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둔산 기암괴석 사이로 단풍이 물들었다. 절벽 위 아찔한 계단은 ‘공중가교’. | ||
단풍이 아름다운 산 무주 적상산과 대둔산을 찾았다. 겨울을 재촉하는 찬바람 속에서도 마지막 단풍의 불꽃이 타오르는 가을산의 품은 훈훈하기만 하다.
병풍처럼 내리뻗은 기암괴석 능선 아래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보면 산의 자태를 스칠 듯 마주하며 속세는 저만치로 멀어진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경계에 놓여 두 지방에서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완주 쪽에서 시작하는 산행에는 늘 이렇게 사람들로 북적인다. 5분여 조용히 오르는 케이블카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산의 절경에 시선을 뺏기면서 긴 호흡으로 찬 가을공기를 마신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10분이면 금강 구름다리. 대둔산에서 빼놓을 수 없이 유명한 곳이다. 임금바위에서 입석대까지 매달린 이 다리는 50m의 길이로 사람의 걸음을 따라 함께 출렁거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처럼 조심스러워진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바위들과 옆으로 위로 깎아지른 능선들 사이 갈색 나뭇잎들이 하나둘 바람에 날려 오기도 한다.
▲ 금강구름다리. | ||
산 정상까지 이르는 동안 불규칙하게 놓인 돌계단도 다소 경사가 심한 편이다. 농담을 건네며 걸을 만큼 만만한 길은 아닌 듯하다. 덕분에 저절로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 깊은 산중 사색에 몰입하는 시간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는가 싶더니 나뭇가지들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산의 능선들이 아래로만 보이기 시작하고 걸릴 것 없이 불어오는 찬 바람이 산의 정상을 알린다. 해발 878m의 마천대다. 맑은 날 마천대에 서면 가깝게는 진안 마이산, 멀리로 지리산 천왕봉과 변산반도의 서해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서해에 붉게 스러지는 태양을 볼 수 있는 낙조대와 태고사를 만나며 서쪽으로는 바위 능선이 길게 서있는 옥계동 계곡으로 이어진다. 남쪽의 석두골 계곡은 대둔산에서는 유일하게 가뭄이 없는 지역으로 형제바위 등 경관이 많아 유명한 곳이다.
올해로 8회째 완주군에서 주최하는 대둔산 축제가 10월31일과 11월1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꾸며진다. 으레껏 있는 노래자랑 같은 행사 외에도 완주 곶감 깎기와 완주의 8품8미 전시 시식 행사가 함께 어우러진다.
▲ 완주쪽 대둔산 초입은 북적이는 반면 논산쪽 진입로는 조용하다. | ||
계곡으로 들어가면 양쪽의 단애가 비좁게 밀려드는 듯 으슥한 느낌을 갖는다. 군지골을 거쳐 마천대로 오른 다음 기암의 골짜기, 괴석의 능선을 따라 낙조대를 통과한 뒤 수락리 대둔산 입구 쪽으로 다시 내려오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는 군지골의 폭포들, 숲과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전혀 다른 산행의 즐거움이 있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연결되는 대전순환선 안영 IC로 빠져 복수-진산-대둔산 입구. 또는 호남고속도로 논산 IC로 빠져 양촌-운주-대둔산 입구로 갈 수 있고, 전주, 익산, 삼례에서 17번 국도를 이용 봉동-고산-운주를 거쳐 들어갈 수도 있다. 대중교통은 전주 대전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둔산까지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유미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