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산속을 헤매며 산삼을 찾는 재미와는 또다른 맛이겠지만, 온가족이 함께 인삼 농가에 머물며 농촌의 가을도 체험하고 밭에서 직접 인삼을 캐는 체험은 맛과 재미가 함께한다. 금산 인삼축제와 함께 문을 연 홍도마을 인삼밭으로 안내한다.
인삼은 담배와 함께 아무나 기르고 캘 수 없는 특별한 작물이다. 때문에 재배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인삼 밭에 쉽게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도 접근이 허용된 인삼마을이 특산지에 등장해 색다른 체험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인삼 특산지인 충남 금산군에서도 일반인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홍도마을이다. 예로부터 복숭아꽃이 만발하여 ‘홍도리’라 불리던 이 마을은 60여 가구가 인삼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질 좋은 인삼을 인정받아 인삼테마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홍도마을은 5년 전부터 도시민을 위한 팜스테이를 시작했다. 이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3년 전부터는 수확철에 맞춰 인삼 캐기 체험도 포함시켰는데, 반응이 매우 좋단다.
“아저씨 한 뿌리만 더 캘래요.”
“아빠가 많이 캐오랬단 말이에요.”
서울에서 온 꼬마는 시골 농부를 한참이나 졸라댄다. ‘한 사람에 한 뿌리씩’ 캐기로 했던 약속은 어디로 가고 녀석은 4년근 인삼 한 뿌리를 벌써 손에 움켜쥐고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고놈 고거 욕심 많네. 녀석이 인삼 비싼 줄은 아는 모양일세.” 어른들은 꼬마의 투정에 껄껄 웃음으로 답한다.
일요일 아침. 인삼 캐기 체험을 나선 사람들만 모두 열 가족. 이들은 모두 1박2일의 홍도마을 농촌체험여행에 참가한 도시인들이다.
인삼은 워낙 고가인 데다 농기구를 잘못 사용하면 옆에 남아있는 다른 인삼의 뿌리까지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참여한 가족들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그래서 체험할 때는 반드시 ‘마을 어른들의 안내를 받을 것. 한 가족씩 차례대로 들어올 것’과 같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와, 진짜 인삼이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삼밭을 구경한 아이들의 외침. 산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심봤다”를 외치는가 하면 어른들은 아이들이 즐거워 하나 덩달아 신이 난다.
▲ 인삼 캐기, 탈곡, 감 따기 체험(위부터). 기름진 흙냄새에 도시 아이들도 반했는지 어느새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이다. | ||
인삼의 효능이야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일반 보약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암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에 숙취해소나 간장에 좋다. 하지만 몸에 좋은 만큼 재배도 그만큼 힘들단다. 홍도 마을 대표인 양현철 씨에 따르면, 인삼밭은 농사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어 사실 일반인 대상의 체험 코스로는 무리가 있다. 그것도 보통 파종한 지 최소 4년은 넘어야 수확할 수 있고, 수확을 위한 준비작업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이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다.
특히 홍도마을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다른 어느 생산지보다 사토신이풍부한 질 좋은 인삼을 생산한다. 그러한 홍도 인삼을 알리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마을 주민들 모두가 외지인들의 방문을 반기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체험 프로그램이 큰 수익은 내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다녀간 분들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인삼이나 유기농 쌀 등을 안심하고 구입합니다. 1~2년이 아니라 10년을 내다보고 하는 일이지요” 마을 대표 양현철 씨의 대답이 믿음직스럽다.
사실 인삼 체험은 홍도마을 1박2일 체험의 일부분일 뿐이다. 가족 중심의 체험여행에는 아이들과 함께 해볼 만한 자연체험이 풍성하다. 여치 집 만들기, 논우렁 잡기, 고구마 캐기, 벼 베기, 탈곡, 직접 캔 인삼 유리병에 담기 등 다양한 농촌 자연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마을 뒷산의 전설이며 감 따기, 가마솥에 두부 만들기등과 같은 향토색 짙은 문화를 경험하고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한아름 느티나무처럼 언제든 반겨줄 것 같은 홍도마을로 이번 가을, 건강도 찾고 웃음도 찾는 체험 여행을 다녀와도 좋겠다. 인삼 캐기는 10월 말까지 계속된다.
금산 홍도마을 - 실속정보
▲참가신청: 홍도마을 대표 양현철(041-752-6861)/ http://hongdofarm.go2vil.org/
▲주요 프로그램: 여치집 만들기, 논우렁 잡기, 탈곡하기
▲인삼체험: 인삼 캐기, 인삼화분 만들기, 인삼 유리병에 담기
▲먹거리 체험: 손두부 만들기, 된장만들기
▲찾아가는 길: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이용, 금산IC에서 전라북도 용담댐 방향으로 홍도마을까지 15분.
▲주변볼거리: 칠백의총(홍도마을서 10분 거리.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서 일본군과 싸우다가 순절한 중봉 조헌과 영규대사를 비롯한 칠백 명 의병들의 무덤이다. 사적지인 종시에 칠백의총 입구에 있는 연못의 경치가 빼어나다. 푸른 하늘과 붉은 단풍의 조화가 멋진 가을풍경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