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록리조트 파도풀(위), 아산스파비스 실외온천풀 | ||
이럴 때 역시 좋은 것은 따끈한 온천이다. 겨울여행의 백미라 할 온천여행은 겨울 산행의 뒤끝이라도 좋고, 스키여행이나 철새구경을 겸해도 좋다. 전통 있는 온천들은 자연상태의 물 그대로 몸에 보약이 되거니와 요즘은 놀이시설을 겸한 테마온천과 현대적인 사우나 찜질방에 황토방 해수탕 약탕 노천탕을 갖춘 곳들이 많아서 물의 즐거움이 더욱 커졌다.
눈이 시릴 만큼 파란 겨울하늘, 푸른 대숲에 둘러싸인 작은 노천탕이 하나 있고 추위에 떨던 당신은 탕 속으로 슬그머니 한 발을 넣어본다. 작은 소름이 온 몸으로 전달되고 그 느낌이 사라지기전에 나머지 한쪽 발을, 나머지 몸 전체를 매끄럽고 부드러운 온천수에 맡긴다. ‘스르르’ 언 몸이 녹는 소리, ‘쭈우욱’ 웅크렸던 어깨 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가만히 감은 두 눈과 시린 겨울바람이 두 뺨을 살짝살짝 지나가지만 그럴 때마다 온천수의 따뜻함과 여유는 더 크게 다가온다.
요즘 같이 피부가 까칠하고 건조해지는 겨울에는 온천만한 피부 보양(保養)도 없다. 피부에 민감한 여자들이라면 레이저나 피부 박피술과 같은 첨단의학에 의지하기에 앞서 이런 자연스러운 방법의 피부보호도 염두에 두자.
그러나 이런 온천의 효능만 강조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유, 혹은 가족간의 친밀한 공간으로서의 기능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거기에 다양한 놀이 공간까지 포함된 거대한 테마온천들의 등장이 한몫을 한다.
그래서 이제는 온천에 어떤 목적으로 가는가 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켜나가는 데 주력하는 온천들이 있는가 하면 가족간의 모임이나 여가 공간으로서 더욱 의미 있는 온천들도 있다. 가족끼리냐 친구끼리냐에 따라 온천의 선택 폭도 달라진다.
테마1 역사속 ''약수''
보양온천
시설 좋은 온천보다는 수질을 우선하는 사람들은 검증된 온천수를 찾아 먼 길 마다 않고 찾아간다. 좋은 물을 찾는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은 역시 전통이 있는 온천들이다. 수안보 덕산 온양 도고 동래 유성 부곡 또는 덕구온천처럼 적어도 몇 백 년 전부터 온천이 사용돼 왔다거나, 기록에 남아있다거나, 온천수가 자연적으로 용출되고 있는 곳들을 꼽을 수 있다. 이천 오색 척산 등도 옛 기록에 온천의 효능이 기록된 곳들이다.
충주 수안보는 우리나라 최초로 자연 용출온천이 발견된 곳이며 약 3만 년 전부터 솟아올랐다고 전해지는 곳. 온천장들이 대형 아파트단지처럼 빼곡히 들어선 온천지구에서 자연온도 53℃의 약알카리성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수안보파크호텔 온천장이 대표적. 리듐을 비롯한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등 천연 미네랄 성분이 살아있어 받아놓은 지 한 달 이상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경북 울진 응봉산 기슭에 자리 잡은 덕구온천은 지금으로부터 약 6백 년 전, 마을 사냥꾼이 발견했다고 한다. 해발 1,000m의 산자락에서 지하 관정이 필요없이 스스로 솟아오르는 온천수는 현존하는 온천수로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수다. 약알칼리성으로 피부병 당뇨병 신경통 등에 좋다. 바다 가까운 산속에 오롯이 스파월드가 자리하고 있어 며칠씩 숙박하며 휴양을 겸 온천을 즐기기에 알맞다.
충남 아산에는 세 군데 대단위 온천지구(온양온천 도고온천 아산스파비스)가 조성돼 있다. 역사가 가장 오랜 곳은 온양온천. 1천3백 년 전 왕가의 행궁이 지어진 곳으로 이조실록에도 등장하는 온양온천은 효과면에서 여전히 전통의 성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KTX가 연결되면서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강한 유황성분으로 상처 치료에도 효과가 뛰어난 도고온천에는 대통령들이 휴가를 겸해 이용하던 온천호텔이 있다.
한계령 넘어 설악산 주전골에 위치한 오색온천은 ‘약수’로 더 잘 알려진 곳. 오색그린야드 대욕장은 독특하게도 따뜻한 온천과 함께 이 지역 특유의 탄산천까지 솟아나고 있어 온천과 냉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테마2 웰빙형 레저
테마온천
당장 테라피 효과에 집착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에게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는’ 것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는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전통 온천의 수질에다 수중 레저를 더한 가족형 테마온천들이 속속 등장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공간, 재미가 있는 온천욕이다. 요즘 같이 한파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따뜻한 온천수에서 파도도 즐기고 갖가지 효능의 이벤트탕도 선택할 수 있는 테마온천은 이미 그자체가 새로운 웰빙형 레저로 자리잡고 있다. 온천장을 놀이공원처럼 꾸민 부곡하와이는 이제 고전에 속한다. 설악워터피아, 아산스파비스, 대구스파밸리, 천안의 상록리조트 등은 사계절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다.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리기에도 좋아 최근 가족단위 휴양시설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덕구온천, 부산 허심청 황토탕, 거제해수온천 노천퍼니팍 모습(위부터). | ||
천안상록리조트 아쿠아피아는 가족호텔 눈썰매장에 컨트리클럽 골프코스까지 갖춘 본격 종합레저시설이다.
테마3 피로는 가라
관광온천
마음 먹고 떠나는 명승지 주변에 온천까지 있다면 관광을 중심으로 온천까지 겸하는 일석이조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등산 후 피로를 풀어주는 온천행이라거나, 겨울바다를 보러 갔다가 만나는 해수탕. 이런 곳에서는 숙박시설을 갖춘 온천장을 찾아 기분좋게 여독을 풀 수가 있다. 신북온천 환타지움, 지리산온천랜드, 설악산의 척산온천과 오색그린야드, 바다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거제해수온천, 영종도해수피아, 안면도 오션캐슬 아쿠아월드를 꼽을 수 있으며 유적도시 경주의 교육문화회관 스파월드, 그리고 완주 죽림온천쿠어하우스, 문경종합온천, 수안보온천, 화순온천 등이 전형적이다.
도자기 체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경기도 이천도 온천을 겸할 수 있는 곳. 1백20년 전 개발되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찾고 있는 이천온천은 이천 미란다호텔과 함께 스파플러스란 이름으로 잘 단장돼 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신북온천은 최근 막대한 공사비를 투자해 신북온천환타지움으로 거듭났다. 외관이나 시설은 아산스파비스에 비할 정도. 수영복 입고 즐기는 갖가지 스파시설도 훌륭하지만 중탄산나트륨이 함유된 부드러운 온천수가 개운하게 기억되는 곳이다. 인근에 포천 이동갈비 먹거리촌, 가평, 광릉 등 가볼 만한 명소들이 즐비하다.
명산을 오르는 등산과 함께 즐기기 좋은 생명력 넘치는 온천 두 곳이 있다. 각각 지리산과 문경새재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지리산온천랜드와 문경종합온천이다. 지리산온천은 인체의 산소 활성화에 좋다는 게르마늄 성분을 자랑한다. 한꺼번에 3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온천탕과 호텔을 갖춘 온천랜드는 화엄사 노고단 피아골 같은 지리산의 명소가 가깝다.
문경종합온천에서는 문경새재, <태조왕건> 촬영장, 석탄박물관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볼거리가 산재해 있어 찾아가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게다가 하나의 온천에서 두 가지 다른 물을 즐길 수 있다. 황토빛을 띈 칼슘중탄산천과 지하 750m 화강암층에서 분출되는 알카리성 온천이 최상급의 수질을 자랑한다.
겨울바다에 어울리는 최고의 파트너는 해수탕. 겨울바다 여행은 독특한 낭만이 있지만 차가운 바닷바람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온몸이 얼얼해지기 십상이다. 영종도해수피아나 거제도해수온천은 시린 겨울바다의 낭만을 따끈하게 녹여낼 수 있는 대표적인 해수탕이다. 거제도에서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고, 영종도는 국제공항 실미도 마시란해변의 낙조 등을 즐길 수 있다.
테마4 가볍게 왕복
도심온천
주말여행조차 부담스럽기만 한 방콕형, 친목모임이 주 목적인 성인층, 그러나 따끈하고 물좋은 온천에의 향수가 절실한 사람들이라면 도심 주변에서 짧은 시간에 찾아갈 수 있는 ‘도심형 온천’이 적격이다. 서울, 인천, 부산, 대전 등 대도시와 그 주변에도 각각 시설 좋고 가격 저렴한 실속 온천들이 있다. 파주 금강산랜드와 신북온천(서울), 인천인스파월드와 영종도해수피아(인천), 허심청(부산), 유성온천(대전)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금강산랜드는 서울에서 가장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거리. 먹는 산소라고 불리는 천연 게르마늄 광천수는 우유빛 색깔이 나며 산소 발생으로 인한 피부호흡으로 탕내의 체감온도가 서늘한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 원수를 그대로 사용해 입욕중에는 잘 느낄 수 없지만, 하룻밤 지나고 나면 피부가 몰라보게 매끈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부산 농심호텔이 운영하는 허심청은 전통의 동래온천을 대표하는 1천3백여 평 규모 대온천탕. 마그네슘 함량이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알카리성 온천으로 노화방지,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 장수탕 노천탕 쑥탕 등 최첨단의 찜질방 시설까지 갖췄다.
[온천상식]
오래 있으면 ‘탈진’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옛 임금들도 등창과 같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혹은 정신적 휴식을 위해 온천을 찾았다는 기록들이 등장한다. 현대에도 온천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온천테라피를 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할 만큼 온천의 효능이 공인돼 있다. 주로 스트레스 이완이나 피부미용에 효과를 보이지만, 성분에 따라 신경통 위장병 관절염 류마티스 상처회복 등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내기도 한다.
단, 온천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급성질환, 안정을 요하는 환자, 고혈압, 격리성 전염병이나 결핵, 임신중 유산하기 쉬운 시기거나 월경 기간의 여성들은 피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하루 3회 이상 입욕하거나 탕 안에 1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고온탕에서는 10분 이상 있을 땐 탈진할 우려가 있다. 피부질환 등 특정한 치료 목적으로 온천을 할 때는 하루 한두 번씩 일주일 이상 집중적으로 입욕하는 것이 보다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