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의 도리포구는 산란기를 앞둔 숭어가 요즘 제맛이다. 아래 왼쪽부터 충주 참매자조림, 목포의 홍어찜과 홍어회. | ||
깊어가는 겨울철. 이 겨울이라야 더욱 깊은 맛을 내는 먹거리가 있다. 살도 제대로 오르고 맛도 제대로 무르익었다. 1월에 나들이를 떠난다면 제대로 익은 겨울별미도 빼놓지 말자. 겨울에 맛이 익는 전국의 대표적인 어류들의 고향을 소개한다.
[충북 충주 - 목계천 참매자조림]
요즘 충주시 목계교 주변엔 겨울 별미인 참매자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든다. 참매자는 사시사철 잡히는 민물고기지만 12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수온이 내려가야 육질이 단단해져 제맛을 낸다. 전국의 하천 어느 곳에서나 잡히는 어류지만 남한강 상류인 목계교 주변의 겨울 참매자가 가장 유명하다. 달짝지근한 맛에 육질이 단단해 신선도가 높고 맛이 빼어나다.
목계천은 겨울 수온이 민물고기들을 불러모으기에 알맞아 참매자, 메기, 쏘가리, 빠가사리, 붕어 등 각종 어족이 모여든다. 참매자의 표준어는 참마자인데 충청도 사투리로 참매자라고 부른다. 생김새가 모래무지와 비슷한 잉어과 물고기로 몸 길이는 15~18cm, 그리 크지 않다. 몸은 은색이며 등쪽이 암갈색이며 몸 중앙에 7~9개의 암색 무늬가 띄엄띄엄 세로로 줄지어 있다. 어린 고기의 눈알은 매우 검다.
은빛으로 빛나는 참매자의 내장을 빼고 두어 곳에 칼집을 낸 뒤 무를 냄비 밑바닥에 깔고 감자, 파, 검정콩, 은행, 시래기와 다듬어놓은 매자를 함께 넣어 직접 담은 고추장과 고춧가루, 마늘, 들깨가루 등을 넣고 푹 졸인 것이 참매자조림이다.
비린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매자의 하얀 살과 짭짜름하게 졸여진 무와 감자, 시래기를 밥위에 얹어 먹으면 된다. 목계교 주변 민물고기집에서는 매자조림 외에도 매자매운탕과 일반 민물고기 요리를 먹을 수 있다. 가격은 대략 2만원선이다.
목계교 초입의 강변횟집(043-852-0799)과 송도횟집(852-3566), 선창횟집(842-1399) 등이 전문집이다. 목계교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자연산가든(043-852-2048)은 목계천 강물에 직접 그물을 쳐 잡은 고기를 사용한다. 20여 년 정도 고기만 잡다가 식당을 연 지 7년 정도 됐다. 직접 물질을 하기 때문에 단골들이 많다.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일죽IC나 영동고속도로 이천IC에서 장호원-38번국도-원주, 제천 방면으로 좌회전-목계교 건너자마자 강변횟집. 자연산가든은 강변횟집에서 충주 방면 도로를 따라 8백여m. 선창횟집은 부론 방면 5백m.
[전남 영광 - 도리포구 참숭어]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이라는 한하운 시인의 ‘소록도 가는 길’ 시구처럼 무안은 마늘 심은 황토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무안읍에서 해제반도 중앙을 지나는 지방도로를 따라 20여 분 달리면 도리포구에 닿는다. 도리포 왼쪽엔 굴비로 유명한 영광 칠산 앞바다가 누워 있고 뒤쪽은 위도다.
도리포구는 땅끝에서 바다위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 연말이나 연초 축제 때 특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도리포구에 요즘 숭어회가 제철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작은 포구가 바다구경 겸해 숭어회를 즐기려 찾아든 사람들과 어선들로 분주하다. 숭어는 겨울철 대표 별미음식으로 꼽히는데 도리포구에서 잡히는 물고기가 최상으로 인정받는다. 숭어축제를 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숭어는 어느 곳에서나 맛볼 수 있는 어류다. 회귀성이 아니고 태어난 곳에서 살다가 그 자리에서 산란하고 죽기 때문에 지역마다 맛이 다른데, 무안 도리포 해안의 숭어와 숭어새끼(모치)가 예로부터 유명했던 것. 칠산바다 맑은 물에서 갓 잡아 올린 자연산 숭어의 쫄깃한 맛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자어’란 이름이 붙은 숭어새끼가 일미다.
도리포 해변에 10여 곳 횟집이 밀집해 있다. 백경회관(061-454-6893), 도리포횟집(454-6890)이 대표적. 백경횟집은 북적거리는 횟집촌으로부터 다소 떨어져 있어 한갓지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가족 전부가 나서서 일하는 곳이라 단골들만 찾아든다. 도리포횟집 조평수씨는 원래 어부 출신이라 물길 속을 훤히 꿰고 있다. 자신이 그물로 직접 잡은 모치로 젓을 담그면서 더 많이 알려졌다.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로 나와 1번 국도 무안쪽으로 나오면 우측에 해제 방면 팻말(60번지방도)이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24번국도와 만난다. 국도따라 30여 분 달리면 도리포 가는 길이 우측에 나선다.
▲ 강원도 인제군 소양호의 신남선착장에서는 매 년 빙어축제가 열린다. 아래 사진은 전남 영광 도리포구. | ||
이맘때쯤 목포하면 떠오르는 것이 홍어와 탁주다. 홍어는 우리나라 연해와 남일본 연해, 동중국해에 분포하는 납작한 물고기. 국내에서는 부산, 목포, 영광, 인천 등지의 연해에서 많이 잡힌다. 하지만 홍어 요리라면 단연 전라도 향토음식으로 치부해 왔다.
전남 흑산도산을 제일로 치며 겨울(11월∼2월까지)이 제철이다. 홍어가 겨울철 알을 밴 채로 난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홍어는 20~80m의 바다 밑에 사는데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파도에 몸이 많이 움직여 낚시줄에 잘 걸린다. 어부들은 으레 이런 날을 기다려 악전고투하면서 홍어를 낚아 올린다. 낚시줄에 걸린 암컷 홍어의 몸에는 교미중인 수컷이 덩달아 붙어 올라오는 일이 많다.
이렇듯 홍어는 어획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특히 흑산도 홍어는 가격이 엄청 고가여서 웬만한 미식가가 아니면 맛볼 엄두도 내기가 쉽지 않다.
목포 시내에서 홍어요리로 유명한 곳은 금메달식당(061-272-2697). 목포상고 앞에 자리잡고 있는 금메달집은 20여 년간 한자리에서 홍어요리만 해온 전문점. 인근 흑산도와 홍도에서 나오는 홍어 가운데서도 최상품인 ‘암치기(암컷을 이르는 말)’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홍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홍어회(2~3인기준 12만원), 홍어찜(10만원), 보리순을 넣고 끓이는 홍어앳국 등이 있다. 여주인 박정숙씨의 나긋나긋한 여성미가 식당의 맛을 더한다. 홍어 한점에 막걸리 한모금 입안에 넣고 톡쏘는 맛을 느끼는 것이 제대로된 홍어 먹는 방법이다. ▲자가운전: 목포항 3호광장 근처. 목포상고를 찾으면 된다.
[강원 인제 - 소양호 빙어]
해마다 인제군 신남선착장 주변에 얼음이 꽁꽁 얼면 빙어낚시가 한창이다. 겨울이 한창 깊은 1월중에 빙어축제도 연다. 올해는 24일부터 26일까지. www.injefestival.com
소양호가 추위에 꽁꽁 얼어붙으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얼음 구멍을 뚫고 낚싯줄을 드리운다. 빙어는 바다빙어과의 냉수어종으로 본래 작은 바닷물고기다. 몸이 길고 가늘며 은어보다 더 날씬하고 입은 아주 작다. 빙어는 수온이 20℃ 이상이면 살지 못하는 깔끔한 성질을 갖고 있다.
산채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빙어회와 빙어튀김, 빙어무침 등이 별미. 빙어회는 랩을 씌운 그릇에 산채로 담아놓고 구멍을 뚫어 한 마리씩 산채로 꺼내 초고추장이나 야채로 싸먹는다. 비린내가 전혀 없어 초보자들도 쉽게 먹을 수 있다. 도저히 산채로 먹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빙어튀김을 즐길 수 있다. 특별한 조리가 필요하지 않아 유명 맛집이 따로 없다.
▲자가운전: 양평-홍천까지 44번국도를 이용한 뒤 홍천에서 인제가는 길에 신남을 지나게 된다. 신남 조금 지나면 춘천 소양호에서 배가 들어오는 선착장이 있다. 46번지방도를 타고 인제, 원통을 지나 미시령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십이선녀탕 계곡 지나 백담사 입구에서 황태덕장을 만날 수 있다.
[강원 고성 - 가진항 털게요리]
고성 가진항에서 겨울철에 제철인 해산물이 바로 털게다. 북한의 장전, 청진, 원산항 등 북한쪽 바다에서 난 것을 수입해 동해 어느 항구에서나 맛볼 수 있게 되었지만 직접 잡은 털게가 출하되는 곳은 고성 이북의 어항뿐이다. 1960년대 이전에는 동해안 전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남쪽에선 거의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
털게를 맛본 사람들은 울진이나 영덕대게보다 맛이 훨씬 낫다고들 한다. 털게는 온몸에 털이 보송보송 나있는 털북숭이 외모가 특징이다. 대게보다 다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몸통은 통통한 편. 그만큼 속이 꽉 차있어 대게보다 실속이 있다.
털게는 주로 차가운 한류가 흐르는 바다에 즐겨 사는데 보통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털게는 동해 어시장이나 횟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15분∼20분 정도 증기에 쪄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게 껍질에 붙은 내장도 양이 꽉 차고 간간해서 그 맛이 최고다. 참기름 한두 방울을 섞어 밥을 비벼 먹으면 좋다.
겨울철이 아니고서는 맛보기 힘든 요리중 하나지만 올해는 파도가 높아서인지 작황이 좋지 않아 고가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고깃배를 갖고 있는 소영횟집(033-682-1929)이 괜찮다.
▲자가운전: 원통 용대삼거리에서 진부령 쪽으로 넘어가면 간성면 대대삼거리. 좌측으로 가면 가진항, 우측으로 가면 통일전망대가 있는 거진항으로 가는 길이다. 거진에서 7번국도 따라 내려오면 속초-주문진-강릉까지 이어진다.
이혜숙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