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야인시대> 부천 세트장이 일 반에게 개방돼 드라마만큼이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극중 자주 등장한 클래식 자동차도 볼 수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그런데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오야붕’이 아니다. 메가폰을 손에 든 드라마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비로소 주먹들은 어깨를 흔들며 걷기 시작한다.
SBS-TV 인기 드라마 <야인시대>를 촬영중인 경기도 부천 드라마 오픈세트장. 옛 종로-광교통을 그대로 되살린 방대한 규모의 세트마을이 일반에게 개방돼 드라마만큼이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촬영이 있는 날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인근의 중고생부터 일반 관객들까지 이 놓칠 수 없는 촬영현장과 출연자들을 구경하느라 운집하여 돌아설 줄을 모른다.
1930 종로 <야인시대> 세트장
오픈세트 입구에 있는 암흑의 긴 터널 ‘타임 스케이프’는 2002년의 시간을 1930년대로 되돌리는 비밀의 통로다. 1930년대~1960년대까지의 종로, 명동, 을지로, 청계천 일대는 지금의 종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수하다. 누군가 팔을 잡고 ‘화신백화점이 어디냐’ ‘우미관은 어디로 가냐’고 물어올 것만 같은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촬영 현장, 부천 오픈세트장이다.
한창 상한가를 올리고 있는 드라마의 중심무대라는 점, 그 드라마의 인기 출연자들과 함께 촬영 현장을 볼 수 있다는 점에다가 옛 종로를 기억하는 중년들의 향수까지 더하여 이 세트장 나들이는 긴장과 설렘이 겹친다.
드라마 촬영이 있던 금요일 오후. 옛 종로거리는 단체로 관람온 인근 중학교 학생들과 일반 관객들의 호응이 너무도 뜨거워 지금의 종로거리를 연상케 했다. 주요 출연자인 안재모와 이혁재 등이 나타나자 아이들이 환성을 지른다. “야! 김두한이다. 김무옥도 나왔어!” 하지만 연출자의 ‘큐!’ 소리에는 모두들 숨을 죽인다.
▲ 촬영장에 김동회씨 등 실제 ‘야인들’이 나타났 다. 아래쪽은 하야시 일당의 구역이었던 혼마치 거리. | ||
제작진과 출연진의 초청으로 촬영장을 참관한 이들은 얼마전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김좌진-김두한 영산대재’에 참석했던 멤버들이다. 평생지기 김동회옹(86), 윤봉선옹(86), 번개로 알려진 김성기옹(74)과 김두한의 공식 후계자 조일환씨(66) 등이다.
여기에 김두한의 장남인 김경민씨(48)를 비롯하여 주먹계의 후배 1백여 명이 마치 종로를 다시 평정한 듯 60년 전의 혼마치 거리와 종로경찰서, 우미관 등을 둘러보며 감회에 젖어 들었다.
지난 6월 세트장이 완성된 뒤 정식개장은 12월부터 이뤄졌지만 벌써부터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많다. 촬영현장을 공개한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먼 지방에서도 찾아오고 있는 형편.
지금의 <야인시대> 오픈세트는 총 2만여 평 부지에 종로경찰서, 우미관, 화신백화점, YMCA, 청계천, 수표교 등 1930년대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10만 평 정도 규모의 테마공원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실물 크기의 50~80% 정도로 제작됐으며 종로거리를 오가는 전차, 인력거, 30년대 자동차까지 모두 철저한 고증을 거쳐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야인시대>의 70%가량이 촬영되는 오픈 세트장의 구조물들은 대부분 외양만 똑같은 ‘가짜 건물’들이다. 실내촬영은 모두 SBS 탄현(일산) 제작센터의 실내 세트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길거리 풍경은 그대로. 오픈세트에서는 앞으로 전차를 실제 탈 수 있고 구슬치기, 팽이, 연날리기 같은 전통놀이와 전통 먹거리 등을 볼 수 있게 되어 단지 보는 것이 아닌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꾸며질 계획이다.
▲ 고려시대 벽란도 포구를 재현한 제천시 KBS 촬 영장은 올 들어서만 33만여 명이 다녀갔다(위쪽). 아래는 제천의 SBS <대망> 촬영장. 청풍호반 일 대가 새로운 테마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 ||
화신백화점 - 세트장 밖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세트가 화신백화점이다. 종로에서 가장 큰 건물. 전화로 길을 묻다가 안내원이 “화신백화점 보이시죠?”해서 세트장 얘기인 줄 모르고 당황한 사람이 많았다는 후문이 있다. 백화점 세트 하나에 5천만원 이상이 들었다. 진열창에는 기모노를 입은 일본 인형들을 설치해놓았지만 내부는 촬영 때 사용되는 소품들로 채워진 창고다.
혼마치 - 세트장 입구는 일본인 집단 거주지였던 혼마치 거리로 시작된다. 세트 구역 안에서 가장 화려한 거리로, 저녁이 되면 색색의 조명이 들어와 그 시절 번화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나미꼬가 경영하던 카페 ‘사쿠라’는 혼마치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화신백화점 맞은 편에 있다.
종로경찰서 - 미와 경부가 있는 곳. 김두한의 삼촌이나 어머니가 잡혀가 고문을 당하는 곳으로 나왔으나, 실제 고문실 세트는 탄현에 있다. 세트는 모두 껍데기만 있는 건물이지만, 더러는 ‘출연자 대기실’과 제작진 사무실로 쓰이는 진짜 건물도 곳곳에 숨어 있다. 관객들이 몰리므로 정확한 위치는 일단 비밀이다.
박수운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