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영화 <태극기휘날리며>의 평양 시가지 세트장이고 아래는 <단적비연수> 촬영장 | ||
산마루에 넓게 펼쳐진 황매평전은 영화 속 장면이나 그림엽서 한 장처럼 아름답지만 가까운 지리산의 위용에 묻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다면 여기 황매산이 딱 좋은 그곳이 아닐까.
황매산은 경남 합천과 산청에 걸쳐 있다. 최근 산자락에 세워진 영화 주제공원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천만 관객을 단숨에 돌파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합천)와 사극영화 <단적비연수>(산청)의 촬영지를 기념하여 조성된 공원이다.
새로운 관광명소 대열에 들고 있는 황매산의 초여름을 소개한다.
합천읍에서 합천댐의 보조댐 관광지까지 달리다보면 오른 편 담 위로 줄지어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는 세트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평양 시가지 전투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2만여 평 부지 위에 극장 병원 미용실 선술집 등을 재현한 50여 채의 모형 건물과 벽에 붙은 삐라 현수막 벽보 등이 50년여 전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냈다.
대부분은 전쟁으로 불에 타거나 쓰러진 모습을 재현하고 있어 스산하고 우울한 분위기다. 건물 외벽의 파편과 깨진 유리알갱이들이 전화가 휩쓸고 간 시가지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폐허가 된 잿더미에서 다시 연기라도 피어오를 것만 같다. 관광객들이 찾는 동안 커다란 폭발음과 처절한 비명소리까지 영화 속 효과음이 곳곳에 설치해놓은 스피커를 통해 세트장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다. 엄마아빠 손을 잡고 소풍 나온 아이들에게, 현실이 아닌 전쟁터의 모습은 신기한 것 투성이다. 세워진 탱크까지 타보느라 바쁜 모습이다.
황매산 오르는 길은 합천군 가회면과 산청군 차황면 양쪽에서 각기 시작된다.
▲ 성철스님을 기려 지은 ‘겁외사’(위)와 면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익점 기념관’. | ||
가회면에서 오르는 황매산은 산중턱의 목장까지 도로가 나 있어 철쭉 군락지까지도 차를 이용해 오를 수 있다. 바쁘지 않은 걸음으로 널따란 초원의 품에 안겨가는 맛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지만 먼 길을 달려 지친 사람들에게는 한시라도 빨리 풀밭에 뛰어들 수 있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 될 것이다.
시야에 가득 차 오는 저 푸른 초원 위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철쭉제가 끝난 구릉의 정상에는 제단으로 다듬어 놓은 곳의 축제 깃발과 황매산 장승까지 먼저 보인다. 늦은 꽃잎을 단 철쭉 사이를 걸으면 깊은 미로처럼 길을 잃을 것만 같다. 미로에서 벗어나면 산청 쪽 봉우리까지 한눈에 들어와 시원하다. 바라보는 눈에는 초록물이 들 것만 같다.
황매산을 빙 둘러 이어지는 합천에서 산청 가는 오도리 길가에는 지방기념물인 이팝나무 고목이 서 있다. 꽃이 피는 오월이면 나무 위에 흰 쌀밥을 푸짐하게 차려놓은 것 같다는데, 꽃이 진 유월이라 초록잎만 무성해 아쉽다.
산청군 차황면에서 오르는 길은 합천 쪽보다 자연미가 더 잘 살아 있다. 특히 기묘한 형상의 암벽들이 끝나지 않을 듯 펼쳐져 있어 감상하며 오르는 재미가 견줄 데 없다. 산을 즐기는 나홀로족들이 즐겨 찾는 길이기도 하다.
황매산 입구. 신령스러운 바위가 장관인 곳에 영암사지(靈巖寺址)가 있다. 신라시대의 절터다. 어디 없어진 절이 한두 곳일까마는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로부터 신령스러운 기운이 그대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허름한 요사채만으로 쓸쓸한 기분이 드는 절터에 자줏빛 모란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세워진 영화 주제공원은 연인이나 가족 나들이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공원 앞 안내도는 산행을 여러 갈래의 주제로 나눠 각각의 목적이나 취미에 맞게 안내해 준다.
영화 속 주제를 따라 가는 탐방로라 할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주제공원이다. 다섯 남녀의 애절한 사랑과 운명을 그린 영화 <단적비연수> 촬영지다. <은행나무 침대Ⅱ>라는 부제에 걸맞게 공원 입구에는 밑 기둥만 남은 큼지막한 은행나무 고목까지 세워놓았다. 입구에서부터 자못 신비스런 분위기가 감돈다.
본래 영화 세트장으로 조성된 곳을, 촬영이 끝난 후 31채의 원시부족 가옥을 복원해 남겨놓았고 주인공의 캐릭터와 함께 1천여 점의 소품, 영화 관련 자료들도 한데 모아놓았다. 황매산 정상 아래로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10개의 풍차며 대장간, 칼, 활, 봉화대 등의 소품이 흥미를 더한다. 산봉우리 위로 보름달이라도 뜨는 날이면 흑백의 명암으로 바람에 흐르는 구름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 황매산 ‘영화 주제공원’. 영화 <단적비연수>가 촬영된 이곳에는 원시부족 가옥과 주인공들이 사용했던 소품, 영화 관련 자료들로 가득하다. | ||
마을 촌로들은 황매산의 옛 이름 할미산이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기억 속에는 아직도 베틀골 어느 바위 위에서 할미가 베를 짜는 모습도 그대로 남아 있다.
황매산을 뒤로 하고 단성나들목 부근에 다다르면 고려시대 문신 문익점이 중국에서 숨겨들어온 목화를 최초로 심은 곳이라는 목면 시배유지가 나온다. 이를 기념하는 전시관도 있다. 목화를 심어 무명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면화의 역사, 베틀과 물레 등 옛 면직기구들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갖춰 놓았다.
이곳 재배지 옛터에서는 지금도 목화를 기른다. 산업의 목적보다는 삼우당 문익점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그 기술의 발전사를 계속해 보여주기 위해서다.
단성면 묵곡리,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바로 옆에 성철 스님 생가와 이곳을 지키기 위해 건립된 겁외사가 있다. 본래의 생가터에 없어졌던 스님의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과 동상을 세웠다. ‘시간과 공간 밖에 있는 절’이라는 뜻의 겁외사(劫外寺)는 생가터와 함께 이미 전국의 불자들이 참배하러 오는 명소가 되어 있다.
합천 읍내를 거쳐 남정교 앞에서 우회전해 15km 정도 들어가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평양 시가지 세트장(사진 왼쪽)이 나온다. 입장료는 어른 1천원, 어린이 5백원. 영화 <단적비연수> 촬영장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산청IC-차황면 국도59번-신촌마을을 거쳐 들어오면 된다. 문의 산청군 문화관광과 055-970-6421~3
여행 길라잡이
▲황매산 가는 길:
. 88고속도로 거창 IC-24번 국도-12Km-봉산대교 입구에서 우회전 다리 통과-59번 지방도-율원초등교에서 좌회전-수원리 우회전-1089번 지방도-대병면 유전리-하금리-황매산 군립공원
. 남해고속도로 군북 IC-79번 국도-의령-20번 국도-대의면 우회전-33번 국도-삼가면-60번 지방도-장대리-1089번 지방도-가회면 둔내리-황매산 군립공원
▲숙식: 황매장 055-933-7063, 황강장 931-5222, 유전모텔 933-1279, 국일장 933-7888, 하얏트여관 931-4533, 아리랑여관 931-7926. 합천호에서 황매산 가는 길에 식당과 황토방을 갖춘 석정가든(933-3153)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