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조로 붉게 물든 궁평리 해안. | ||
남양반도의 남쪽 끝에 자리한 궁평리는 폭 30m, 길이 2km에 이르는 모래사장을 지니고 있다. 서해안답지 않게 물이 맑은 편이고 간조 때에는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조개잡이를 할 수도 있다. 그간의 맹렬했던 추위로 궁평리 모래사장 주위 바다가 하얗게 얼어붙었다. 밀려들었던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갯벌이 드러나는데 소금기 가득한 그 갯벌이 하얗게 언 것. 얼어붙은 갯벌 위로 바닷물이 다시 덮치고, 또다시 얼어붙기를 거듭한 결과 마치 거북등껍질처럼 생긴 하얀 조각들이 바다를 덮은 것처럼 보인다.
궁평리 해안은 겨울철인 요즘도 이따금씩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선착장이나 방파제로 나가기만 해도 쌩쌩 불어대던 바람이 해수욕장 주변으로는 접근하지 못한다. 모래사장을 따라 수령이 1백년 이상 된 해송 5천여 그루가 도열하듯 늘어서 바닷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바람 없는 바다는 보기보다 훨씬 따뜻하고 또 고요해서 산책하기 참 좋다. 걷다 지치면 해송군락 벤치에 앉아 다리를 쉬고 군데군데 정박한 배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도 있다.
궁평리의 진짜 자랑은 따뜻한 해안이 아니다. 불기둥을 세우며 서해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다.
화성8경 중 제4경에 속하는 궁평리 낙조는 보는 이의 숨을 턱 막히게 한다. 동지가 지나면서 해는 오후 5시를 넘기자 급속히 바다를 향해 닻을 내리기 시작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냥 푸르렀던 바다가 홍조를 띠기 시작하고, 하늘도 따라서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일몰을 감상하는 포인트는 따로 없다. 백사장에서 보아도 좋고, 일몰을 감상하라고 지어놓은 제2방파제 위 팔각정에서 보는 것도 썩 괜찮다. 2백m 아래쪽 제3방파제에서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떨어지는 해를 붙잡아둘 수 있다.
낙조감상을 마친다면 출출한 배를 채울 차례. 선착장 주변은 각종 수산물을 파는 포장마차가 즐비하다. 자연산 횟감이 보통 1kg에 4만원 선. 시원한 조개탕은 서비스다.
이곳에서는 미리 예약한 체험객들에 한해 석굴 까기와 어리굴젓 담그기, 돌게장 담그기, 바지락 칼국수 끓이기, 영양굴밥 짓기(1인당 2만5천원 선) 등 각종 음식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한겨울 호젓한 바닷가 산책과 그 유명한 서해 낙조 감상, 게다가 건강을 위한 슬로푸드체험까지 가족나들이 장소로 더 없는 궁평리 어촌 마을이다.
▲문의: 화성시 서신면사무소(031-357-3324)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비봉나들목에서 우회전→서신방면으로 30분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