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 해금강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 ||
곳곳에 숨겨진 비경들. 우물안 개구리라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곳들이 있다. 남에게 알려주지 않고 혼자 몰래 한번씩 찾아가고 싶은 곳. 아직까지 손때가 타지 않은 남해안 드라이브길을 따라 봄마중을 나선다. 아직은 미련이 남은 동장군의 칼바람이 매섭지만 그 속으로 스며드는 봄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경남 거제 여차해변~홍포 해안]
거제도는 사철 아름다운 곳이지만 특히 동백꽃, 벚꽃이 피는 3~4월이 되어서야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그래서 이즈음에는 다소 한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꽃이 아직 피지 않아 다소 썰렁하지만 번잡한 차량물결이나 바가지 상혼을 피할 수 있어 적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여행 코스로는 거제 시내의 신현읍에서 내륙을 가로지르는 여행방법이다. 신현읍에는 지난해 11월 즈음에 새로 단장한 거제포로수용소 기념관이 있다. 보기에도 번듯해진 만큼 3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한국전 때 17만 명의 인민군 포로를 수용했던 곳. 옛 천막들 앞에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둘러 옛 분위기를 재현했다.
이곳부터 1018도로를 따라 해금강을 향해 가다보면 거제 자연휴양림(055-632-2221)을 만난다. 겨울이지만 수목이 울창하다. 고갯길을 넘어서면서 바닷길이 펼쳐진다. 몽돌해변인 학동해수욕장.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어 동백군락지를 지나 해금강으로 들어선다. 3월이 되면 바다 옆으로 노란 유채꽃이 피어 물결치는 곳이다.
고개를 들어 바다를 바라보면 망망대해에 우뚝 솟아난 서너 개의 바위섬과 오후의 햇살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거제도 동남쪽의 갈곶도라는 바위섬을 거제 해금강이라 부른다. 유람선이 떠 있고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해변으로 가면 해녀들이 갓 따온 해물을 숙련된 솜씨로 썰어준다. 초고추장 정도는 서비스다. 회맛이 너무 달아서 소주 한 병은 금세 사라진다. 해금강 유람선은 해금강 말고도 학동이나 구조라, 장승포 등지에서도 뜬다 유람선을 이용하면 도중에 유명한 외도를 들를 수 있다.
돌아나오는 길은 여차-망산-홍포길이다. 남부면에서 동부면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거제에서도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해질녘 드라이브가 정말 일품이다. 섬의 서쪽해안이기 때문이다.
여차해변을 거쳐 홍포로 나오는 길에 ‘망산(379m)’이라는 팻말이 있다. 그러면서 도로는 비포장으로 변한다. 거제시는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포장공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갯길에서 바라보는 활처럼 휜 자그마한 여차마을을 바라보는 것은 물론이고 까마귀고갯길을 넘어서면서 펼쳐지는 낙조의 모습을 어찌 글자 몇 자로 끄적거릴 수 있는 풍광인가. 다포도, 소다포도, 대병태도, 소병태도, 가왕도, 어유도, 매물도, 등가도의 섬들이 손을 뻗으면 이내 닿을 듯 가까이 있다.
▲ 거제 해금강에서 해녀들이 갓따온 해물을 초고추장에 찍 어먹는 맛이 일품. 아래는 포로수용소. | ||
울창한 송림 사이에 나름대로 토속적인 인테리어를 잘해놓은 곳이다. 여주인은 배낭 하나 달랑 들고 친구 만나러 왔다가 이곳에 자리 잡은 지 5년이 넘었단다.
방앗잎 넣어 만든 뽀작장에 집에서 기른 싱싱한 유채생무침, 여러 가지 나물들을 넣어 썩썩 비벼 먹는 비빔밥 맛이 일미다. 거기에 색깔 고운 오미자차 한 잔까지 서비스해서 가격은 6천원. 마당앞 해송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를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민박도 가능하다.
[여행메모]
▲먹거리: 자연산만 고집하는 평화횟집(성포면, 055-632-5124)은 2대가 대물림해 이어온 집. 깔끔한 정성이 밑반찬 하나까지 스며있다. 장승포항 수협 옆 항만식당(682-3416)은 해물탕집이다. 젊은 내외가 탕이 식지 않는 용기를 개발하여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대중교통: 거제에서 여차마을 사이 대중교통은 없다. 다포마을에서 내려 2km 가량 걸어가야만 한다.
▲자가운전: 대전~진주간 대진고속도로 사천IC 이용. 사천읍에서 왼쪽 33번국도-고성-14번국도-통영-거제. 거제에서 1018지방도 이용해 거제자연휴양림-학동해수욕장 삼거리-해금강. 부산(부산여객선터미널), 진해(실전카페리부두), 마산(고현 여객선터미널) 등에서 여객선 이용. 해금강에서 나와 좌회전하면 여차 가는 길이다. 여차에서 곧추 직진하면 홍포와 만난다.
[전남 여수 돌산~성두포구 길]
항구 도시 여수에 들어가는 길목은 희뿌연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인지 아니면 시내에 들어선 공단에서 내뿜는 스모그 탓인지 내내 시야가 흐리다. 국내에 하나뿐인 검은 모래 해변 만성리를 거쳐서 마래터널을 지나면 시내다.
돌산대교를 건너면 향일암 가는 길이다. 향일암 도중 무술목 앞에서 수산전시관을 들러본다. 이곳도 예전에 비해 건물이나 실내에 볼거리를 많이 만들어 두었다. 무엇보다 무술목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시원하다.
향일암은 이제 율림치라는 주차장에서 걸어서 올라가야만 한다. 향일암 위에서 바라본 임포 풍광이나 아기자기한 돌무더기 속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절집이 아니었다면 더욱 화가 났을 것이다.
돌아나오는 길(율림리)에 새로 생긴 성두 작금쪽으로 난 도로를 타기로 한다. 해안도로의 아름다움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두포구를 들렀다. 자그마한 새우를 널어놓고 말리고 있다.
그 먹이를 찾아온 갈매기떼가 무리지어 있다. 어민들은 고기를 정리하느라 부산하다. 식당이라고는 단 하나. 낚시마을(061-644-2505-6)이라는 곳이다. 낚시배도 빌려주고 일출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배를 타고 바다까지 안내해준다.
해안도로를 타고 작금을 거치면서 바닷가 카페를 만난다. 올해로 6년이 되었다는 ‘언덕에 바람’(644-3178)이다. 주변을 잘 정리해두었고 실내 창 너머로 바다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곳. 2층은 가족 두어팀이 이용할 수 있는 민박동이 있다.
군내쪽으로 달려오다가 천왕산 은적사(644-1864)라는 절집으로 향했다. 자그마한 절집은 동백나무, 후박나무, 비자림 등이 울창하게 들어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찾는 이 많지 않아 호젓하고 들어가는 입구가 아름답다. 특히 절집에 사는 스님들도 일반인들의 방문을 대환영한다.
[여행메모]
▲맛집: 여수해물한정식집으로 소문난 여수시내 한일관(654-0091)은 우선 깔끔하고 푸짐하다. 4인이 되어야만 1인당 1만5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 상차림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무리다. 전라남도 지정 남도음식 명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다. 특히 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자가운전: 여수에서 돌산대교 건너자마자 거북선 전시장과 유람선 선착장. 수산전시관-방죽포 해수욕장-임포항(향일암)-나오는 길에 우측 성두 작금마을로 들어서서 해안드라이브 길.
▲ 먼 옛날 해룡이 암벽을 타고 승천했다는 고흥반 도의 용바위터. | ||
보성에서 고흥읍까지 4차선 도로포장공사가 거의 완공되었다. 나로도는 고흥읍에서 동남쪽으로 25km 떨어진 섬으로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은 연육교(나로1대교)와 연도교(나로2대교)가 놓여 배를 타지 않고서도 두 섬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내나로도의 덕흥마을과 외나로도에는 나로도(신금), 염포, 하반, 예내 등지에 해수욕장이 있다. 특히 외나로도는 섬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할 만큼 자연풍광이 빼어나다.
나로도 뒤켠 봉래산(382m)은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봉래산 가는 길엔 점점이 흩어져 있는 다도해가 한 눈에 내려다보여 아름답고 봄이면 해안가에 유채꽃이 피어난다.
봉래산 산행은 여수무선국 나로도 중계소에서부터 시작된다. 빽빽한 숲 사이로 난 자그마한 오솔길. 능선을 따라 8km 정도 가는 데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등산길에는 3ha의 드넓고 울창한 아름드리 삼나무 숲과 용을 닮았다는 ‘용나무’가 있어 볼거리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예내마을로 들어섰다. 자그마한 마을 앞 해수욕장은 해송이 어울려 아름답다. 마을을 벗어나면서부터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15분 정도를 달려가 언덕받이를 내려서니 자그마한 마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하반마을’이다. 40여 가구가 섬을 에둘러 군집하거나 혹은 떨어져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외나로도에서 가장 외딴 곳에 위치한 지점. 수령 오랜 소나무 방풍림과 부드러운 모래사장, 자갈해변이 이어진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돌담을 쌓고 아직도 장작불을 때는 옛 모습 그대로다. 이곳은 조만간 ‘우주기지’가 건립되기 때문에 사라질 예정이다. 지금 보상이 진행중이란다. 그 기간이 2~3년이 될지 아니면 더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사라지기 전에 빨리 들러볼 곳이다.
나오는 길에 나로도항(축정항) 어시장에 들르면 된다. 조업이 적어서 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대신 수협안은 나름대로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팔고 있다. 이 지역은 고기맛이 좋은 곳으로 소문나 있다. 포장을 해준다. 팔영산과 용머리 해안 드라이브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여행메모]
▲맛집: 고흥에서 나로도 가는 길목인 포두면 길목의 ‘고센’(061-833-0408)은 보리밥으로 소문나 있다. 5천원에 푸짐한 야채와 된장국, 나물 등을 차려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우야도예’(832-5185)는 전원카페 형태의 운치있는 외형을 갖고 있다. 도자기 체험 공방이 있는 테마공간. 전통차를 비롯해 녹차 수제비 등을 요깃거리로 내놓는다. 팔영산 능가사 가는 길목 황해식당(832-7946)은 한정식 전문점으로 예약을 해야 기다리지 않는다.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승주IC(857번 지방도)-벌교(15, 27번 국도)-고흥(15번 국도)-나로1대교-외나로도-나로2대교-내나로도 뒤켠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면 된다.
이혜숙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