 구워내는 ‘강원참숯(033-342-4508,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을 만날 수 있다.
구불구불 시골길을 달려 숯가마터로 향하노라면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하얀 연기가 주변을 덮는다. 길을 사이에 두고 숯가마터는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어릴적 시골집에서 맡던 나무 타는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제대로 된 건물은 찾을 수 없다. 달랑 시커먼 숯공장 하나.
▲ 어두컴컴한 가마 안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반팔 반바지만 입고 들어가면 뜨거운 열기 때문에 고생하므로 긴소매옷을 입고 가는게 좋다. 위는 숯공장 ‘강원참숯’ | ||
가마마다 나무를 넣고 숯이 완성되기까지 약 일주일씩 불을 지핀다. 한번 나무를 채우고 불 지피는 시간만도 4~5시간은 족히 걸린다. 불길이 가마 안으로 확실하게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풀무질’ 대용으로 대형 선풍기를 틀어놓는다.
불이 붙으면 가마 입구를 황토로 싸 바른다. 그대로 6일간을 놓아둔다. 가마 안에 쌓인 참나무는 매서운 불길속에서 까맣게 빛나는 숯으로 변한다.
다음은 숯 꺼내기. 불을 끄고도 한참을 식혀서야 숯을 꺼낼 수 있다. 이때 불구덩이를 잘못 헤집으면 자칫 숯이 부서져 버리기 때문에 이 과정은 가장 노련한 인부들이 도맡는다.
숯을 빼내고 하루 정도는 열을 식혀야 다시 나무를 채울 수 있다. 이 하룻동안 가마 안에 남아 있는 열을 ‘재활용’하는 것이 숯가마 찜질이다.
재래식 숯가마에서의 찜질이 화제가 되면서 한적하던 고래골 숯가마는 올부터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 덕에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흰 옷으로 바꿔 입은 숯가마 체험객들이 오가는 옆에서도 숯굽는 사람들은 쉴 틈없이 숯을 나르고 불을 지핀다.
예전에는 숯가마를 동네사람들이 무료로 이용했지만, 숯의 수요가 늘어나 가마가 활성화되면서 외지인들에게 개방하기 시작했다. 입장료도 생겼다. 처음에 3천원씩 받다가 지금은 5천원으로 올렸다.
아무 것도 준비해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흰색 티셔츠와 바지를 빌려준다(대여료 2천원). 탈의실이 있지만 열악하기 그지 없고 가마터 사이를 걸어서 왔다 갔다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숯을 막 꺼내 한증에 이용할 수 있는 가마의 수는 평일에는 한 곳, 주말과 휴일에는 두 곳 정도가 되도록 불지피는 일정도 조절한다.
한번에 20~30명 정도가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어두컴컴한 가마안에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땀을 흘리고 있다. ‘어디서 왔느냐’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대화도 오가는 공간이다.
땀을 흥건히 적시기 위해 덧가운을 준비한 사람, 숯가마의 ‘뜨거운 맛’을 몰랐던 듯 반팔 반바지를 입고 들어와 따가운 열기에 붉게 익어가는 살갗을 부벼대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그들은 탈의실 등 시설이 미비한 것을 불평하기도 하고 너무 뜨겁다고 투정도 한다. 정확한 정보와 준비 없이 찾아온 탓이다. 가마 속의 열기는 조절이 안되므로 긴 소매옷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달궈진 흙벽에서 내뿜는 열기는 숯과 합쳐져 개운한 느낌을 준다. 숯의 제습성분 때문이다. 안경을 끼고 들어가도 성에가 끼지 않는다. 숯가마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통 황토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건강만점.
땀을 흘려도 뽀송뽀송해서 따로 샤워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숯공장에는 별도의 샤워시설도 없다. 섭씨 60도를 오르내리는 가마속 온도 때문에 3~4분 간격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찜질을 한다.
더위를 못이기는 사람들은 하나둘 바람이 통하는 가마앞 멍석에 둘러앉는다. 이곳에는 목초액을 섞어 만든 물통이 놓여 있다. 약간 신맛이 느껴지는 물. 몸에 체지방과 불순물을 없애는 데 좋다고 너나할 것 없이 몇 컵씩을 벌컥벌컥 마셔댄다.
배가 고파지면 밖으로 나와 비 정도나 가릴 수 있는 허름한 공간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다. 숯과 불판은 공짜로 제공된다. 미리 삼겹살을 준비해가면 여기서 구워먹을 수 있다. 찌개와 돌솥밥을 지어먹는 사람들도 있다.
오후 6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며 토요일에는 민박 손님에 한해 시간을 연장(오후 7시~12시까지)시켜 주기도 한다.
재래적인 시설 그대로여서 편리하고 세련된 시설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물론 도시의 찜질방과 같은 친절한 서비스도 기대해선 안된다.
▲ 어답산 자락에 기대앉은 횡성온천은 각종 탕과 숙박시설 매점 카페 등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래쪽은 횡성호. | ||
호명산(360m) 자락에 올 초 개장한 사설 휴양림이다. 이름처럼 당장 호랑이 울음소리라도 들릴 것 같은 한적한 숲이 둘러싸고 있다. 신라시대 왕실의 휴양지였다는 사적이 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산 기슭에 무명 3층석탑과 석인승이 있다. 연출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흩어진 재료를 얹어 다시 만들었기 때문.
이곳을 저고리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저고리만 남겨놓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란다. 산세는 높지 않지만 연이어지고, 넓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청정한 계곡이 흐른다.
개장한 지 오래되지 않아 산막 시설은 최신식. 흙집과 목조, 통나무 캐빈, 방갈로 등 5종 28실의 숙박시설이 있다. 원룸은 기본이고 서너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도록 시설이 잘돼 있다.
전망을 좋게 하기 위해 급경사를 잘 활용해 집을 지었다. 산악자전거나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산너머로 해질녘 강변 길을 걸으면 영화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이용요금은 종류에 따라 5만~12만원.
등산과 함께 온천욕을 어답산 횡성온천 휴양림에서 다시 횡성 다목적댐을 끼고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청일면으로 가다가 횡성 나가는 도로를 타고 고갯길을 넘으면 횡성온천(033-344-4200 www.silkroadspa.co.kr)이 나온다.
고대 신라의 박혁거세가 태기산의 태기왕을 뒤쫓다가 이 산에 들렀다해서 이름붙여진 어답산(789m, 횡성군 갑천면) 자락에 기대서 있다.
지난 3월 개장한 온천은 약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천으로 수질이 부드러워 피부가 매끈하다. 풍부한 광물질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다이어트, 혈액순환 장애, 당뇨, 신경통, 관절염 등에 큰 효험이 있다고 한다.
지하 1층, 지상 2층 5백 평 규모로 크지는 않으나 옥이슬사우나, 적외선온돌침상과 안마탕, 황토 한증막, 참숯 사우나, 한방 좌욕실, 노천탕, 적외선 찜질방, 이벤트탕, 냉폭포수탕 등 최신 시설을 고루 갖췄다. 숙박시설과 스넥코너, 매점, 식당과 카페가 함께 들어서 있다. 온천욕과 함께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어답산 등산과 연계해도 좋다.
▲ 대중교통: 서울 상봉 시외버스터미널(02-435-2122)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반까지 40분 간격 운행. 횡성시외버스터미널(033-343-2450)에서 각 방향 버스 이용.
▲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새말IC-횡성 방면으로 좌회전-상하가리 방면-용둔-둔내, 6번 국도 장평 방면으로 우회전-정금-갑천. 글•사진=이혜숙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