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극 <임꺽정> 세트장은 잘 보존돼있어 소박한 멋을 풍긴다. | ||
철원의 임꺽정 드라마 세트장은 복계산(1057m,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밑자락에 조성돼 있다. 색바랜 초가집이 여러 채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깊은 산골마을, 산적들의 산채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96년 TV사극 <임꺽정>을 촬영하기 위해 만든 세트장이다.
초가지붕만 그럴싸하게 얹었지, 벽돌 한장 없이 툭 잘라낸 소나무 기둥과 베니어판으로 벽과 담을 세운 가건물임에도 그동안 특별히 관리를 했는지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오히려 세월의 때가 묻어가며 색바랜 시골집이 더욱 질박한 맛을 더해가는 탓에 이후에도 <덕이> <다모> 등 사극들이 일부 장면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 무렵부터였을 것 같다.
일회용 세트장만 사용하던 방송사들이 스케일 큰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시골을 찾아내 세트마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그때 실제 깊은 산중에 재현된 임꺽정의 산채는 충분한 화제거리가 됐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충북 충주호의 MBC 세트장은 얼마 전 큰불이 나서 전소됐다. <상도> <다모> 등을 찍었고 <대장금> 촬영에도 활용되는 곳이었다. 드라마의 내용에 심취하면서 전국의 시청자들이 함께 나누었던 감동의 추억이 하나 사라진 것이다.
▲ 기암괴석 사이로 떨어지는 자태가 일품인 삼부연 폭포. | ||
세 명의 여성들은 잠시 들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떠나버렸다. 이곳까지 들러서 매월대폭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지킴이에게 간절히 애원해서 산으로 오른다. 폭포가 있는 매월대는 휴전선이 가까워 옛날에는 출입이 통제되었다.
이곳은 김시습이 거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은 다섯 살에 시를 짓고 최초의 한문소설이며 전기 문학의 백미라 평가되는 <금오신화>를 남긴 문학가로 유명하다.
신동이라는 소문이 자자하여 1440년 세종의 명으로 궁궐의 고관들이 직접 그를 보고 시험하였는데, 그 결과를 보고받은 세종은 훗날 그를 크게 쓸 것을 기약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때부터 김시습을 ‘오세신동’이라 불렀다.
하지만 세종 사후에 세조가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자 그는 관직을 버리고 이 일대 산촌으로 들어와 지냈다고 한다. 그에 얽힌 지명들이 많다.
산기슭에 높이가 40m 정도나 되는 매월대(595m)라는 절벽이 있는데, 깎아세운 듯한 층층의 기암절벽이 송림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아홉 선비가 매월대에 바둑판을 새겨 놓고 바둑을 두며 단종의 복위를 도모했다고 한다. 지금은 암봉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폭포는 매월동에서 4백m 정도 걸어야 한다. 천천히 산길을 따라 폭포를 향해 걷는다. 정적이 감도는 겨울산을 향해 오르는데 개 한 마리가 따라온다. 마치 등산객을 안내해주는 것처럼 험한 산길도 마다하지 않고 계속 따라온다. 인적 없는 호젓한 산길에 들리는 것은 물소리뿐. 움직이는 생명체는 큰 위안이 된다.
폭포에 이르러서 잠시 사라졌던 개는 언제인가 또 모습을 드러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개는 매월산장에서 기르는 개라고 한다. 예전에는 덕구라는 개가 안내를 했는데 덕구가 까닭 모르게 행방불명된 후부터 덕구의 배필이던 깜순이가 등산객 안내를 도맡았다고 한다.
▲ 올 여름 개장한 복주산 자연휴양림은 국내 최북단에 위치해있다. | ||
바위 절벽 위에 아슬하게 서서 자라난 소나무. 바위에서 자라는 나무는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왜소할 수 밖에 없다. 등산객을 위한 자일을 타고 암벽을 타오르면 주능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이 나온다.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산행을 즐겨도 좋다.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복주산 외에 국망봉(1168m) 화악산(1468m)이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대성산 외에 북한 땅이 널리 보인다고 한다. 정상 산행은 포기하고 하산하다가 옛 기억을 떠올려 약수터를 찾는다.
예전에는 약수터를 지나서 세트장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었지만 몇 년 전 수해가 길을 바꿔놓았다. 두꺼비 입에서 졸졸 흘러나오는 물줄기. 예전보다 주변이 많이 정리되어 있다.
매월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올 여름 개장한 복주산 자연휴양림(1157m, 근남면 잠곡3리)이 들어서 있다. 국내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휴양림이다.
예전에 누에를 많이 친 곳이라는 잠곡리 마을을 비껴가면 길 옆에 휴양림이 나선다.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아 시설물은 많지 않다. 가족들이 숙박할 수 있는 산림휴양관(10실)과 청소년수련원(미개장), 숲속수련장, 수변데크, 팔각정, 산책로 5km구간 정도다. 심야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겨울철 이용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지만 한적하게 하룻밤을 보내기에는 좋은 곳이다.
용이 목욕을 즐겼다는 용탕골의 청아한 계곡물이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다. 봄철이면 다양한 나물들이 돋아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고라니 멧돼지 족제비 등 야생동물과 금낭화 천만성 팥배나무 쑥부쟁이 등 희귀야생화가 지천에 널려 있는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고 있다. 철원-춘천간 463호 지방도가 개통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