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물결을 이룬 명성산 억새. | ||
가을의 정열이 단풍이라면 가을의 우수를 상징하는 것은 억새다.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억새군락. 소문난 억새 명소여서 이곳은 지금 인산인해다. 특히 명성산은 억새와 함께 단풍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어서 일석이조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속세를 떠났다 하여 속리(俗離)를 쓴다는 속리산. 속리산 하면 우선 떠오르는 곳은 법주사가 있는 충북 보은군이다. 하지만 화양동구곡과 선유동구곡, 쌍곡구곡 등 아름다운 계곡은 충북 괴산군에 속해 있으며 속리산에서도 최고의 명소라 할수 있는 문장대는 경북 상주시 관할이다. 법주사쪽에서 문장대를 오르기도 하지만 거리가 짧고 문화재관람료 부담이 없다는 이유로 상주시 화북지구에서 오르는 사람도 많다.
상주시는 속리산 동쪽 일부 지역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속리산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문장대 오르는 첩경이라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가을 단풍이 들 때는 인산인해를 이뤄 형형색깔 등산복 단풍이 출렁이는 곳이다.
장암리 매표소(입장료 1천6백원)를 지나면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비(5천원)를 내고 성불사에 주차를 하는 것이 좋다. 딱히 차량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절집까지는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 가는 길목에 오송폭포가 있다. 팻말이 있지만 문장대 진입로를 지나야 하며 성불사 가는 길목이라서 눈여겨 보지 않은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칠 장소다.
폭포는 길 옆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이 들어가 있다. 15m 낙폭으로 떨어지는 오송(五松)폭포는 속리산 신선대에서 발원한 계류다.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볼 만하다. 소나무 사이로 곱게 든 단풍에 아침 햇살이 비쳐 눈부시다. 성불사 앞에 주차를 해도 친절하게 안내 해주는 배려가 고맙다. 성불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약수터. 입구의 커다란 바윗돌 사이로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물을 채우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나서야 한다. 진입로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길 중간 큰 바윗돌을 기점으로 등산객들의 발자국 흔적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가면 산행로와 만난다. 문장대까지 4km가 안되는 거리지만 내림길이 없어서 다소 힘들게 느껴진다. 계곡 옆을 하염없이 정상만 바라보고 오르는 일이 만만치 않다.
정상부터 내려온 단풍은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중간중간 아름다운 단풍이 산행의 힘겨움을 덜어준다. 한참을 올라가면 쉴 바위가 나선다. 몇 개의 기암이 모여 있는 바위에 올라가 숨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더 올라가면 백일산 제단이 나온다. 커다란 바위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바위 밑에 제단이 있을 뿐, 팻말 이외에 설명은 없다. 더 올라가면 산죽길이 나선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길 위로 고개를 들어보면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휴게소다. 단풍철이라서 그런지 식사하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기암괴봉의 평평한 공간엔 보이는 것은 사람뿐이다. 휴게소에서 문장대가 지척이다. 사람이 많은 이맘때는 약 30분을 줄지어 서서 기다려야 한다.
▲ 문장대가 지척으로 보이는 휴게소. 알록달록한 행락객들은 또 하나의 단풍물결을 이루고 있다. | ||
해발 1,054m 지점에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오른 커다란 바위. 양방향으로 철계단을 냈다. 오래전에는 밧줄을 이용해서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부에는 산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비좁다. 그래도 이곳에 서니 속이 확 트인다. 속리산 최고봉인 천황봉과 관음봉, 칠성봉, 시루봉, 투구봉, 문수봉, 비로봉 등 높고 낮은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이 펼쳐진다.
문장대는 세 번 오르면 극락왕생한다는 말이 있는 곳이다. 설악산 봉정암도 그런 말이 있는데 아마도 그만큼 오르기가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리라.
명성산(923m)은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 이동면,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에 위치하고 있다. 명성산은 가을마다 사람들로 북적댄다. 정상부에 억새군락지가 있기 때문. 억새축제가 일찌감치 끝났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억새군락지에 이르는 길은 크게 두가지. 자인사와 등룡폭포다. 자인사 코스는 거리는 짧지만 길이 워낙 험하고 가파라서 초보자에게는 좀 힘겹다. 대부분 걷기 편한 등룡폭포쪽을 택한다.
길은 여러 사람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다. 초보자도 무리없이 산행할 수 있지만 가을 가뭄 탓인지 푸석거릴 정도로 흙먼지가 이는 것이 흠이다. 입과 코를 가릴 수 있는 손수건을 미리 준비하면 좋을듯. 억새와 단풍을 함께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2km 남짓한 계곡은 비선폭포, 등룡폭포, 이정폭포 등으로 이어진다.
등룡폭포를 기점으로 험로와 평탄길로 나뉜다. 편한 길을 택하면 군락지까지 1.2km. 약간의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간간히 억새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억새군락지를 예고한다. 막바지 힘을 쏟아내면 드디어 팔각정과 삼각봉의 정상 밑으로 드넓은 억새 군락이 펼쳐진다. 꽃이 일찍 져서 황량한 느낌을 주지만 실망할 정도는 아니다.
군락지 초입에서 팔각정까지 1.7km. 황금빛 억새에 취해 오르다 보면 약수터를 만난다. 다른 곳의 나무는 다 잎을 떨궈내고 있는데 약수터 옆의 나무는 푸르다. 약수터 앞에는 팻말이 있다. 일명 궁예약수터.
명성산은 궁예왕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산이다. 궁예가 신하들과 함께 망국의 한을 달래며 이 산에서 통곡했다고 해서 생긴 지명으로 전해오기 때문이다. 궁예가 왕건에게 패하여 이곳까지 쫓겨와 크게 울었다고 하여 ‘울음산’이라고 하다가 명성산으로 칭하게 되었다고. 약수는 궁예의 망국의 한을 달래주기 위해 눈물처럼 샘 솟는다고 하는데 마시는 사람이 많아 물 고일 틈도 없다. 물맛이 차고 달아 가슴 속까지 스며든다.
약수터에서 팔각정까지가 지척이다. 더 산행을 원하는 사람은 팔각정에서 삼각봉 정상으로 향하면 된다. 하산 길은 자인사쪽을 택하는 것도 괜찮다. 깍아지른 절벽이 보기에도 아찔한 험로이긴 하지만 하산길에 산정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 문장대(위)와 자인사. | ||
속리산 안내
▲대중교통: 법주사가 있는 보은쪽 속리산은 대중교통이 편리하나 장암리 코스는 대중 교통으로는 불편하다.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화북행 시외버스가 있다. 또 상주~화북간 시내버스나 청주에서 오는 직행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음성나들목-82번 지방도 이용, 금왕. 금왕-음성을 거쳐 34번 국도-괴산. 괴산에서 상주쪽으로 진행하다 쌍곡교에서 우회전하여 517번 지방도를 탄다. 송면 지나 화북면에 이르기 전에 팻말이 있다. 문의 화북분소(054-533-3389)
▲별미: 화북면에는 송어회가 유명하다. 화북 문장대 회가든(533-8934)과 오송횟집(민박 가능) 등이 있다. 소나무식당(531-2661)은 다슬기국이 조식으로 괜찮다.
명성산 안내
▲대중교통: 서울상봉터미널-운천행 버스가 포천 경유 아침 6시부터 30분 간격, 동서울종합터미널(02-446-8000)에서 신철원행 직행버스 이용 운천 하차. 또는 서울 전철 4호선 수유역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운천행 직행버스 이용. 운천-산정호수간 시내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15분 소요).
▲자가운전: 통상 의정부에서 43번 국도 이용. 운천에서 산정호수. 47번 국도를 이용할 경우에는 일동-이동으로 오면 된다. 철원 도평리까지 뚫려 있다. 팻말따라 영북쪽으로 나오면 삼거리. 이동쪽으로 가다가 팻말따라 좌회전하면 산정호수.
▲별미: 등산로 입구 토속음식점에서 김밥, 빈대떡을 포장해준다. 또는 멀지 않은 이동쪽의 갈비촌이나 순두부집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