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와 꽃들로 둘러싸인 아리랜드 전경. 갯벌체험을 하며 즐거워 하는 방문 가족(위쪽부터). | ||
한동안 호텔과 콘도를 지향하던 휴가 패턴이 지금은 고급 민박 개념의 펜션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연과 어울린 펜션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것이 그나마 자연친화를 지향하는 숙박시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펜션은 사실 어정쩡하다. 자연환경에는 근접했으되 딱히 밀착된 것은 아니고, 더더욱 자연속에서 사는 농촌 삶의 체험과는 거리가 멀다.
고향이 없는 아이들에게 시골을 체험하는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 팜스테이(Farm stay)다. 실제 농촌의 생활속으로 들어가 논밭에서 김도 매보고 미역도 감으며 부모들의 고향을 느껴볼수 있는 ‘타임머신 여행’이다.
휴가를 실속있게 즐기자면 뭘 제대로 보든지 배우든지 아니면 가장 화려하거나 멋진 여행을 즐기든지, 뭔가 남는 게 있어야 할 것이다. 팜스테이는 아이들이 좀체 기회를 갖기 어려운 농어촌 삶의 체험과 함께 주변의 산이나 계곡 바다에서 피서놀이도 실컷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실속있는 휴가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금강 가까운 서천나들목. 여기서부터 장항 방면으로 5분여를 가다보면 마서면 합전마을이 나온다. 이 곳에 팜스테이를 운영하는 아리랜드가 있다.
팜스테이는 일반적인 민박(홈스테이) 여행과 비교해 농장에서 묵는다는 뜻을 갖고 있지만, 단순한 숙박만이 아니라 농장의 농사일이나 시골생활을 체험하는 데 진정한 의의가 있다.
▲ 야생화 등으로 만들어놓은 분재. | ||
주인 정의국(46) 최애순씨 부부는 부지런한 농부일 뿐 아니라 각각 농학과 식품가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팜스테이라는 게 생겨나기도 전에 서울사람들과 농산물 직거래 공동체를 구성해 이들에게 가족캠프나 단체캠프를 제공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 농협에서도 전국적으로 가장 알찬 팜스테이 농원으로 이곳을 꼽을 정도다.
이 농장은 1948년 부친인 정순보씨가 ‘아리랑농장’으로 개장했던 곳인데, 저명한 육종학자였던 부친은 이때부터 이미 토종육성, 유기농법 등으로 ‘생명농업’의 이상을 키웠다고 한다.
일찍이 농장 야산 5천여평에 심은 1백50여주의 동백나무가 이제는 숲을 이루고 여기에 홍화, 수선화, 비비추, 섬초롱 등 화초와 목련, 왕벚나무 등이 어울려 지금은 매년 4월이면 동백축제를 열 정도가 되었다.
아리랜드의 팜스테이는 보통 1박2일 혹은 2박3일 정도 기간으로 운영된다. 가족 단위가 많지만 멀리 다른 도시지역으로부터 유치원이나 학원 같은 단체들도 종종 찾아온다. 서해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서울에서도 3~4시간이면 찾아갈 수 있게 돼 더욱 활발해졌다.
아리랜드 합전마을에서의 팜스테이는 계절마다 테마가 바뀐다. 농사일만 해도 봄이면 앵두따기 분재만들기, 여름이면 고추따기 돼지돌보기 김매기, 가을이면 벼와 고구마 단감 거두기, 겨울이면 비닐하우스 농사 등 다양하다.
▲ 염색체험. | ||
하지만 농사체험은 아리랜드 팜스테이가 주는 즐거움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합전마을은 바다가 가까워 경운기를 타고 잠깐이면 마을 건너 갯벌로 나갈 수 있다. 갯벌에서 뒹굴며 조개와 게 등 자그마한 바다생물들을 잡고 관찰하는 것은 모든 아이들이 좋아한다. 백사장이 있는 해수욕장(춘장대, 갈목)과 지역 특산물인 한산모시 전시관, 새들의 낙원인 금강하구 등도 아주 가깝다.
이밖에도 양파와 황토를 활용한 천연염색 배우기, 봉숭아 물들이기, 맷돌 돌리기(콩국수 두부), 떡메치기, 야산에서의 트레킹과 담력훈련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농장 주변의 각종 야생화를 소재로 분재를 만드는 프로그램은 특히 주부들에게 인기다. 합전마을이 생산하는 죽염장(전통된장 고추장)을 챙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숙식과 함께 모든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1박2일의 팜스테이 참가비는 성인 3만원, 초등학생 2만5천원이다. 문의 041-952-6321, www.ariland.net
[팜 스테이는?]
농촌 민박과 펜션이 농촌의 빈방을 빌려주는 개념이라면 팜스테이는 농촌생활에 잠시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대개의 팜스테이는 관광이나 놀이 프로그램들을 포함하고 있다.
특정한 농장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지만 온 마을의 농가들이 빈방을 제공하고 체험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것이 보통이다. 팜스테이가 가능한 농원, 농가는 전국에 걸쳐 등록돼 있다. 일년 내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원과 계절적으로만 운영하는 농원들이 있다.
농협 홈페이지에서 지역별 팜스테이 농원들의 연락처를 찾거나 농원의 개별 홈페이지들을 찾아 내용을 살펴보고 예약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농협 인터넷 http://nature.nonghyup.com
편경애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