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춤명상에 들어가기 전 몸의 긴장을 풀고 준비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jhlee@ilyo.co.kr | ||
절정의 움직임을 뜻하는 춤과 움직이지 않음을 연상케 하는 명상.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념이 서로 조화되어 춤명상으로 승화된다. 대체 어떻게 조화되는 걸까.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춤명상가 박태이씨의 연구소. 바람에 부푼 돛처럼 천장을 덮은 광목천 위로 단풍이며 은행잎이 흩뿌려진 다실 옆에 탁 트인 명상실이 자리하고 있다. 50여 평의 공간이 부담스럽지 않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부드러운 음악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명상실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가부좌로 앉아 지긋이 눈을 감거나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몸의 긴장을 풀면서 본격적인 춤명상 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날의 명상은 ‘뇌를 신선하게 하는 춤명상’이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춤명상은 이외에도 ‘가슴을 열어주는 춤명상’과 ‘생체에너지를 깨우는 춤명상’ 등이 있다.
춤명상은 먼저 1시간의 치유명상으로 시작됐다. 몸과 정신 깊이 쌓여 있는 탁한 기운을 의식적으로 떨쳐내는 시간이다. 먼저 15분간 정신이 잡고 있던 육체의 끈을 놓고 음악에 몸을 내던진다. 어색했던 순간도 잠시, 어느새 몸은 음악을 따라 흐느적거린다.
▲ 음악과 몸이 대화를 나누며 하나가 되는 과정. | ||
치유명상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15분은 편안히 엎드려 몸의 작업을 정리하는 시간. 15분은 우리 몸 안에서 기가 한 바퀴 순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기가 몸 구석구석을 두루 돌며 탁한 기운을 걷어와 내뿜는다. 이 한 시간만으로도 정신은 어느새 맑아진다.
치유명상이 끝나고 춤명상으로 들어간다. 춤명상은 1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데, 치유명상보다 더 깊고 내밀하게 음악과 몸이 대화를 나누며 하나가 되는 작업이다.
먼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기를 10분간 반복한다. 몸이 음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준비동작이다. 이어 1시간 동안 음악에 맞춰 춤추는 ‘춤명상’이 시작된다.
이 시간 동안 지쳤던 정신은 내 몸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난다. 정신과 몸의 분리. 순수한 음악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 몸은 춤을 통해 오염된 육체를 치유하고,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정신은 홀가분한 자유를 누린다.
춤과 명상은 그래서 하나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원시적 본능인 춤을 추는 그 상태가 명상의 상태인 것이다.
치유명상에서 마지막 15분을 엎드려 기를 정리한 반면, 춤명상의 마무리 15분은 바로 누워 기를 정리한다. 명상을 통해 얻은 몸과 마음의 평화를 즐기고 텅빔의 상태를 유지하는 이 시간은 기쁨이 더없이 충만하다.
2시간30분 동안의 춤명상을 마치고 나니 일상에 쫓기며 항상 긴장했던 스스로에게 굉장한 선물을 한 듯하다.
“굉장히 자신이 순수해진 것 같아요. 한마디로 육체와 정신 모두가 정화됐다는 느낌이죠.” 일주일 전 춤명상을 시작했다는 박순희씨(주부)는 춤명상을 계기로 소심했던 성격에서 벗어나 대인관계도 원만해졌다고 말한다.
3개월째 경험하고 있는 이희천씨(회사원)는 “춤을 추면서 나쁜 감정을 해소하고 몸의 감각들을 되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면서 고민거리 중 하나이던 몸무게도 3kg이나 줄었다고 자랑이다.
명상법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춤명상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특별히 어떤 어려운 동작을 요하지도 않고, 잡념을 떨치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절로 명상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춤, 엄밀히 말하자면 그저 몸짓에 불과한 그 자체에 열중하다 보면 어느새 깨달음의 경지에 닿아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며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몸이 새처럼 가벼워진 ‘나’를 만날 수 있다. | ||
박태이(46). 그녀는 알코올중독자에 우울증 환자, 척추까지 고장난 만신창이였다. 그러다가 인도에서 그녀는 명상을 만났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동양화 전공의 화가였던 박씨는 그 후 이젤을 접고 춤을 통한 구도(求道)에 매달렸다. 춤을 추며 자신을 비워내는 동안 신기하게도 우울증과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말끔히 사라졌다. 박씨는 그래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춤명상이라는 명상법을 체계화하여 이를 널리 알리고 있다. 매주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춤명상을 가르쳐 그들의 재활을 돕고 있기도 하다.
일반인 대상의 춤명상 체험은 매 주말과 매일 새벽 연구소에서 열린다. 체험비용 하루 1만5천원. 박태이 춤명상연구소 02-585-6711
▲찾아가기: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4번 출구에서 10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