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몬향이 나는 왕괴불나무꽃 냄새를 맡고 있는 아이. | ||
요즘은 어느 산이나 나무가 많다. 하지만 도시들은 녹지가 충분치 않아 여전히 더 많은 나무와 꽃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도시 개발이 계속되면서 해마다 적지 않은 면적의 숲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만큼의 나무를 새로 심지 않으면 안된다.
식목일이 맞이한 이번 주말에는 나무와 숲을 느껴보는 나들이도 좋을 것 같다. 내 손으로 꽃나무 한 그루라도 심어볼 생각이 있다면 가장 기초적인 지식이라도 나무에 대해 조금은 배워보는 게 어떨까.
숲과 나무에 대해 배워볼 수 있는 임업시험장 홍릉수목원을 찾아가 봤다.
서울 홍릉수목원에서는 매주 일요일 ‘홍릉숲의 사계’를 주제로 숲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소속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 체험 프로그램으로, 솟대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홍릉수목원은 1922년 임업시험장이 설립되면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 44ha 면적에 2천여 종의 식물이 식생하고 있다.
올들어 첫 번째 숲체험이 열린 지난 3월27일. 홍릉수목원은 80여 명의 행사 참가자들로 활기를 띠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이와 동행한 가족 단위. 더러 연인들도 눈에 띄었지만 혼자 참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루할 것만 같던 숲 산책은 신기함의 연속이다. 생전 본 적 없는 생소한 나무와 꽃들이 가는 발길을 붙잡았고, 그에 따르는 해설사의 세심한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간지럼 타는 ‘나무백일홍’. 해설사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나무껍질을 슬슬 긁어본다. | ||
간지럼을 타는 나무라는 해설사의 설명에 사람들이 나무 앞으로 몰려들어 정말 간지럼을 타는지 나무를 슬슬 긁는다. 그런데 나무 줄기를 손가락으로 간질거리자 정말로 나뭇가지가 사람이 몸을 떨 듯 부르르 떤다. 사람들은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너나할 것 없이 나무에 달려든다.
이씨 왕조에서 먹는 밥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였다는 이팝나무, 조밥을 해서 엎어놓은 것 같다는 조팝나무, 천연소금이 열리는 붉나무, 죽은 주목 주변에 피는 능소화 등은 여간해서는 볼 수 없는 식생들. 해설사는 아직 열매나 꽃이 피지 않은 것은 직접 들로 산으로 다니며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해를 돕는다.
산에서 모기에 물리면 애기똥풀을 으깨어 바르고, 화살나무의 날개를 태워서 밥풀에 이겨 가시 찔린 자리에 붙이면 가시가 빠진다는 응급처치법도 새롭게 안 사실. 잠에서 깨어난 토끼나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가장 먼저 ‘앉은 부채’라는 독초를 먹고 장을 비워낸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사람들은 해설사에게 폭포수 같은 질문을 쏟아내며 숲에 대한 소중함을 하나씩 알아간다.
숲체험 프로그램은 단지 희한한 나무와 꽃들의 이름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숲의 소중함에 대한 설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만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7.5배에 달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어요. 숲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숨을 쉴 수 없을지도 몰라요.”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릉숲에 핀 야생화 노루귀,풍년화, 노란 산수유, 봉우리를 밀어올리기 시작한 목련. | ||
탐방이 끝난 후 솟대만들기 체험이 이어진다. 솟대는 조상들이 농가에서 섣달 무렵에 새해의 풍년을 바라는 뜻에서 볍씨를 주머니에 넣어 장대에 높이 매달던 것에서 유래한 것. 마을 어귀 장승 옆에 장대를 세우고 그 끝에 새를 나무로 깎아서 달아 놓은 것을 솟대라 한다. 이곳에서 만드는 솟대는 그처럼 큰 것이 아니고 길이 30cm 정도의 모형 솟대. 아무리 모형이라지만 만드는 폼새들이 다들 진지하다. 참가자들이 만든 솟대에는 숲에 대한 고마움이 오롯이 담겼다.
숲 산책을 하다보면 숲이 얼마나 놀라운 장소며 유익한 곳인지 알게 되며 그 속에 있다는 사실 자체로 행복을 느끼게 된다. 특히 상쾌한 새들의 교향악이 들릴 때 더욱 그렇다. 주말에는 회색 콘크리트 도시를 벗어나 근처 숲에 가보라. 숲의 날숨이 당신의 들숨이 되어 정신을 깨우고 원앙과 파랑새, 노랑지빠귀 등 수십 종의 새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다.
▲홍릉수목원: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2번 출구에서 1215번 버스 탑승.
▲숲체험 문의: (사)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www.forest.or .kr) 02-735-3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