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애벌레’가 되어 숲속에서 뒹굴거리다 보면 어느새 숲과 친해진다. | ||
그러나 주변의 가까운 숲을 찾아 자연과 하나가 되어보는 색다른 방법이 있다. 온 가족 간단한 도시락을 싸들고 훌쩍 부담없이 찾아가 보자. 숲 생태 지도자와 함께하는 생태탐방. 막연히 정상에 오르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등산 패턴에서 벗어나 숲과 어울려 자연과 하나되는 생태탐방은 누구에게나 부담없고 흥미로운 나들이가 될 것이다.
햇살 눈부신 화창한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알록달록 화려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로 도봉산은 미어진다. 모두들 바쁘게 올라가고 있는데, 주능선이 아닌 공터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어른과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나무에 붙은 매미나 아기 품은 캥거루가 되어보는 이색적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주로 가족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은 성 베드로 학교에서 온 정신지체 장애 학생들도 참가했다.
이날은 도봉산의 24번째 숲 생태 탐방의 날. 일반인들이 참가하여 살아있는 숲을 느껴보고 숲과 친구가 되어보는 시간이다. 도봉산이라면 가끔 찾아와 별로 새로울 게 없어 보이지만 자연과 대면하는 색다른 시작으로 이날만큼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른바 에코 서클(eco-circle). 다같이 손잡고 둥글게 돌면서 도봉산과 눈으로 인사하고, 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코로 숲의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다. 마지막엔 ‘도봉산,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60~70명 되는 인원이라 세 모듬으로 나누어 생태 탐방은 진행되었다. 8명의 학생을 비롯하여 학부모, 교사 등 15명이 참가한 성 베드로 학교 팀은 숲 생태 지도자들의 인솔 아래 일반 가족들과는 조금 다른 프로그램으로 시작한다.
이 탐방은 천천히, 그리고 개별적으로 숲을 느껴 보는 데 의의가 있다. 작은 거울을 코 중간쯤 대고 숲 속을 걸어다니며 뱀이나 새의 시각으로 숲을 볼 수 있다. 하늘과 나무가 손에 잡힐 듯도 하고 땅이 눈 앞에 올라와 어지럽기도 하다. 나무 껍질이나 나뭇잎, 줄기 등을 만져보고 돌돌 말린 나뭇잎 속의 벌레 알집을 관찰하는 일도 신기하다. 준비된 루페(Lupe:확대경)나 돋보기로 잎 뒷면의 매미충을 관찰하기도 하고, 모양이 다른 나뭇잎을 주워다 스탬프 잉크로 찍어 나뭇잎 무늬 그림을 그리는 놀이도 한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고 산만하던 아이들도 숲의 친구들을 느껴보는 일에 몰두하면서 진지하고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다.
점심을 먹기 전, <애벌레 생태극단> 아이들의 연극 공연이 시작되었다. 토끼, 애벌레, 아까시, 찔레나무 등이 출현해 살아 있는 숲의 생동성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숲 속에서의 공연 관람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경험과 웃음을 제공한다.
▲ 걸리버가 된 듯 숲의 생물들과 작은 사진을 돋보기로 확대해서 들여다 보는 모습. | ||
‘인간 애벌레’가 되어 마른 낙엽 위에 누워 숲의 냄새도 맡고 뒹굴뒹굴 구르며 숲 속 생물들과 만나보는 일은 장애우들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놀이. 흰 종이를 나뭇잎 밑에 대고 그림자를 그대로 따라 그려보는 일이나, 눈을 가리고 촉각으로 나무를 느껴보는 일은 가족 단위로 하는 대표적인 놀이다. 미리 설치해 놓은 도구들─액자 망원경 사진기 등─을 이용하여 다향한 방식으로 숲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시간.
종이 액자 속에는 어느 사진이나 그림보다도 생생하고 멋진 자연이 담기고, 다 쓴 랩으로 만든 망원경을 통해 본 숲은 신선하다. 이끼 낀 동산에 꽂힌 발톱만한 작은 사진을 돋보기로 살펴보는 놀이에서는 걸리버가 된 듯하다.
탐방의 끝 무렵, 모두 모여 나무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지정한 나무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나무의 령(靈)이 된 사람이 답해 주는 것. 나무의 령을 자원한 아이들의 기발한 답변에 다들 감탄을 하고 아이들 또한 숲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기회가 된다.
하루가 알찬 숲 생태 탐방을 마치면서 자연과 나에 관한 인디언의 시가 마음에 와 닿는다.
‘나는 땅이다. 내 눈은 하늘이며, 나의 팔과 다리는 나무다. 나는 가죽이며 물의 깊이다. 나는 자연을 정복하고 착취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가 자연이다.’
숲 생태 탐방
▲숲 연구소: www.ecoedu.net/ 02-742-4526/ecoedu@ecoedu.net/한 달에 두번, 후원회원과 일반회원으로 나누어 탐방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참가비: 일반회원 1인당 1만원, 지방으로 가는 탐방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매월 1일부터 선착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도봉산 국립공원: 입장료 어른 1천6백원, 학생 청소년 군경은 6백원, 어린이 3백원(단체 할인 적용). 북한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2-909-0497~8 / 도봉분소 02-954-2566
▲자연 해설 프로그램 안내: www. npa.or.kr/bukhan/ 매년 4월~10월/ 전화 이메일 인터넷으로 선착순. 예약 문의 02-909-0498, pukan@n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