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맹형규 특보 (오른쪽)강만수 특보 | ||
이번 개편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등 3명은 자리를 지켰고 박형준 정무수석과 이동관 홍보수석도 자리를 옮겼지만 청와대에 남게 됐다. 특히 이동관 수석은 지난해 말부터 거론되던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 통합의 ‘최후 승자’가 됐다. 박형준 수석이 비중이 큰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지만 뚜껑을 열기까지 통합 수장이 누가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 수석이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청와대를 지킨 ‘장수 수석’을 넘어 ‘왕수석’이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신임의 척도를 ‘청와대에 입성하거나 남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맹형규 정무특보와 강만수 경제특보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신설된 정무특보와 정보기술(IT)특보에 맹형규 정무수석과 오해석 경원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가 각각 선임됐고 경제특보에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과학기술특보에는 이현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이 내정됐다. 기존 김덕룡 국민통합특보와 이성준 언론문화특보를 합쳐 ‘무보수 명예직’인 대통령 특별보좌관은 모두 6명이 됐다.
청와대는 특보단 중 강만수 특보와 맹형규 특보는 청와대 내 상근한다고 밝혔다. 과거 특보는 비상근으로 청와대 인근 창선동 정부종합청사 별관 등에 사무실이 마련돼 상근하거나 필요할 때마다 청와대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이 같은 관례를 깬 것으로, 맹 특보와 강 특보를 청와대 내 지근거리에 두고 자주 찾겠다는 얘기다.
청와대에서 한 번이라도 근무해 본 사람들은 청와대 내부와 밖에서 일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라고 입을 모은다. 같은 업무를 맡고 있더라도 청와대 내부에서 일하는 것이 진정한 청와대 사람, 즉 ‘청와대 관계자’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권력은 통치자와 얼마나 가까운지에 좌우된다고 한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일정을 담당하는 제1부속실을 ‘문고리 권력’의 상징처럼 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일이 있을 경우 들어오던 때와 달리 청와대 내부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외부 사람들도 청와대로 불러 만날 수 있어 과거와 다른 파워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청와대 안과 밖의 온도차를 가장 많이 느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번에 정무수석이 된 박형준 수석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것은 지난해 6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2기 청와대 참모진이 출범하면서부터다. 작은 정부를 내세운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청와대 조직을 더 이상 늘릴 수가 없어 수석이 아닌 ‘기획관’이라는 직책을 받았다. 말은 홍보기획관이지만 산하 4명의 비서관을 두는 만큼 웬만한 수석보다 업무량이 많았고 그만큼 공간이 많이 필요했지만 기존의 직제에 없다보니 청와대 내 공간이 없었다.
청와대가 고민 끝에 찾은 곳이 바로 청와대 정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창선동 정부청사 별관이다. 박 수석은 1년 가까이 창선동 별관에 사무실을 두고 회의가 있을 때마다 청와대에 들어왔다. 창선동 별관은 청와대 정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로, 속칭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다. 하지만 일분일초를 다투는 업무 특성상 걸어가기에는 멀고 차를 타기에도 거추장스러운 거리다.
이 같은 물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홍보기획관실은 출범 초창기 상당히 고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 생긴 조직인 만큼 기존 청와대 1기 참모진 당시 정해진 틀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는 것.
홍보기획관실에서 일했던 한 행정관은 “지난해 6월 홍보기획관실이 처음 생겼지만 어떤 회의가 열리는지, 어떤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지 알기까지 상당시간이 걸렸다”면서 “청와대 내 상주했다면 기존 수석들과 업무분장이 보다 신속하고 쉽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공식적인 업무분장보다 오히려 중요할 수 있는 ‘귀동냥’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원천 봉쇄된 것이다.
홍보기획관실이 지난 5월 청와대 내부에 자리 잡은
이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는 각종 이벤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 수석 역시 “하루에도 서너 번씩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내려와 차 타고 본관을 왔다 갔다 했는데 그거 안 해서 너무 좋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수석이 수시로 열리는 회의에 가기 위해선 해당 비서관을 불러, 엘리베이터를 기다린 후 대기한 차를 타고 청와대 정문에 도착, 무거운 청와대 정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린 후 차에서 내려 회의실로 올라가야 했다. 적어도 10분 이상 걸린다. 다른 수석들이 해당 비서관의 어깨를 툭 치며 “회의 가자”고 말하며 2∼3분 내 도착하는 것과 비교하면 서럽기까지 하다.
이에 강만수 경제특보와 맹형규 정무특보는 청와대 내 상근한다는 상징성에 걸맞게 ‘광폭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사공일 특보 후임으로 임명된 강 특보는 친분이 두터운 윤진식 정책실장과 함께 경제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에선 벌써부터 윤-윤(윤증현-윤진식)에서 윤-윤-강(강만수)라인으로 변화하면서 약화됐던 감세정책이 다시 강화되는 등 정책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맹 특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 화두로 내세운 ‘화합과 통합’을 위해 종횡무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 맹 수석은 ‘통합’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사회통합위원회 업무도 관장하게 됐다. 일각에선 신설되는 사회통합위원회가 기존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미래기획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에 못지않게 중요한 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