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MB 친위조직의 부활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
지난 대선에 비해 규모는 크게 줄어들고 출범식 역시 조촐하게 치러졌지만 정권 초기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친 MB 전국조직의 ‘부활’에 정가의 비상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정치 개혁을 화두로 던지고 지방선거가 불과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동행대한민국의 향후 역할을 두고도 갖가지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동행대한민국은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선 당시 ‘저력’이 입증된 바 있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재가동할 것으로 보여 선거 판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선진국민연대의 ‘해체’와 동행대한민국의 ‘탄생’ 과정을 되짚어봤다.
“여러분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위기 때마다 강력한 동지와 협력자가 돼 달라.”
대선 승리 직후 선진국민연대가 마련한 당선 축하연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소감이다. 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들도 한결같이 “46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모아 표로 연결시킨 선진국민연대가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7년 10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김대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주도해 만든 선진국민연대는 ‘1인당 3명씩, 500만 표 승리’라는 소위 ‘135운동’을 전개하며 이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선진국민연대는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진골 조직’ ‘제2의 노사모’ 등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선진국민연대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에서부터였다. 박영준(비서실 총괄팀장) 김대식(사회교육문화분과 인수위원) 구인호(정무분과 실무위원) 정인철(기획조정과 전문위원) 등 선진국민연대 핵심인사들이 인수위에 참여했다. 당시 인수위를 출입했던 한 기자는 “박영준 차장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은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인수위에서도 사실상 모든 업무를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정권 출범 후에도 선진국민연대는 승승장구했다. 박영준 국무차장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에 임명되며 ‘왕비서관’으로 불렸고 권성동(법무비서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 김석원(대외협력팀장) 등이 선진국민연대 ‘몫’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 1기 내각에서도 선진국민연대는 약진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선진국민연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국회에서는 조진래·장제원 한나라당 의원과 박재순 최고위원이 선진국민연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이외에도 20명이 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난해 총선에서 선진국민연대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민연대 인맥의 약진은 특히 공기업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2월 이 대통령은 선진국민연대 인사 250여 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행사 사회자가 “공기업 감사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사장급만 소개하겠다”라고 했을 정도다. 신방웅 한국시설공단 이사장 임동오 사학진흥재단 이사장 김명수 안산도시개발공사 사장 표호길 전기안전공사 감사 조영래 지역난방공사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청와대 내각 국회 공기업 인사 등에서 선진국민연대가 세를 떨치자 여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고소영’ ‘S라인’ 인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영준 당시 비서관은 ‘권력 사유화’ 논란 끝에 물러났고, 선진국민연대는 낙하산 인사 진원지로 비난받았다. 결국 청와대는 지난해 6월 대대적인 인사 실태 점검에 나섰고 그 결과 상당수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이 옷을 벗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이 인사 전반에 대한 스크린을 했고 선진국민연대 출신이 주 타깃이었다. 워낙에 첩보가 많아 확인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상당 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고 이를 대통령께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선진국민연대는 일부 인사들의 이권개입과 주가조작 등으로도 도마에 올랐다. 선진국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강욱 씨는 지난해 11월 실버타운 인허가를 받아주겠다며 사업자로부터 2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비슷한 시기에 터진 노드시스템 주식 사기사건(<일요신문> 862호 참조)에도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도 이 사건은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져 수사 중이다. 또한 올해 3월 ‘청와대 성접대 파문’으로 물러난 행정관 중 한 명도 선진국민연대의 핵심 멤버였다.
구설이 계속되자 선진국민연대는 한동안 활동을 중지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박영준 전 비서관이 차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임명되면서 다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이어 2월엔 선진국민연대 주요 인사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다. 당시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이 대통령은 선진국민연대 측에 다시 한 번 지지세력 결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청와대 방문 직후 선진국민연대는 전격적으로 ‘해체’를 결정했다. 그후 선진국민연대 회원들은 이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조직을 모색했고 7개월여의 준비 끝에 ‘동행대한민국’을 출범시켰다. 여기엔 ‘왕비서관’에서 ‘왕차관’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박영준 국무차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열린 출범식에는 관련 인사 3000명가량이 참석해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자’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김 아무개 씨는 “우리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있을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동행대한민국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간판은 바꿔 달았지만 엄청난 회원 수를 기록했던 선진국민연대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규모가 작은 지방선거에서는 정예화된 동행대한민국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상당수 입후보자들이 동행대한민국을 통해 직접 출마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동행대한민국의 회원 면면을 살펴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선진국민연대가 보여준 힘을 감안하면 동행대한민국 역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