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종이 인형을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 한지로 팽이를 만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꾸밀 수도 있다(위). 최기순 작가의 닥종이 인형에는 삐쭉빼쭉 골난 표정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까지 다양하게 담겨있다. | ||
질기고 투박하면서도 은은함을 잃지 않는 것이 꼭 우리 민족의 특성을 빼닮은 한지. 예부터 한지는 생활용품에서 보석상, 지승항아리 등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한지의 재료는 닥나무껍질. 닥나무를 통째로 찌어 분리한 하얀 내피에 잿물을 섞어 달이고, 닥풀뿌리를 으깨어 짜낸 끈적한 물을 혼합한 후, 대나무 발(簾)로 종이물을 떠서 말리면 완성이다.
한지는 곱고 흡수성과 통기성이 뛰어나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공장에서 ‘뚝딱’ 찍어내는 새하얀 서양종이의 생명이 기껏 50년에서 1백 년에 불과한 데 비해 한지는 세월이 갈수록 결이 고와져서 1천 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시장에서는 한지 만들기 과정 가운데 종이뜨기에 참여할 수 있다. 종이를 뜰 때는 발(簾)을 흔들면서 입자가 뭉치지 않고 고루 퍼지도록 종이물을 잘 뜨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보기보다 어려워서 초보자들이 만든 종이들은 어떤 부분은 두껍고 어떤 부분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 일쑤다.
한지 염색도 해볼 수 있다. 한지 염색에는 홍화 소목 치자와 같은 천연염료를 이용하는데, 형형색색 물든 한지는 자연 그대로를 옮겨 놓은 듯 화사하고 우아하다.
이렇게 공을 들인 한지는 공예품을 만들 때 재료로 사용된다. 이곳에서는 컵받침, 팽이, 사각함, 복주머니, 제기, 종이꽃 등과 함께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한지 공예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단연 닥종이 인형 만들기다. 미리 제작된 인형모형 위에 몇 겹의 한지를 오리고 붙여서 만드는 ‘약식 체험’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약식으로밖에 만들 수 없는 이유는 시간적 한계 탓이다.
떠꺼머리 총각을 만들지, 갈래머리 처녀를 만들지, 곰방대를 입에 문 할아버지를 만들지 미리 생각해 두었다가 현장에서 지도해 주는 인형작가의 도움을 받아 완성해 나가면 된다.
닥종이 인형의 생명은 얼굴표정이다. 눈 코 입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 인형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나타낸다. 닥종이 인형의 매력은 표정을 과장해 표현하는 데 있다. 굳이 예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다. 골난 마음을 표현하고 싶으면 들창코에다 실눈을 치켜 뜬 모습을 만들면 되고, 그 반대라면 반달 눈에 함지박만하게 입을 벌리고 웃는 모습을 만들면 그만이다.
직접 만든 인형과 전문작가의 인형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민속박물관 입구에서는 유명 닥종이 인형작가인 최기순씨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시골장터의 각설이,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말타기 놀이하는 꼬마 등 1백40여 점의 닥종이 인형들이 모여 어른들에게는 그 때 그 시절의 아련한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과거로의 타임머신 여행을 톡톡히 제공한다.
한지문화체험전
▲문의: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02-411-4763∼5
▲기간: 3월1일까지 매일 9시30분∼17시
▲입장료: 어른·중고생 4천원 어린이 3천원
▲체험비: 2천∼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