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상의 스트레스는 어느덧 사라지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천혜의 자연비행장인 어섬은 울창한 갈대로 덮여 있어 가을이면 더욱 운치 있다. | ||
점보여객기의 승객이 아니라 조종간을 잡은 비행사가 되어 시선이 미처 닿지 않는 저 아득한 곳까지 훨훨 날아 오르다보면 무한한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섬비행장 가는 길은 달콤한 포도향이 은은하다. 그 유명한 송산 포도의 산지가 이곳이다. 마산포 선창에서 약 1km, 대부도 동쪽 2km 지점에 자리한 어섬에서는 1994년 시회지구 간척사업 후 어업 대신 포도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포도산지가 됐다.
어섬비행장은 마을 소로를 따라 5분쯤 달리면 닿는다. 해안에는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갈대가 부대끼며 시골의 정취를 불러일으키고, 푸른 소나무숲에서는 맑은 솔향기가 정신을 깨운다.
▲ 천혜의 자연비행장인 어섬은 울창한 갈대로 덮여 있어 가을이면 더욱 운치 있다. | ||
“어섬에 와서 처음 체험비행을 해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꼭 다시 찾아와요. 그러다가 동호회에 가입해 비행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들도 꽤 많고요.”
15년 비행 경력의 파랑새항공 박종남 교관(38)은 초경량비행기의 중독성 강한 매력을 한마디로 ‘자유’라고 말한다. 뻥 뚫린 하늘 위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대로 날아갈 수 있는 ‘자유’. 박 교관은 하늘에 오르면 세상 시름이 모두 잊혀진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폭 25m, 길이 4백m의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른 비행기는 어느새 시화호 하늘에 다다랐다. 기류를 탄 비행기는 마치 새들이 날갯짓도 없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얌전히 날아간다. 이륙시 느꼈던 약간의 두려움도 잠시, 드디어 하늘 한가운데 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속 차오르는 설레임을 주체할 수 없다.
하늘에서 본 어섬 주변은 환상 그 자체다. 물이 빠져나간 광활한 갯벌과 서로 마주보고 있는 제부도·대부도,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인천 송도까지 시야에 막힘이 없다. 발 아래 놓인 어섬은 황금빛 갈대가 수확기를 앞둔 벼밭 같다.
체험비행의 ‘백미’는 역시 직접 조종간을 잡아보는 것에 있다. 교관으로부터 조종간과 방향페달 다루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조종을 해본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무척 긴장되지만, 실제로 해보면 조종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막대처럼 생긴 조종간은 앞으로 당기면 비행기가 머리를 들고, 반대로 밀면 아래로 향한다. 수평은 조종간을 좌우로 움직여 맞춘다. 방향을 틀려면 발판에 달린 두 개의 페달을 사용한다.
조심스럽게 방향페달을 밟고, 조종간을 움직이며 비행을 하다보면 정말 무아지경에 빠진다. 한 마리 새처럼 하늘을 마음껏 누비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 그렇게 푸른 하늘을 날다보면 일에 치여 켜켜이 쌓였던 지상에서의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다.
▲ 초경량비 행기는 스스로 조립해서 만들 수도 있다. 동호회 회원이 조립중인 1인승 초경량비행기를 보여주는 교관 | ||
정해진 길로만 달리고 빗길, 눈길, 급커브 등 위험요소가 산재한 자동차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초경량비행기의 경우 혹시 엔진이 정지하더라도 활공을 하면서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고, 최소 1백m 정도의 활주로만 확보된다면 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더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초경량비행기 보급률이 높은 미국은 자동차에 비해서 사고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보험료가 자동차보다 오히려 싼 편이다.
한편 체험비행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행훈련을 한 후 비행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다. 비행훈련은 파랑새항공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초경량비행연습장에서 가능하다. 단독비행까지는 20시간의 교육이 필요하다. 20시간을 이수한 사람에 한해서만 시험자격이 주어진다. 자동차시험처럼 학과시험과 실시시험 모두 통과해야 한다. 자격증을 따기까지는 보통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여행안내
▲문의: 파랑새항공●http://www. kitplane.co.kr ●031-493-2676, 박종남 교관 011-688-1073
▲체험비용: 기본코스 3만~5만원
▲가는 길: ■자가용: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 인터체인지 우회전→송산, 제부도 방향 306번 국도 타고 20분쯤 달리다 사강교차로에서 송산(KBS남양송신소) 방향으로 우회전→바로 앞 첫 번째 사거리를 지나친 후 두 번째 언덕 사거리에서 마산포 방향으로 좌회전→시골길 따라 어섬 방향으로 직진.
■대중교통: ●금정역 육교 밑에서 330번 서신행 버스 이용 사강에서 하차→어섬(마산포) 방향 순환버스 이용(30분, 45분 간격 운행) ●수원역 백화점 앞에서 400번, 400-1번, 999번 사강행 버스 이용 사강에서 하차→어섬(마산포) 방향 버스 이용(수시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