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정운찬 후보자에 대한 거품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친이그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역할에 대한 재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그를 박근혜-정운찬-정몽준의 3각 대권 경쟁 구도에서 빼내 여권 차기 레이스의 ‘페이스메이커’(마라톤에서 경쟁자들의 기록을 높이기 위해 선두 그룹에서 속도경쟁을 부추기는 선수로 골인 지점 전 레이스에서 이탈한다)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정 후보자의 ‘약점’들을 통해 한나라당의 잠재적인 대권주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큰 장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차라리 정 후보자가 도덕성 등에서 그 기준을 제시하며 대권 레이스를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정 후보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대권에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다는 분위기를 그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그에게 더 잘 어울릴 수도 있다.
이는 그의 영입에 기대를 걸었던 친이 그룹이 급격히 지지 의사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친 이재오 계열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정 후보자의 거품이 빠질 줄은 알았지만 그 시기가 너무 빠르게 왔고, 그의 내공도 생각보다 약하다는 점에서 차기 주자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일단 그를 ‘공중부양’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까지는 찾아봐야 한다. 그를 대신할 만한 주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낙마는 역설적으로 그와 비교해서 당내의 기존 주자들이 더 좋은 자격을 가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 후보자가 차라리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자연스레 ‘커밍아웃’할 수 있도록 그 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친이 그룹 내부의 움직임은 정 후보자가 그토록 싫어하던 대권 레이스의 ‘치어리더’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로서는 들어줄 수 없는 카드다. 정 후보자가 ‘원자바오식 총리’ 역할에 만족하며 대권 레이스의 페이스메이커가 될지, 아니면 조기에 그 울타리에서 튀어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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