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을 맞은 무등산이 코스모스 들길 위로 아늑한 산세를 드러내고 있다. | ||
우리 조상들이 본래 배산임수를 고을 입지의 철칙으로 삼았던 것이고 보면 오랜 대도시가 들어앉은 산자락이야말로 명산다운 명산이 아니겠는가. 광주광역시와 전남 담양군, 화순군을 아우르는 무등산도 그런 명산 가운데 하나다. 유난히도 잦은 비가 내리붓던 초가을 하루 광주 무등산을 찾았다.
무등산(無等山)은 백제 이전까지는 무돌이나 무당산이라 불려졌다고 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무당골이라는 골짜기가 증심사 뒤쪽에 있었고 깃발을 나부끼는 무당의 움막들이 듬성듬성 있는 곳곳에서 내림굿이 펼쳐지곤 했다. 광주의 옛 어른들은 산의 신령스러운 기운과 영험함을 믿으며 아직도 무당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무등이란 ‘부처의 경지가 높아 견줄 것이 없다’는 무유등등(無有等等)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름처럼 높고 낮음이 심하지 않아 넉넉하고 푸짐한 산처럼 보인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으며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거나 산책해도 좋다. 가을로 접어드는 산자락 곳곳엔 훌륭한 쉼터와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운 산수오거리에서 이어지는 관광도로를 따라 조금만 오르면 광주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가까운 저녁산책길로도 부족함이 없어 야경을 즐기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다. 전망대에서 잣고개를 넘어 조금만 더 가면 제4수원지가 있다. 이곳에는 해마다 오리과의 겨울철새 5백여 마리가 날아와 월동한다. 과거에는 원앙도 살았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청둥오리 쇠오리 흰뺨검둥오리들이 주인노릇을 한다.
수원지 앞으로는 청풍쉼터라는 작은 공원에이 있다. 청풍쉼터는 잔디밭 체육시설 놀이터 등을 갖추고 있어 유치원 소풍장소로 애용되며 주말이면 도시락을 펴놓고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훌륭한 휴식 장소가 되어준다. 잘 다듬어진 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수원지의 물결은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인다. 불편한 점은 주차장이 따로 없어 길가에 차를 세워야 한다는 것.
청풍쉼터에서 보이는 이정표는 본격적인 산길을 알린다. 유명한 유적지인 충장사와 원효사를 거쳐 산장까지. 충장사를 통해 이어지는 길은 무등산 수박으로도 유명한 동네와 함께 담양의 식영정 소쇄원 등 정자문화 지역과도 맞닿아 있다. 여름도 다 끝난 8월 하순경에야 그 거대한 자태를 나타내는 무등산 수박은 고집스레 옛 전통을 이어 재배되는 재래종. 재배에도 엄청난 정성을 기울이지만 터부시되는 몇 가지 사항까지 철저히 지킨 후에 수확할 때가 되면 반드시 산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
▲ 청풍쉼터의 김삿갓시비(위). 비에도 삿갓을 씌운 것이 이채롭다. 아래쪽은 무등산 수박의 ‘거대한’자태. | ||
원효사에서 가까운 무등산장은 여름이면 계곡을 찾아 올라온 사람들로 붐비지만 가을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시간을 즐길 수 있어 좋다. 30여 채의 닭요리집과 보리밥집들이 늘어선 앞으로 너른 광장이 있고 그 앞길을 지나면 곧 첩첩산중처럼 어둑하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물냄새 흙냄새 낙엽냄새가 어우러져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숲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오성암이라는 암자터가 나온다. 언덕에 이르면 앞으로 모후산과 조계산이 보이고 왼편에 보이는 것은 추월산과 백아산이다.
능선을 따라 가면 꼬막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꼬막재. 능선에 펼쳐진 넓은 벌판은 산중인지 들길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잠깐씩 오르막이 있을 뿐 정상을 바라보고 걷는 길은 완만하기 그지없다. 꼬막재에서 규봉암까지는 4.8km. 걸어서 두 시간 남짓 걸린다.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숲길 사이로 유난히 검고 들쑥날쑥한 바위가 보이는데 바로 규봉암이다. 규봉은 여래존석 관음존석 미륵존석이라 불리는 세 개의 돌기둥인데 무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무등산의 남쪽은 산장 쪽에 비해 조금 더 거친 산세를 보인다. 장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산행을 목적으로 찾은 사람들이 많고 곳곳에 빼어난 절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등산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인 증심사 쪽으로 오르는 길이다. 계곡을 끼고 숲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솔길은 연인끼리 손을 잡고 걸어도 좋다. 이 길을 따라 2km 정도 올라서면 토끼봉에 이르고 이곳에서는 남쪽의 봉황대와 북쪽의 동화사터로 내려가는 길로 갈라진다. 봉황대를 거쳐 중머리재에 오르면 널따란 초원이 펼쳐진다.
중머리재에서 산길은 장불재로 이어지며 무등산을 빙 돌아가며 꼬막재로 이어진다. 정상 가까이에는 원기둥 모양의 절리가 발달. 기암괴석의 경치가 뛰어나다. 동쪽 경사면에서 정상을 향하여 입석대 서석대 삼존석 규봉암 등이 있고 정상 부근에는 수신대가 있다. 이중 입석대는 돌이 기둥을 이루며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붙인 이름이다.
▲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 서석대. | ||
[10회 광주김치대축제]
맛의 고장 광주에서 10월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김치대축제가 펼쳐진다. 14일 낮 12시에 광주시청 앞~비엔날레 정문~행사장 주무대까지 이어지는 축하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각국 외교관들의 김치 담그기, 난타공연, 김치불꽃쇼까지 이어지는 첫날 행사. 팔도김치, 북한김치 등 전시행사와 김치체험 한마당, 민속 문화 체험과 함께 김치캐릭터 김치짱의 선포식까지 준비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전라도 사투리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으로 현장에서 참가 희망자를 당일 접수한다.
▲가는 길: 서광주 IC~중외공원~광주시립민속박물관
▲문의 광주시 관광과 ☎062-225-0101
이유미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