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숭산 자락에 자리잡은 고찰 수덕사 뜰에 싸리눈이 살짝 내려앉았다. | ||
그 고장의 풍토며 건립 시기의 사상들이 절집의 기와며 기둥들에 스며들어 자연의 빛깔을 완성했다. 팔경을 간직한 예산에서도 그중의 으뜸은 수덕사요, 수덕사를 품고 있는 덕숭산을 꼽는다. 찬바람 솔솔 불어오니 짧게 보고도 느낌이 오래 남을 겨울 사찰여행이 그립다.
어느 산사에서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그곳 스님이 “이곳을 관광지로 소개하지 말아달라”며 경고성(?) 부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영화에 나왔다는 소문 때문에 사찰이 패키지 여행상품에 오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수도에 정진하는 스님들에게 방해가 될 뿐아니라 신도가 아닌 사람들이 ‘신성한 곳’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러나 사찰은 이미 명승지(名勝地)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곳을 찾아갈 때 최소한의 예절이라도 꾸려야 하는 것은 지당한 얘기다.
하지만 신도들에게는 명승지 이상의 성역이지만 일반인들에는 보물이 있는 곳, 아름다운 경치를 담는 곳, 마음이 정화되는 곳으로 불교문화가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숭산 자락 안온한 곳에 자리잡은 수덕사(충남 예산군 덕산면)는 백제사찰로 불심 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이름난 사찰이다.
유명한 고승을 배출한 암자들도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정혜사 능인선원이다. 또 여류문인으로도 이름 높았던 비구니 일엽 스님이 계시던 환희대부터 선수암, 극락암, 만월당, 소림초당 등 이름난 암자가 많다.
▲ 고려시대 목조건축물로 유명한 대웅전 내부 (왼쪽). 오른쪽은 측면에서 바라본 대웅전. | ||
사찰의 모든 의식의 집전장소인 황하정루(2층 누각)의 지하에는 불교박물관이 있다. 만공스님의 유품과 함께 불교역사와 불교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약 6백여 점 전시되어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된다.
수덕사 대웅전은 국보 제49호로 지정돼 있다. 고려 충렬왕 때 건립된 목조 건축물로, 부석사 무량수전 봉정사 극락전과 더불어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힌다.
정면 3칸 측면 4칸의(대부분이 정면이 더 넓은 것에 비해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특이한 구조를 가진 맞배지붕으로 정면에서 보면 소박한 주심포와 기둥의 중간이 부풀려진 배흘림기둥이 고건축의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고 있다. 맞배지붕의 아름다움은 옆에서 더 잘 드러난다.
대웅전은 비교적 정사각형에 가까운 편이다. 특이한 것은 정면 3칸이 한 칸에 문짝이 셋이나 달리도록 칸살이 넓은 것이다. 더러는 이렇게 칸살이 넓은 것은 개방적인 충청남도 지역 건축의 특성이라고 한다.
절제된 미학이랄까. 간단한 공포구조와 측면에 보이는 부재들의 아름다운 곡선이 대웅전 건축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등의 사물(四物)이 있으며 이 모두의 소리는 부처님의 진리를 중생에게 전달하는 의미를 지닌다.
대웅전 뒷편에는 수덕사 창건 전설을 간직한 ‘관음바위’가 있고 그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도 흔하게 만난다. 그 뒷길로 정혜사까지 이어지는 1천20계단을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덕숭산 정상 부근이다.
계단이 적당한 간격으로 이어지고 끊어지고를 반복해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중턱의 관세음보살 석상, 만공탑(만공스님의 부도)을 지나 정혜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덕숭산 정상까지 약 10여 분으로 대부분 산행하는 사람이 많다.
산 이곳 저곳 기암들이 많아서 볼거리가 많아 겨울산행으로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밋밋하지 않으나 높지 않아서 또한 좋은 곳이다.
▲ 금강보탑(왼쪽) 너머 가람의 가장 높은 곳에 대웅전이 자리잡고 있다. | ||
고건축박물관은 문화재 수리기능인들의 혼이 깃든 곳이다. 제1전시관은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내의 대표적인 사찰, 탑, 불상 등 17종의 축소모형 1백여 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제2, 3전시관은 국보급 문화재 축소모형이 전시되고 있다.
계속 진행중인 공사로 일부만 개관하고 있지만 벌써 주말이면 사람들이 북적거릴 만큼 고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물의 구조물별로 이름을 붙여놓았고 완성작품을 단계별로 설치해놓아 고건축의 다양한 양식에 시종일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다만 아직까지 관람안내라든가 기타의 제반 여건이 부족한 상태인 것이 아쉬움을 준다.
2002년까지 양반가옥, 평민, 초가삼간 등을 제작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내국인뿐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국내 건축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문의: 041-337-5877(입장료는 무료)
가는 길: 덕산에서 수덕사를 거쳐 홍성방면으로 가는 길(지방도 622호)을 타고 4km 진행.
여행메모 - 이동경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추사고택-덕산온천-충의사-수덕사-고건축박물관-서울(서해안고속도)로 하고 서해안을 이용할 경우 고건축박물관-수덕사-충의사-덕산온천-추사고택-서울(경부고속도)이 편리하다.
자가용: 서울-경부고속도로-천안IC-국도21호선-예산-국도45호선-지방도622호선(5km)-수덕사/ 서해안고속도로-서해대교-당진IC-국도32호선-합덕-지방도622•609호선(16km)-덕산-국도45호선•지방도622호선-수덕사
대중교통: 서울 천안 대전 등지서 예산까지 고속버스, 직행버스 이용. 기차는 서울 천안에서 장항선 예산역.
음식 - 주차장에서 수덕사 입구로 가는 길에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서 있다. 대부분 산채비빔밥과 산채정식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깔끔하기로는 수덕골식당(미락식당: 041-337-0606)이 알려져 있다. 산채비빔밥 5천원/ 산채정식(우렁된장찌게 포함) 6천원
글•사진=박수운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