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운산 비탈과 능선에 연분홍 철쭉이 활짝 피었다. | ||
여행의 백미는 망운산 철쭉꽃 감상. 남해읍으로 가는 길에 삼동, 창선면 지족마을을 지나게 된다. 이곳은 봄철이 되면 멸치잡이가 한창이다. 남해 지족해협은 진도 울돌목 다음으로 물살의 흐름이 빠르고 수심도 깊어 고기가 많이 몰려 천혜의 죽방렴 여건을 갖추고 있다. 바다 위에는 V자 모양으로 죽방렴이 점점히 펼쳐져 있다. 대나무와 같은 재료로 발을 엮어 울타리를 만들어 고기가 들어올 때는 자유롭게 들어오지만 나갈 때에는 퇴로를 차단하여 도피하기 어렵도록 하여 어획하는 것. 남해에만 20곳 이상의 죽방렴이 설치돼 있다. 주종은 멸치지만 다른 잡어들도 많이 걸려든다고. 죽방에 걸려든 멸치는 손상도 되지 않고 맛도 좋아 `죽방멸치`라고 불리며 인기가 좋다.
멸치를 잡는 모습은 물때를 맞춰야 가능하다. 물이 빠져나가는 썰물 때라야 고기를 건져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 속에 잔 멸치들이 금방 잡힐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떼지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 멀리 고개를 들어보니 바다 위에는 열심히 자연산 미역을 따는 사람들의 손길만 부산하다.
망운산을 찾기 위해 찾아가는 길에는 한없이 넓게 펼쳐진 마늘밭을 감상할 수 있다. 마늘쫑 수확에 여념이 없는 농부들. 머지 않아 수확을 할 터이지만 한겨울에도 섬 전체가 초록빛을 띈다 할 정도로 마늘밭은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일렁거리는 보리밭과 호밀밭, 푸른 바다까지 가세하니 남해 전체가 초록빛이다.
망운산(786m)은 남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우리나라 섬의 산 중 제주 한라산과 울릉도 성인봉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이름처럼 정상 부근에 항상 맑은 구름이 머무는 산. 남해 여행객들이 주로 금산을 찾는다면 이곳 토박이들은 망운산을 더 즐겨 찾는다.
화방사에서 등산을 시작해야 하지만, 서면 남상마을(노구리)에 포장도로가 있다. 망운산 정상 송신철탑까지 이르는 길이다. 한없이 올라가야 하는 길이라서 운전이 쉽지 않다.
망운산 정상에 이르면 사방팔방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어느 방향으로도 시야가 틔어 조망이 시원하다. 정상에서 보는 주변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자그마한 섬들과 강진만, 연죽저수지, 청정해역의 서상 앞바다, 멀리 지리산, 여천공단, 여수 오동도, 삼천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지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경상도와 전라도가 나뉘고 있다.
▲ 철쭉과 함께 아름답기로 유명한 낙조(위쪽)와 푸른 마늘밭. | ||
철쭉만 감상하고 돌아내려오면 아름다움 하나를 잃는 셈이다. 해가 질 무렵까지 철쭉향과 바람을 타고 번지는 바다내음 맡으며 긴 휴식을 취하거나 인근에 있는 망운암까지 들러보는 것이 좋다. 망운암은 고려시대 진각국사가 창건한 암자. 이곳에서는 아침마다 붉은 해를 볼 수 있다.
하루해를 마감하는 시간, 점점이 떠가는 배 위로 조금씩 석양이 내리고 있다. 광양만의 하늘과 바다에 드리워지는 낙조가 져가는 분홍빛 철쭉과 어우러져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남해읍에서 돌아나올 때는 가천 다랑이 마을을 거쳐 나오면 된다. 앵강만과 여수만을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 금방이라도 바다로 빠져 들어갈 정도로 가파른 언덕길 위에 도로가 조성돼 있다. 본능적으로 몸은 바다 반대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남해 여행의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길이다.
이 길목에는 이제는 많이 알려져 관광객들이 으레 들러가는 가천 다랑이 마을을 만나게 된다. 인공의 계단식 논밭과 수십 채의 민가가 가파른 비탈에 절묘하게 들어앉은 남면 가천마을.‘암수미륵바위’와 ‘밥무덤’이라는 민속 유물이 있다. 마늘을 수확하고 나서야 다랑논에 모를 심는다. 이제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애환이 느껴진다. 한 평의 땅이라도 더 개간해서 살아야 하는 그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지는 그곳에 이름 모를 야생화만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남해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호구산(626m) 용문사다. 남해 보리암에 뒤밀리기는 하지만 이곳은 남해 제일의 고찰이다. 용문사는 신라 애장왕 때 창건된 이래 열두 명의 고승이 배출됐고, 임진왜란 당시에는 승병의 근거지였을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다. 이 절집이 좋은 이유 또 하나는 울창한 숲과 계곡이다. 햇살을 가려주는 푸른 숲길의 운치가 대단하다.
절집 들어가는 길가에는 소박하고도 정감 넘치는 표정의 목장승도 있고 절 입구 일주문 오른쪽 언덕에 9기의 부도가 있다. 절집 건물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지어놓은 형상이 서리서리 정성이 배어 있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내에 들어서 뒤켠으로 가면 차밭을 만날 수 있다. 차수확이 한창인 지금 차밭 위로 올라서니 멀리 앵강만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더 없이 좋을 듯하다.
▲ V자 모양의 죽방렴. 고기의 퇴로를 차단해 멸치떼를 잡는다(위쪽). 붉은색 연륙교가 보이는 단항항. 고기잡이 배조차도 마냥 여유롭게 보인다. | ||
물건리에서 멀지 않은 물건초등학교를 개조하여 만든 해오름 예술촌이 있다. 또 영화 <밀애>나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의 촬영지도 연계하면 좋을 듯하다.
길라잡이
★ 대중교통: 남해읍에서 서면 방면(대곡행)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여 화방사 입구인 대곡고개에서 내린다.
★ 자가운전: 대전-통영고속도로 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 사천 나들목-창선 연륙교-지족 죽방렴-물건리 방조림-남해읍-남상마을(망운산 입구, 정상까지 차량진입 가능)-망운산-남상마을-서상(스포츠파크)-가천마을-용소마을(용문사 입구)-용문사-물건리 방조림-오던 길로 돌아나오면 된다.
★ 맛집: 망운산 근처에 있는 남해별곡(055-862-5001, 서상리)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광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낙지전골이 전문으로 부드러운 낙지의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토담집으로 운치있게 장식했고 숙박도 가능하다. 남면 평산포구의 평산횟집(863-1047)과 선소횟집(863-0707)은 시설은 미비하지만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는 곳. 황토마을(867-1759, 지족리)은 손두부 전문으로 맛도 좋고 깔끔하다. 다랑이 마을에서 보리새우 무침을 안주 삼아 농주를 마실 수 있다. 낚싯배(862-8381, 김진길)도 이용이 가능하다.
★ 숙박: 서남해스포츠파크호텔(862-8811) 마린원더스호텔(862-8880) 남해가족휴양촌(863-0548) 황토휴양촌(864-350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