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사처럼 꼼꼼하게 모형기차를 점검하는 회원. | ||
세계 각국의 수많은 기차들이 한데 모여 운행을 하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현장은 다름 아닌 모형철도동호회 ‘작은 철도의 세계’ 시운전장. 각양각색의 모형기관차들이 꿈을 향해 기적을 울리며 달려간다. 왜 이들은 ‘기차’에 이다지 열광하는 걸까. 단지 모형철도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뭉친 사람들의 작지만 큰 세상을 들여다봤다.
‘작은 철도의 세계’는 모형철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인터넷동호회로 출발한 이 모임의 현재 회원 수는 870여 명. 인터넷동호회로는 그리 많지 않은 수지만 참여도는 어느 동호회보다도 높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모형철도를 수집하고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모형철도라고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다. 어렸을 적 가지고 놀았던 것과는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전기 공급에 의해 모형기관차가 실제 레일 위를 달리고 속도조절도 가능하다. 레일 위에 0~12V 범위의 전압을 흘려 속도를 조절하는데 전압이 높을수록 속도는 더 빨라진다. 완성도가 높은 것은 사람을 태울 수 없을 뿐 실제 모델과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작은 철도의 세계’는 매달 서울과 부산에서 지역모임을 갖고 1년에 두 차례 전체 모임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회원들은 새로운 모형철도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서로의 소장품들을 모아 시운전도 한다.
시운전 때면 레일을 붙이고 모형철도를 점검하는 등 동호회원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작업 중인 회원들의 표정은 그러나 시종 싱글벙글이다. 시운전을 위해 모일 때면 이들은 그야말로 신바람이 절로 난다. 자신이 보유한 ‘나만의 기차’를 직접 구동시킬 수 있다는 설레임 때문이다.
동호회원들은 정밀하게 축소된 기차가 레일 위를 달려갈 때면 희열을 느낀다. 기관사가 되어 실제로 운전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라고 한다. 동호회 운영자 김지강 씨는 “구동을 시키는 순간 모형이 실제로 다가오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모형철도의 가장 큰 매력은 코스를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단순히 레일을 연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철도가 운행되는 자연환경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 터널과 고가는 기본. 신호제어기를 설치하고 전신주와 나무들도 장식하면서 머릿속에서 그린 자신들만의 세계를 완성해간다.
▲ 운행 모습. | ||
사실 모형철도는 재정적으로 약간은 부담이 되는 취미활동이다. 모형철도는 보통 160분의 1, 87분의 1, 32분의 1 축소형으로 나뉜다. 가장 대중적인 160분의 1 모델의 경우 차량 한 대 가격이 보통 10만~15만 원 선이고 248㎜ 길이의 레일 하나 가격이 2000원 선이다. 구동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한 10m 이상의 레일이 필요하다. 단선레일은 너무 단조롭다. 비슷한 길이의 레일 서너 개 정도가 있으면 더 좋다. 그 정도의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레일값만 최소 수십만 원가량 든다. 거기에 모형철도를 조종하는 컨트롤박스와 기타 장식 재료 등을 혼자서 다 장만하려면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모형철도를 취급하는 국내 쇼핑몰은 그리 많지 않다. 취급점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모델이 다양하지 않다. 동호회원들은 이베이나 일본야후옥션 등 해외사이트를 이용하는 편이다. 동호회 중고장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종종 싸고 좋은 물건들이 매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사노라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게 마련. 몸이 매여 있어 떠날 수 없다면 모형철도에 마음을 싣고 한바탕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작은 철도의 세계(http://cafe.daum.net/nscale)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