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이라도 맞은 듯한 배꽃 무더기에 온천지가 하얗게 변했다. | ||
배꽃이 일제히 함박 웃음 터트리는 봄의 절정. 달빛 머금은 배꽃 아래에는 서 있지 말일이다. 박색도 아름답지 않기 어렵고 절세 미녀도 배꽃을 능가하지 못하니 아무런 이익도 없다 하였다. 지금 나주골은 하이얀 배꽃이 절정이다.
춘사월의 어지러운 꽃 무리는 눈부시게 일어났다가 이내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의 운명을 닮았다.
마한과 백제, 고려와 조선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고장, 배의 유명 생산지인 나주. 시를 관통하는 주요 국도변은 물론 좁은 지방도로변에서도 하얀 웃음꽃이 만발하였다.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나주 평야를 적시고 붉은 황토의 건강한 대지는 풍성한 배밭을 가꾸는 데 부족함이 없었던 탓에 나주에서는 유독 배농사가 성했다고 한다.
더러는 “벚꽃, 진달래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는 5월의 아카시아보다 못하지 않나요”라며 ‘꽃놀이’ 명단에도 올리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순하고 더디게 찾아온 배꽃은 그 나름의 순박한 멋과 맛이 있다. 말없이 간직해 온 천년고을 나주의 정절만큼이나 지고 지순한 아름다움, 바로 달빛 머금은 배꽃의 자태를 말한다.
▲ 배꽃을 배경으로 모델을 찍는 카메라맨의 손길이 분주하다. | ||
배박물관이 위치한 1번 국도 변에는 ‘배꽃사진 촬영대회’가 한창이다. 길 좌우로 펼쳐진 나무들 사이로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들어간다. 붉은 황토 먼지조차 반기며 들어가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그 뒤를 따르는 카메라의 행렬은 그 자체로 축제의 분위기를 지녔다. 지나칠 땐 그저 예쁘단 생각 뿐이었는데, 꽃 터널 속에서는 생명이 느껴진다.
배박물관에는 나주배의 역사와 변천과정 및 유래, 보관방법, 재배기술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배 53점과 배를 이용한 음식 등 각종 전시물을 갖추었다. 6월까지는 리모델링중이라 눈으로 읽을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박물관 주변 외에도, 배꽃길이 아름다운 곳은 봉황면, 세지면에서 영산포로 가는 13번 국도변이다. 특히 세지면은 인파가 적어서 한가롭고 나무를 돌보는 사람들과 정겨운 대화도 나눌 수 있다.
▲ 배나무는 직접 인공수분을 해줘야 수확 때 손이 덜간다고 한다. | ||
나주 길라잡이
▲나주 버스투어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목요일에는 관광객을 위한 ‘나주 역사문화 알기 버스투어’가 마련된다. 오전/오후/1일 코스 등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남고문-금성관-고분군-불회사-배박물관으로 이어지는 15곳 명소를 문화해설사와 함께 돌아본다. 문의 문화공보실 061-330-7892
▲나주 전통 곰탕 ‘하얀집’
하얀집은 3대째 이어오는 나주곰탕의 명가. 새벽 3시부터 끓인 곰탕은 국물이 맑고 구수하다. 5천원. 061-333-4292
▲교통정보
고속철도 KTX: 용산서 나주역까지 2시간50분 소요. 하루 3회, 3만6천6백원. 고속버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나주-영산포행 1시간 간격. 자가용: 호남고속도로 광산IC-송정리-13번 국도/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1번 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