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 개의 바람개비로 이루어진 ‘바람의 언덕’. 노란색 바람개비로는 한반도 모양을 새겼다(위), 아래는 바람의 언덕으로 넘어가는 통로에 있는 카페. 투박한 외양과는 달리 내부는 편안하다. | ||
임진각은 1972년 6000여 평 대지 위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북한 실향민을 위해 세운 정자. 이곳에는 북한의 군사, 정치 관련 자료가 비치돼 있고 탱크, 비행기 등 군장비 12종이 야외에 전시돼 있다. 이런 임진각에 평화누리 공원이 조성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평화누리에 자리한 ‘음악의 언덕’은 수상 무대를 갖춘 국내 최대의 야외 공연장. 넓이가 2만 평이 넘는다.
이 음악의 언덕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바람의 언덕’이다. 무려 3000개의 바람개비를 언덕에 설치해놓았다. 바람개비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하양 등의 색깔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색깔이 마구 혼합된 경우는 없다. 같은 색깔끼리 모여 있다. 가까이서 보면 잘 모르지만 멀리서 언덕을 바라보면 그게 세계지도의 모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중에서 우리나라는 노란색으로 크게 부각되어 있다. 바람처럼 경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바람의 언덕은 역시 바람이 부는 날 가야 제멋을 느낄 수 있다. 합성수지를 이용해 만든 바람개비는 종이에 비해 다소 무겁다. 그래서 바람이 약하면 잘 돌지 않는다. 하지만 바람이라도 한바탕 불라치면 일제히 3000개의 바람개비가 윙윙 거리며 도는데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머리를 돌리는 게 마치 해바라기 같다.
바람의 언덕 맞은편에는 역시 3000개의 촛불을 밝힐 수 있는 ‘생명 촛불 파빌리온’이 들어서 있다. 평소에는 촛불을 켜지 않지만 통일기원행사 등이 있을 때면 수많은 촛불이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건너가려면 ‘카페 안녕’ 건물 앞으로 지나가야 한다. 녹슨 철판으로 만든 볼품없는 건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친환경 건축물이다.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짙은 갈색으로 변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카페 2층에서 바람의 언덕을 바라보는 것도 제법 운치 있다.
임진각은 멋과 재미만 찾을 수는 없는 장소. 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한반도 모양으로 만든 통일연못, 경의선 철도를 상징하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 한국전쟁 포로 1만 2773명이 자유를 찾아 귀환한 자유의 다리 등을 둘러보며 평화와 안보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도 보자.
★가는 길: [1] 구파발에서 1번 국도 이용→벽제, 문산 경유→임진각(1번 국도 종착점)
[2] 김포공항, 행주대교→자유로 이용→임진각
★문의: 파주시(http://www.dmzpaju.com), 임진각 관광안내소(031-953-4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