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멀리 태안의 명물 할미 할아비 바위가 보인다. | ||
올해는 어디쯤 ‘풍덩’ 발을 들여놓을까. 태안반도 해상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즐길 수 있는 온천 휴양림 유적지까지 올 여름 서해안 휴가의 ‘풀 옵션’을 챙겨보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태안군=안면도’라는 등식에 익숙해져 있지만 안면도가 지금처럼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태안은 만리포 천리포 같은 전통 해변들로 더 잘 알려져 있던 곳이다.
하지만 새로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편하게 안면도를 찾는 게 가능해지다 보니 이제 이곳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해안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반면 예전 태안 가는 길목쪽에 자리잡은 비경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안면도 가는 길. 어떤 길을 선택해서 어느 해수욕장을 가든지 후회없는 여행을 맛볼 수 있겠지만 올 여름 태안에 간다면 ‘가보지 않은 길’을 따라 색다른 즐거움을 찾아 보는 건 어떨까. 태안-안면도에 접근하는 다양한 길목을 샅샅이 뒤져 태안 관광의 ‘옵션’들을 정리해 봤다.
1. 서해대교 건너 방조제 드라이브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태안이나 안면도로 직행하는 건 초보 운전자에게도 비교적 쉬운 도전이다. 하지만 변화있는 드라이브를 원한다면 서해대교 건너서는 국도로 들어서는 게 좋다. 길도 꼬불꼬불하고 한 시간 정도 더 걸리기 때문에 다소 성질 급한 운전자에겐 난코스다.
하지만 시원하고 넉넉한 풍경은 여름 드라이브의 참맛을 보여준다.
서해대교 건너 당진IC에서 석문방조제-왜목마을-대호방조제-도비도농어촌휴양단지 대산읍까지는 둘러가기 흡족한 외길 드라이브 코스다. 석문-대호방조제를 논스톱으로 달리는 맛은 활주로를 날아가듯 가슴이 뻥 뚫린다. 서해대교부터 시작된 직선주행을 더하면 모두 오십리 길은 너끈히 될 듯하다.
당진 왜목마을은 일출,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그 명성에 비하면 아직 소박한 포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왜목을 지나 대호방조제 중간에 도비도가 나온다. 잘 개발된 농촌휴양지와 무료 갯벌체험, 저렴한 해수탕과 전망대 등이 있어 잠깐 머물러 한숨을 돌리고 가는 것도 좋다.
▲코스 소개: 서해고속도로 송악IC-38번 국도-석문방조제-왜목리 화력발전소 앞-대호방조제-도비도농어촌휴양지(041-351-9320)-대산-서산-태안
▲ 원 안은 소원면 어은돌. | ||
서산 마애삼존불과 더불어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태안 마애삼존불(태안읍에서 603, 634번 지방도로 이용)은 태안의 주산인 백화산 정상부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백화산의 아찔한 암릉과 성냥갑처럼 오밀조밀한 마을 풍경, 서해의 장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자동차로 산마루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으며 능선을 차로 달리는 기분이 짜릿하다.
이원면 북쪽에 위치한 꾸지나무골이나 사목해수욕장은 조용하고 자그마한 해변으로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서해의 땅끝마을로 불리는 ‘만대포구’는 꾸지에서도 10여 분을 더 달려야 한다. 밀물 때 포구였다가 썰물 때면 한적하고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모습이 신비롭다. 하지만 숙박시설이 제대로 없어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른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만대 가는 길 가로림만의 아름다운 경치와 염전 등 풍경은 이색적이다.
원북면으로 건너면 학암포, 구례포가 차례로 이어진다. ‘학바위’를 뜻하는 학암포는 주변의 기암괴석 등 볼거리가 많고 고운 백사장 길이가 2km에 달한다. 포구가 있어 먹거리가 풍부하고 숙박시설도 잘 갖춰진 편이다. 태안 제5경에 속하는 신두리 사구도 학암포에서 멀지 않다.
▲코스 소개: 대산읍에서 고남저수지 방면 634번 지방도로-팔봉면-태안 마애삼존불-이원면 만대포구(603번), 원북면 학암포해수욕장 및 신두리(634번)
3. 십리 천리 만리포 거쳐 구름포
만리포가 유명한 태안반도에는 천리포 십리포 일리포도 있는데, 천리포 북쪽에 있는 의항이 십리포, 구름포가 바로 일리포다. 그 이름처럼 해변의 길이가 각기 차이가 있고, 규모에 따라 각기 다른 바다 풍경을 연출한다.
십리포는 일명 ‘개목’(개미의 蟻, 목항 項=의항)이라 부르는데 주변 경관이 수려해 다시 찾는 이들이 많다. 이곳에서 2km 정도를 올라가면 주민들이 구름포라 부르는 일리포 해안이 송림사이로 드러난다. 지난해부터 펜션과 민박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만리포를 기준으로 남쪽으로는 어은돌과 파도리 등 가족 휴양에 적당한 해변들이 있다. 살가운 어촌 풍경과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기암괴석의 풍경이 그만이다. 게다가 어은돌은 자갈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비오는 날 더욱 운치 있어 장마철에 가도 좋은 이색 해안 마을이다.
▲ 안면도 삼봉해수욕장엔 사랑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사랑바위’가 있다. 아래는 서해의 땅끝마을로 불리는 만대포구. | ||
태안에서 안흥항으로 가는 603번 지방도로를 시원스레 달린다. 이곳 근흥면의 명소는 연포와 갈음이 해수욕장, 그리고 섬 유람선이 출발하는 안흥항이다.
연포는 특히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아 본래 솔개 연(鳶)자를 쓰던 이름이 사모할 연(戀)으로 바꿔 불리게 됐다. 아담한 해변의 분위기가 과연 ‘연인의 해변’에 어울리는 듯하다. 솔섬 거아도 삼섬 지치섬 토끼섬 등이 눈앞에 점점이 떠있고 낮은 야산이 반달 모양으로 해변을 감싸고 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촬영장으로 알려진 갈음이해수욕장은 연포에 비해 더욱 작고 아담하다. 백사장의 모래가 뽀얗고 고와서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고 요즘은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이 태안반도의 남쪽 끝이라 이제는 77번 국도를 따라 안면도 방면으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는데, 아직 하나의 즐거움이 더 남아 있다. 안면도 넘어가기 전 ‘꿈에 그리던 몽산포’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넓은 해안선과 소나무 숲, 완만한 해수면, 정렬된 숙박시설 등 어디 한군데 모난 구석이 없어 가족단위 휴양지로 적격이다.
5. 휴양의 파라다이스 안면도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안면도에는 안면송으로 불리는 사구 해송림에 둘러싸인 해안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특히 꽃지 일대는 이미 MT 혹은 가까운 데이트 코스로 정평이 나 있는 곳. 대신 숙박요금이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다.
세 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삼봉해수욕장은 길이 3.8km의 깨끗하고 긴 백사장을 갖고 있다. 해수욕장 우측에는 ‘사랑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사랑바위가 있는데 많은 싱글들의 손때로 반질반질하다. 삼봉 옆에는 가을철 ‘대하축제’로 유명한 백사장해수욕장과 안면, 두여 등 널찍한 바다가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두여에서 조금 내려가면 만나는 방포항은 음식점이나 민박 등 가장 많은 편의시설이 몰려 있는 곳. 꽃지와 연결된 무지개다리에서 할미, 할아비 바위 뒤로 떨어지는 낙조는 안면도 여행의 포인트다.
인근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산책 코스로 적격이다. 77번 국도를 이용해 좀더 남쪽으로 내달리면 섬의 끝 고남면 영목항에 닿는다. 도중에 샛별 장삼 장돌 바람아래 등 이름도 정겨운 해수욕장들이 연달아 이정표를 드러낸다.
달리는 도로 양쪽으로 마을과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영목항을 목전에 둔 언덕에서 절정을 이룬다.
▲코스 소개: 안면대교 건너 해안관광도로-방포, 꽃지-77번 국도-영목항
6. 태안 주변 개심사, 덕산온천
태안읍이나 안면도에 가기 위해서는 보통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나 해미IC를 이용한다. 그럴 때마다 ‘한 번쯤 가봤으면’ 하면서도 그저 지나치게 되는 곳이 해미읍성, 개심사 주변이다. 29번 국도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해미읍성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읍성이자, 오늘날까지 가장 완벽한 형태로 남겨진 성읍이다. 해질 무렵이나 이른 아침 해미읍성을 걸어보자.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쯤이야 간단하다.
이왕 해미읍성에 들렀다면 647번 지방도로를 따라 운산목장의 풍요로운 풍경을 만나볼 것! ‘마음이 열린다’는 개심사로 가는 길은 목장을 지나는 647번 지방도로를 통해 연결된다. 봄이면 벚꽃으로, 여름이면 초록 평원의 싱그러움으로 나그네를 유혹하는 매력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개심사 부근에서 1박을 한다면 서산마애삼존불을 거쳐 덕산온천 지구로 가보자. 피부미용, 신경통 등에 효과가 탁월한 자연온천 지구로, 내년 6월쯤에는 덕산 스파캐슬이 개장한다. 수덕사도 그곳에 있다.
▲코스 소개: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647번 지방도로-개심사 / 서산IC-32번 국도-운산-개심사
▲여행 안내: 서산시청 문화관광과 041-660-2498, 개심사 688-2256 태안터미널 674-2009
▲인터넷: 태안군청 관광안내 tour. taean.go.kr / 안면도닷컴 anmyondo. com / 펜션 www.anmyondo.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