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용화해수욕장. 규모는 작지만 한적한 어촌의 풍광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 ||
이른 폭염에 6월 말 경포대해수욕장이 일찌감치 문을 연 데 이어 7월 들어 동해안의 1백여 개 해수욕장들이 일제히 개장했다. 각종 테마를 앞세워 휴양객들에게 손짓하는 해수욕장들, 그리고 숨은 보물이라도 찾듯 부산한 휴양객들의 모습. 동해안 7번국도 너머의 백사장은 요즘 때 아닌 ‘전쟁’중이다. <일요신문>에서 찾아본 동해안의 ‘숨은 바다’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바다의 또 다른 매력에 한번 빠져보자.
이 여름 우리가 동쪽으로 가는 까닭은? 우선은 늘씬하게 뻗은 해안도로, 7번 국도의 아성과 짙푸른 바다의 강렬한 유혹 때문이겠다.
고성부터 삼척까지를 ‘동해안 북부’로 정하고, 개장을 준비중인 해수욕장부터 이미 개장한 해수욕장까지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여름에는 임시로 개장하는 간이해수욕장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휴가철에 넘쳐나는 사람과 현란한 유흥시설, 부족한 숙박, 그리고 바가지요금이다.
그래서 찾게 되는 곳이 바로 동해안의 ‘숨은 바다’다. 되도록 모텔이 없고, 되도록 숙박요금이 비싸지 않은 곳, 싱싱한 횟감을 지척에서 구하고 어촌의 소박한 인심이 살아 있는 곳 위주로 엄선해봤다.
환동해출장소의 관광계에서 추천받은 곳들(고성의 명파해수욕장, 속초 외옹치해수욕장, 양양 남애리 갯마을해수욕장, 동해 등명해수욕장)도 믿을 만하다.
바다와 호수 환상적만남_송지호 해수욕장
송지호는 고성의 해수욕장 가운데서도 ‘전망이 아름다운 바다’ 중 으뜸으로 친다. 산홋빛으로 넘실대는 넓은 해변과 아름다운 호수가 만나는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변의 길이가 0.7km 남짓한 이곳은 낚시, 피서, 호반의 정취가 어우러진 천혜의 조건을 안고 있어 연간 수십만 명의 피서객이 다녀간다. 해수욕장과 연결된 송지호는 둘레가 4km에 약 20만 평 넓이의 자연호수로 다양한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많은 인원을 포용할 만큼 넉넉한 것이 이곳 송지호의 자랑이기도 하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섬진강만큼이나 곱다. 고운 해변을 따라 걸어가면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한 지점에 이르는데 모래바닥이 대리석 바닥처럼 단단하고 평평한 곳이 바로 교차지점이다.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면 설악산이 그림자처럼 해변 뒤에 서 있고 대나무와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진 죽도가 바다 가운데 떠 있어 일단 눈부터 즐겁다.
▲주변 명소: 화진포, 대통령별장, 왕곡민속마을, 해양박물관
▲문의: 고성수협 지도과(033-682-2072),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352)
청정해안 12km '시원'_반암 해수욕장
간성에서 화진포 방면으로 북향하다 보면 해변에 푸른 송림이 아름답게 이어지는 길이 있다. 반암은 그 송림의 끝에 위치한 해수욕장이다. 통일전망대로 가는 7번 국도선상에 위치해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간이해수욕장이라 어떤 곳보다 백사장이 희고 깨끗하여 청정지역에 가깝다(군부대의 협의를 거쳐 매년 7월10일부터 8월20일까지만 문을 연다).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도 얕은 편이다. 훼손되지 않은 12km의 긴 백사장을 갖고 있지만 반달 모양의 마을 지형을 따라 일정 부분만 개방된다.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반암에는 모텔이나 여관은 없다. 대신 어촌의 대부분이 민박집을 겸하고 있고 시설도 보통 수준은 된다. 조용한 피서를 원하는 가족 단위의 휴양객들이 매년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수욕장 북쪽에는 바위섬이 있어 바다낚시에는 그만이다.
▲주변 명소: 화진포, 거진 등대, 건봉사,
▲문의: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362)
30년만의 물빛공개_외옹치 해수욕장
지난 30년간 출입이 통제되던 외옹치해수욕장이 올 여름 처음으로 개방됐다. 1972년 간첩사건으로 군부대에 의해 통제되던 곳이라, 개장을 맞은 마을의 분위기는 축제를 방불케 한다. 마을 주민들은 출입문 설치와 2백50여 평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하는 등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개방하는 해수욕장은 자연 그대로의 원형과 청정함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옆 속초해수욕장에서부터 외옹치항까지는 해안도로로 연결된다. 밤에는 오징어배의 불빛들이 조명을 대신할 정도로 아름답다.
아담한 활어난전이 있는 외옹치항은 해수욕장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고개에서 바라보는 항구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다. 그리고 마을 뒷산에는 서낭당과 봉화대 터가 남아 있어 ‘속초 8경’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외옹치항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모텔이나 상업적인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현지민들의 인심이 남아 있다. 민박시설이나 펜션이 모두 깨끗하고 주차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대신 해수욕장과 민박집 사이가 조금 멀다.
▲주변 명소: 속초등대, 대포항, 속초해수욕장
▲문의: 관광안내소 033-635-2003, 033-639-2568, 국번 없이 1330
양양에서 바다의 전망이 가장 뛰어난 곳이 하조대와 휴휴암이다. 하조대해수욕장이 낙산이나 경포대에 뒤지지 않을 만큼 넓고 깨끗하긴 하지만, 양양의 명소로 하조대를 꼽는 것도 그 때문이다. 등대와 전망대로 나뉜 두 길이 있으며, 특히 하얀 등대로 오르는 길에선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기암이 옥빛의 바다와 함께 만들어낸 아름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또 남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바닷가 절벽에 위치한 휴휴암이라는 절이 있다. 휴휴암은 부처님도 피서 온다는 바위로, 몸도 쉬고 마음도 쉬고 팔만사천의 번뇌망상을 모두 놓고 쉰다는 뜻을 지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근 철조망 너머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와불 부처부터 거북바위, 발가락과 발바닥 바위, 연화밥 바위 등 여러 형상을 띤 신비한 바위들을 볼 수 있게 됐다. 휴휴암 주변에는 황토방 민박과 화가가 운영하는 재즈카페, 언덕위의 바다 등의 명소가 자리잡고 있다.
▲주변 명소: 하조대 무인 등대, 남애항, 남애리 갯마을 해수욕장
▲문의: 하조대 관광 안내소 전화 033-670-2516, 휴휴암: 033-671-0095
기차와 소나무 이색절경_등명 해수욕장
정동진의 바로 북쪽에 위치한 해수욕장. 울창한 소나무숲과 백사장의 고운 모래가 등명의 매력이다. 올해는 넓은 주차장과 새로 만든 화장실, 세면대가 눈에 띈다. 인근 정동진이 관광지라면 등명은 본격적인 피서지의 역할에 충실하다. 해수욕장 뒤편의 소나무숲은 가족이나 친구끼리 야영을 즐기기 좋다.
특히 영동선이 지나가는 기찻길이 민박시설과 소나무숲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어 매우 이색적인 풍경을 만든다. 놀거리 볼거리는 정동진에 비해 부족하지만 송림으로 둘러싸인 바다에서 오붓한 시간을 만드는 데는 최고의 장소.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명소는 등명락가사(燈明洛伽寺)가 있다. 락가사는 망망대해를 굽어보고 있는 동해 제일의 도량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세워졌다는 락가사 5층 석탑은 연꽃무늬로 수놓인 기단석이 아름답다. 또한 절 마당의 등명약수는 빈혈, 위장병, 신경통, 부인병, 피부병 등에 좋다고 한다.
▲주변 명소: 등명락가사, 정동진역, 참소리박물관, 통일공원, 헌화로
▲문의: 강릉시 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4531)
한군의 '넘버1오션로드'_용화·장호 해수욕장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삼척 황영조기념공원에서부터 용화, 장호해수욕장까지 ‘한국의 그레이트 오션로드’라는 해안절경을 만나보자. 해안 절벽에 전망대가 세워진 것도 그 때문.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 용화와 장호해수욕장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삼척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용화해수욕장은 길에서 해변까지의 거리가 가장 짧다. 길-주차장-해수욕장까지의 직선거리가 겨우 1백여m나 될까 싶을 만큼 가깝다. 특히 반월형의 백사장은 일찍부터 자리를 잡아야 할 만큼 물이 깨끗하기로 소문나 있다. 전형적인 해변마을이지만 모텔이나 여관, 그리고 호객꾼이 없는 청정지역이라 더 좋다.
▲주변 명소: 초곡해수욕장, 임원항
▲문의: 삼척시 관광개발과 033-570-3544, 근덕면사무소 033-570-3603
애틋한 전설 청정바다_신남 해수욕장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남근숭배 민속이 전래되고 있는 신남리의 신남해수욕장도 추천 코스. 민박시범마을이라서 마을 전체가 깨끗하다. 마을의 동북쪽에는 낮고 길게 뻗은 산이 있는데 입구 계단을 지나 왼쪽으로는 어촌민속전시관이, 오른쪽에는 남근(男根)을 깎아 매달고 금줄을 쳐서 제사 지내는 해랑당(海娘堂) 등이 있다.
이곳 명소인 해신당에 얽힌 애틋한 전설도 전해온다. 어느 날 마을 처녀가 약혼한 총각과 함께 바위섬에 돌김을 따러 갔다가 총각이 점심을 가지러 간 사이 갑자기 폭풍이 불어 나올 수가 없었다. 지금도 처녀가 애를 쓰다 죽었다는 바위섬이 아스라이 보이는데 그 때문에 ‘애바위’라 불린다고.
산을 앞뒤로 각기 해변이 펼쳐지는데 그 풍광은 사뭇 다르지만 절경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 쪽은 곱디 고운 백사장이, 다른 한쪽에는 갯바위들이 피서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변 명소: 환선굴, 동막리 신흥사, 천은사, 갈남항
▲문의: 삼척시 관광안내소 033-575-1330, 어촌민속전시관 033-570-3568 삼척시청 www.samcheok.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