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창오리 군무 | ||
고니 큰고니 쇠기러기 개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말똥가리 붉은부리갈매기 개똥지바귀 그리고 가창오리. 특히 가창오리는 겨울철 한반도에 머무는 65만 마리 가운데 60만 마리 이상이 금강을 찾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 철새조망대를 새로 설치한 금강하구 군산시 성산면에서는 세계적인 조류학자들이 참가하는 철새세미나와 함께 대규모의 철새관광 페스티벌이 열린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금강하구둑으로 달려가 보자.
한편으로는 환경오염과 도시화의 영향으로 철새들이 머물 곳이 줄어든다고들 걱정했었다. 최대의 철새도래지라던 창녕 우포늪 같은 곳은 훼손되고 들판은 농약으로 오염돼 한반도는 철새들에게 더이상 안전하지 않을 것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자연의 복원력이랄까. 곳곳에 새로운 철새 명소들이 생겼다. 지금은 금강하구다. 전국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떠오른 곳은….
▲ 금강 철새조망대. 새에 대한 자료도 갖췄다. | ||
가창오리 외에도 각종 희귀조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금강 주변으로 몰려든다. 지난해 국립환경연구원의 겨울철새 센서스에서도 전국 1백18개 철새도래지 가운데 가장 많은 철새들이 이곳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늘을 나는 새들이 유난히 금강을 선호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물론 바다처럼 넓은 금강 하구의 넉넉하고 진한 물과 이 물이 만들어놓은 기름진 벌판 등 자연환경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이 남모르게 들여온 공도 무시할 수 없다. 군산시는 강변 십자들녘 1백30만여 평의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들과 ‘생물다양성 관리계약’이란 걸 맺고 있다. 농사 짓는 동안 농약사용을 자제하고 벼를 추수할 때에는 땅에 떨어진 낙수들을 겨울 새들의 먹이로 남겨 거두지 않는 ‘생태마을’을 조성한 것이다. 물론 그만큼 줄어든 수입은 시에서 보상한다.
그뿐인가. 금강호를 찾는 새들을 위해 ‘긴급구조 의료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조류 관찰소를 설치하여 관찰하고 있다가 부상당한 새가 발견되면 즉각 출동하여 구난하고, 먹이가 부족하면 나서서 먹이도 뿌려준다. 오로지 계절풍을 따라 연고도 없이 오고 가는 철새들에게 이만큼 따뜻한 고향이 어디 있겠는가.
겨울 철새는 으레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나그네 새’로 여겨져왔지만, 금강호 군산 땅은 이제 철새들의 고향으로 바뀌었다. 여름 동안 북녘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겨울이 되어 귀향하는 셈이다.
올해 군산시가 완공한 금강철새조망대는 금강호에서 볼 수 있는 온갖 철새나 텃새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도 준비해놓았다. 전망대 전망레스토랑 철새신체구조탐험관 철새탐조회랑 세계희귀조류전시장 조류공원 등 세계철새페스티벌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축제와 관계없이 철새들의 군무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