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심사. | ||
운치 있는 산사음악회 ‘무등산 풍경소리’는 매월 보름달이 뜨는 주말마다 증심사에서 열린다.
광주 무등산 증심사에서는 매달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매월 보름달이 뜰 무렵 주말 저녁을 골라 증심사 문화마당에서 펼쳐지는 ‘무등산 풍경소리’ 산사음악회(www.pgsori. org). 마침 벚꽃도 무르익은 지난 4월23일도 보름달이 휘영청 밝아 음악회가 열렸다.
벌써 서른한 번째를 맞은 풍경소리 공연은 설명할 것도 없이 ‘봄의 교향악’으로 가득찼다. 음악회를 앞두고 모여든 갤러리들은 식전 행사로 ‘무등산 숲 탐방’에도 나섰다.
‘무등산 풍경소리’와 함께 진행되는 무등산 숲 탐방의 두 번째 날. 무등산 세인봉으로 가는 날이다. 신청자는 20명으로 선착순 마감했는데 꼬맹이들을 포함해 거의 40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였다. 증심사 초입에서 성인과 아이들로 팀을 나눠서 출발한 것이 오후 4시. 아이들은 아이들 수준에 맞는 교육과 체험이 필요해 전문 진행자가 따로 붙었다.
“이건 때죽나무라고 해요. 5월이면 가지 아래로 하얀 꽃들이 종처럼 달려요. 열매에 독성이 있어서 이것을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떼로 죽는다고 해서 때죽나무 혹은 때중나무라고 부르지요. 또 공해에도 강하고 정화능력이 뛰어나답니다. 우리 이거 국회 앞마당에 옮겨 심을까요? 싸움과 부정부패도 정화시켜주는지….”
생태전문 해설가 김영선씨(생명을 노래하는 숲)의 재치 넘치는 설명이다. 단순히 숲체험을 통해 이건 뭐고 저건 뭐고 하는 지식을 보태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아는 것은 느끼는 것의 반만 못하다’며 옛 선조들의 말처럼 결국은 자연을 통해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숲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질서를 알 수 있어요. 이른 봄 땅에서 제일 가까운 식물들이 먼저 꽃을 피우고, 그 다음 식물들이 키 순서대로 꽃이 피거나 이파리가 나요. 왜 그런지 아세요? 큰 나무들부터 이파리나 꽃을 피우면 땅에 핀 야생화들이 햇빛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토록 서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겁니다.”
잡초더미처럼 보이는 산길에 멈춰 해설자가 작은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마다 지닌 이름들을 일러준다. 개구리발톱, 오이풀, 개별꽃, 수리딸기….
세인봉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30분. 꽃과 잎이 동시에 피는 산벚꽃이 하늘로 흩날리고 개별꽃이 지천으로 피어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식물이야기는 이어진다.
▲ 생태전문가와 함께하는 무등산 (위)숲탐방.증심사 오백전(아래)과 공연장 주위를 밝힌 오른쪽작은네모안은 연꽃 촛불. | ||
정상부근에는 졸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 종류만도 6가지 이상이다. 각각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야생화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보기도 한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렀을 때 너는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 이 시처럼 오늘 우리가 부른 이름들은 다음부터는 숲에 올 때마다 우리에게 그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 겁니다.”
숲 체험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고운 심성을 가르쳐주고 풀 한 포기라도 소중히 여기는 생명존중의 마음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 어렵다. 자연이 훼손되기도 쉽고 또 제대로 된 숲해설도 어렵기 때문이다.
무등산 풍경소리는 5월 숲 탐방을 미리 신청 받는다. 5월은 5·18주간으로 5·18광장과 인근 가사문학권(소쇄원, 면앙정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숲 탐방이 생명의 소리를 직접 듣고 깨닫는 자리라면 ‘무등산 풍경소리’는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작은 쉼터다. 매월 보름달이 뜰 무렵 증심사 문화마당에서 열리는 풍경소리는 종교와 지역을 초월한 산사음악회로 유명하다.
증심사는 광주 무등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사찰로, 광주를 대표하는 불교도량이다. 한국전쟁 당시 건물 대부분이 원형을 잃었으나 백성들의 안녕과 평안을 비는 오백전만은 조선시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 외 눈을 끄는 것으로는 소박한 아름다움의 석조보살입상과 오백전 앞의 삼층석탑 등이 있다.
숲 탐방을 끝낸 사람들이 저녁 공양을 끝낸 7시. 해는 어스름해졌고 증심사를 둘러싼 색색의 초파일 연등이 어느새 환한 불을 켜고 있다. 종교를 초월한,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과 지역민들, 멀리서 찾아온 등산객들이 ‘소원 등불’을 켜는 동안 아름다운 음악이 산사 가득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주지 진화 스님을 비롯한 증심사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명진 목사(꿈이 있는 교회)의 사회로 무등산의 풍경소리가 그 시작을 알렸다. 생명나눔운동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포크가수 세또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시작으로 보길도 시인 강제윤이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됐다.
▲ 환한 연등 밑에서 벌어진 ‘무승산 풍경소리’ 모습(왼쪽). 추설현 | ||
보길도에서 ‘동천다려(전통찻집)’를 운영하면서 시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강제윤 시인이 직접 시를 낭송했다. 칠흑같이 까만 밤하늘에 낮게 걸린 환한 보름달. 생명으로 꿈틀대는 시어들이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무등산 풍경소리는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문화운동입니다. 스님이나 목사님, 혹은 수녀님 아니 누구라도 관계가 없습니다. 이 봄꽃 같은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무등산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만났을 뿐입니다.”
무등산 풍경소리 김태헌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무등산 공유화 운동을 추진중이라고 했다. 저마다 ‘땅 한 평 사기 운동’에 참여해 무등산내의 사유지를 매입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풍경소리의 마지막 무대는 증심사와 인연이 깊은 가수 박강수씨의 무대.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산사의 풍경소리처럼 맑고 울림이 깊었다. 사람들이 모두 함께 일어나 박수를 치고 흥에 겨워 몸을 가벼이 움직였다. 달빛에 드러난 저마다의 얼굴에선 ‘난 행복해’하는 외침이 들리는 듯하고 산사의 밤은 소리 없이 깊어갔다.
▲찾아 가는 길: 서울-경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동광주IC-증심사
▲문의: 062-226-0107 http;//jeungsimsa.org
무등산 풍경소리
2002년 7월에 시작해 올 4월로 31회를 맞은 ‘풍경소리’는 당시 증심사 주지 고 일철 스님과 임의진 목사를 비롯해 원불교, 천주교 성직자들이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종교인 모임’을 만들면서 무등산 보호운동의 하나로 출발했다. 여기에 무등산 공유화재단, 무등산 보호단체협의회, 생명나눔실천본부 등이 힘을 더하여 무등산 풍경소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매달 이어질 풍경소리의 앞으로 계획과 참석자는 다음과 같다.
▲32회(5.15 일)도법스님/박석무/김영동/창포물 머리감기 ▲33회(6.18 토)이성부/이정열/맨발로 숲길걷기 ▲34회(7.16 토)김유진/김의철/황토물 염색/별 관찰 ▲35회(8.20 토)유종화/박문옥/풀잎공예/달빛산행 ▲36회(9.17 토)이진영/윤진철/범능스님/샤먼(고래춤) ▲37회(10.15 토)나종영/인디밴드(임의진)/사진,그림전시 ▲38회(11.19 토)박그림/신명/동물 발자국전시, 그리기 ▲39회(12.17일 토)김민해 목사/김용우/평화기도/자유명상
▲문의: www.pgsori. org/
062-226-0108, 526-1187
무등산 플러스 여행
무등산에서 놓칠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의재미술관’과 그 주변 의재유적지. 등산객들이 무수히 지나다니는 그 길에 미술관이라니,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남종화의 마지막 거장 의재 허백련 선생을 기념하는 미술관은 무등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의재미술관은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이 건물은 무등산의 경사 그대로를 응용한 건물구조를 갖고 있는 까닭에 그냥 걷기만 하면 다 돌아볼 수 있다.
미술관 뒤로 5분만 올라가면 의재선생이 가꾸어온 5만여 평 녹차밭과 선생의 화실로 쓰였던 춘설헌, 사람들과 만남의 장소로 쓰던 관풍대, 다도를 나누는 문향정, 제다교육장까지 하나의 코스로 둘러볼 수 있다. ‘의재루트를 따라서’는 약 2시간 정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문의: (062) 222-3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