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자 인사특보를 지낸 신계륜 의원은 자신이 문희상 비서실장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며, 내년 총선이 끝나고 나면 자신이 입각할 가능성도 있 음을 내비쳤다. | ||
인사 후폭풍이 그치지 않는 요즘 과연 당선자 인사특보를 지낸 그는 노무현 정부의 조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청와대 입성 영순위’로 꼽히던 그가 ‘여의도’에 머물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3월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 의원를 만나 마음의 한 자락을 들춰보았다.
먼저 노무현정부 1기 조각의 ‘점수’를 물었다.
“물론 내가 했으니까 잘된 것이라고 본다. 점수를 준다고 하면 90점 이상 된다.”
하지만 그는 진대제 장관 이야기가 나오자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정보통신부는 도덕적인 인물보다는 민간 CEO가 될 만한 사람을 선발기준으로 삼았다. 업무능력 중심, 세계적 경험을 우선시했다. 진 장관은 대단히 유능하고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사람이다. 물론 도덕적 하자가 있지만 큰 문제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일부 언론에서 고건 총리가 이번 조각작업에 얼굴 마담에 불과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 의원은 “대통령이 문의하고 고 총리가 답하는 실질적인 협의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총리가 추천한 경우도 있었다”며 “고건 총리가 추천한 인사가 적어도 한 명 이상 된다”고 덧붙였다.
─인사특보 때 청탁이 많았을 텐데.
▲많이 받았다. 방법은 이메일, 늦은 밤 전화, 편지, 아는 사람 소개 등등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졌다. 하루에 많게는 수백 건도 받은 적이 있다.
─당시는 노 당선자가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며 강력하게 청탁문화에 대해 경고를 할 때인데.
▲사실 내가 받았던 것이 ‘청탁’은 아니라고 본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것이다. 자기 스스로 개혁 청사진을 만들어 제출하고 이력서를 주는 행위는 정보를 주는 것이지 청탁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부당한 압력과 행위가 있는 경우에만 청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청탁이 아니라 소개받은 경우가 많다는 건가.
▲그렇다. 하지만 청탁은 거의 없었다.
─있기는 있었다는 얘기인데 몇 건이나 됐나.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고, 많은 정보가 들어왔고 많은 소개가 들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을 추천하는 경우도 정보를 주는 차원의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청탁도 있었다.
노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뒤 A일보는 “신 의원이 당선자 비서실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안되었던 경우가 나밖에 없었다”는 요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나 내각의 요직에 기용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무성했으나 결국 ‘설’로 끝나자 기자들에게 서운함을 비쳤다는 기사였다.
“A일보 P기자가 썼는데 나는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노 후보 당선 전에 이미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정치적 야심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 가게 되면 대통령을 위한다고 하면서 결국은 자신의 정치 입지를 위해서 행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히 노무현과 같이 끝맺을 사람이 필요하다’, 지난해 비서실장에 임명되기 전에 그런 말을 전부 노 후보에게 했다.”
“사실 내가 대통령 비서실장 맡고 싶었으면 100% 갔지. 내가 주장했으면 그렇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할 사람이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문희상 비서실장을 직접 추천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언론에서 잘못 본 것 같다.”
신 의원은 A일보 P기자의 기사 내용을 부인하면서
“그 기자를 만난 적도 없다. P기자에게 물어보니 ‘다른 사람에게 듣고 썼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P기자는 “일간지 취재특성상 후배 기자들의 정보를 취합해 기사를 쓰기도 한다. 신 의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기자들에게 분명히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던 후배기자에게 그 사실을 듣고 기사화한 것뿐이다. 아마 당시 신 의원의 입장이 난처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실에 대해 부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인사특보로서 지켜본 노무현식 인사 스타일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노 대통령과 호흡은 잘 맞았나.
▲대체로 안맞는 부분도 있었다. 주로 내가 맞추는 쪽이었고 노 대통령이 맞추기도 했다.
─내각에 들어갈 여지는.
▲총선 끝난 다음 상황을 봐서 생각해볼 문제다. 지금 들어가면 몇 개월밖에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하는데 그래선 안된다. 아마 총선이 끝나면 지역구 의원들이 각료로 많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훨씬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이미 검증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2기 내각에는 많은 의원들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
─내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유리한 정치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수도권은 인물보다는 정당의 정치적 상황에 많이 좌우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 개혁에 더욱 진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