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성계곡 강선대. 수량이 풍부하고 땀을 식힐 만한 숲그늘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 ||
여기에 허브 차 한잔의 낭만과 낙숫물 맞기, 숯가마 찜질 체험까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 산 계곡 숲 연극의 묘미가 어우러진 덕유산 자락 거창으로 문화 피서를 떠나보자. 깊고 맑은 산수에 마음은 청정해지고,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담은 연극 퍼레이드에 더위는 물러난다.
첫째날
덕유산 향기를 몸안에 채우듯
일단 첫날은 향기로운 차 한잔의 낭만과 여유로 워밍업한다. 대진고속도로를 달리다 무주IC에서 탈출, 37번 국도를 달리다 수승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서상 방면 1028번 지방도로를 20여 분 달리면 거창군 북상면 월성계곡에 닿는다. 월성계곡 초입 강선대에는 지난 2000년 문을 연 허브 농원 ‘민들레울’(055-942-5006)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2천5백여 평 농장에 라벤다, 로즈마리 등 60여 종 허브가 노지 재배되는 숙식 가능한 체험형 농원.
▲ 월성계곡엔 발만 담가도 몸이 덜덜 떨릴 만큼 차가운 물이 철철 흐른다. | ||
월성계곡에 발을 담근 덕유산 자락,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가면 민들레울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전통찻집 점터(942-7921)도 있다. 덕유산 동엽이재와 상여듬으로 오르는 병곡리 빙기실에 자리잡은 점터는 주인 내외가 산에서 직접 캐온 약초를 파는 전통찻집이다. 야생초만 이용해 향이 진하고 몸에 이롭다. 자줏빛 고운 머루차 한 잔에 황토찻집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의 낭만이 온몸을 적신다. 거창 10경 중 하나인 빙기실계곡 등 점터를 둘러싼 원시 자연의 멋 또한 산골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다.
둘째날
낮엔 계곡 바캉스, 밤엔 연극마니아
남덕유산 자락, 거창군 북상면과 위천면 일대는 계곡으로 시작해 계곡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계곡의 천국을 이룬다. 국립공원지역에 버금가는 비경과 산수를 간직했으면서도 계곡욕에 별다른 제한이 없는 것도 매력. 어디서나 물놀이를 즐기며 캠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피서지로 이름난 계곡은 월성계곡, 위천계곡, 수승대, 유안청계곡 등 네 곳. 그 중에서도 국제연극제(8월17일까지)가 열리고 있는 수승대는 특히 빼어난 비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퇴계 이황 선생이 그 수려함을 격찬했던 수승대는 특히 거북이 형상의 거북바위와 어울린 계곡미가 압권이다. 커다란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이며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연교, 물에 발 그림자를 담근 요수정의 조화가 한폭의 그림 같다.
볼거리와 놀거리도 풍성하다. 붉은 배롱나무꽃으로 뒤덮인 구연서원과 고색창연한 관수루, 호젓한 원각사 등 역사적인 볼거리와 함께 사계절 물썰매장, 간이 수영장 등 시설도 갖췄다.
수승대 최대의 볼거리인 연극 관람은 낮 동안 물놀이를 즐기던 계곡에서 너른 강과 바위, 솔숲이 보기 좋은 수승대 일대 야외무대로 자리만 옮기면 된다. 계곡물 소리 출렁한 무대 위에서 총총이 빛나는 별을 헤아리며 연극을 관람하다 보면 더위도 없이 하룻밤이 저문다. 연극이라기보다는 강과 산을 배경으로 한 한바탕 축제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공연이 주로 저녁시간에 몰려 있어 낮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 수승대 한 곳에 머물며 계곡욕과 연극 관람을 동시에 즐겨도 좋지만 각자의 개성과 목적에 맞게 계곡을 선택하는 것도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
▲ 1.유안청 계곡(위). 2.수승대 거북바위(아래왼쪽)수승대는 퇴계 이황 선생도 반한 비경이다. 3.월성계곡 사선대. | ||
셋째날
연수사 낙숫물과 숯가마 찜질
거창에서의 마지막 날은 ‘건강욕’을 위한 헬스 투어를 즐겨보자. 목적지는 감악산 기슭에 위치한 연수사. 거창읍에서 남상 방향 1006번 지방도로를 타고 달리면 매산저수지 지나 감악재에 닿는다. 푸른빛이 감도는 바위 구멍에서 떨어지는 맛 좋은 샘물로 유명한 연수사는 감악재 정상에서 좌회전, 산길을 굽이 돌면 나타난다. 절은 작지만 사시사철 온도가 변치 않는 약수로 인해 휴가철이면 새벽부터 밤까지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남녀탕으로 구분되어 있는 약수탕은 이곳의 명물. 신라 헌강왕이 중풍을 고쳤다는 전설과 함께 30∼40년 전엔 한센병 환자가 약효를 봤다는 소문도 전해진다.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는 낙수를 샤워하듯 온몸으로 맞는 것이 낙숫물 목욕의 요령이다. 얼음물 저리가라 할 만큼 물이 차다. 하지만 낙숫물을 맞으며 차갑다는 비명을 질러서는 안된다. “몸이 얼 듯이 차가워도 참아야 약이 된다”는 것이 연수사 공양주의 귀띔.
이용료는 무료이며, 조명시설이 잘 되어 있어 밤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물 맞이 후 수승대 가까이 있는 숯가마 찜질방에서 언 몸을 녹인다. 24시간 운영되는 참숯굴 찜질방(055-943-9199)의 숯가마는 5개. 참나무를 구워낸 가마에서 뜨뜻하게 몸을 지질 수 있다. 찜질 사용료는 4천원, 황토방에서 묵으려면 2천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찜질방 이용시 서비스로 제공하는 목초액도 눈에 띈다. 무좀에 특효라는 소문 때문인지 찾는 사람들이 많다. 땀을 낸 뒤 곧바로 씻어내지 않고 황토기운을 보존한 채 무주를 거쳐 귀경하면 거창에서의 2박3일 여행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