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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생결단 세종시 원안사수 1000만 명 서명운동 출범식(위)과 수도분할반대국민운동본부의 세종시 건설 반대 연좌농성(아래).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그런데 여권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지율 고공행진에 대취해 너무 무리하게 세종시 수정안을 몰아붙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무리수를 계속 던지는 것에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라고 분석한다. ‘세종시 정국’ 조성은 박근혜 죽이기의 일환이며 이를 통해 그에게 ‘수도권-충청’ 가운데 택일하라는 고통스런 주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강공 드라이브’의 이면을 따라가 봤다.
정책수립과 추진 과정에 대해 조금만 알고 있는 공무원들도 현재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세종시 건설 ‘재고’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세종시 건설은 지난 2007년 7월 첫 삽을 뜬 이후 지금까지 건설사업 공정률이 약 24%에 이르고, 전체사업비 22조 5000억 원 가운데 5조 3688억 원이 이미 투입됐다. 이전 기관인 국무총리실과 조세심판원 등은 건물이 착공됐으며 국무총리실 건립공사는 3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정책추진이 25%대까지 진행된 사업을 두고 “원안 수정”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충청 민심은 차치하고라도 여권 내부에서도 세종시 건설 수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세종시 문제에 대해 가장 강경론자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게 여권 내부의 정설이다. 이 대통령은 친이계 의원들과의 비공개 만남에서 “선거 때 약속한 것이지만, 대통령으로서 양심에 걸려 행정도시 이전은 못 하겠다”라고 할 만큼 원안 추진에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수정론의 실무 작업을 맡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정무수석 등도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에 무게를 두고 작업 중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 모두 이 대통령의 뜻을 무조건적으로 따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호영 특임장관은 한 비공개 모임에서 “정부 내에도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성급하게 갈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이 있고, ‘너무 질질 끌면 안 된다’는 양론이 있는 것 같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여당 출신 관계자들과 정무 부문을 중심으로 ‘온건 신중론’이 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으로 눈을 돌리면 이 대통령의 뜻과 더욱 배치되는 의견들이 많다. 원안 수정론(친이 직계)과 신중론(중립성향 친이계), 원안 추진론(친박계)이 뒤섞여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당장 여권 핵심부부터 이견이 작지 않은 데다 박 전 대표마저 ‘원안 고수’라는 강경책을 주장하면서 향후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여권 내 충돌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중립성향 의원은 이에 대해 “여권의 정책 하나를 두고 이렇게 의견이 갈린 적이 없었다. 각 계파 간, 지역 간 갈등이 너무 파편적으로 산재돼 있어 총론을 모으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더 문제는 청와대가 이 문제를 정운찬 총리를 통해 슬쩍슬쩍 흘리면서도 정작 법 개정에 필요한 의원들의 협조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갈래로 흩어진 의원들의 의견을 최소한 몇 줄기 정도로 정리할 컨트롤 타워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특히 박 전 대표가 원안 관철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세종시 수정 추진 자체가 어렵게 된 것 같다. 향후 친이-친박의 갈등이 더 커질 것이 염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여권 내부에서는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참모들에게 “현실에 영합할 수도 있지만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정부를 쪼개는 것(9부2처2청의 세종시 이전)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겠느냐. 대안을 만들어줘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 대통령의 ‘뜻’이 공개되면서 그나마 이견을 표출하려던 의원들도 일제히 침묵 모드로 돌입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왜 지난 9월 초 정운찬 총리를 영입하기 전까지 ‘폭풍 속의 고요’ 속에 진행되던 세종시 건설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일까. 일단 여권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내세운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만 생각하면 왜 사서 고생을 하겠느냐(원안대로라면 정부 부처들이 본격적으로 세종시로 내려가는 것은 이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이후다). 대통령이 되면 역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이 각종 선거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큰 세종시 원안 수정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순수한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다. 그를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한 인사는 “기업가 시절 이 대통령의 소신이었던 ‘선택과 집중’이란 점에서 보면 수도의 ‘분산’은 그에게 있을 수 없는, 괴로운 전 정권의 유산이다. 청계천 공사를 할 때도 수많은 비판과 굴욕을 겪었지만 결국 해낸 것을 떠올리며 세종시 문제도 소신 있게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런 ‘소신’과 ‘진정성’도 정치적인 잣대 앞에서는 흔들리고 있다. 먼저 이번 세종시 문제도 이명박 정권이 집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유지해오고 있는 ‘박근혜 죽이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종시 원안 관철은 시각과 이념적 가치관에 따라 충분히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처럼 원안에 플러스알파를 더해서라도 행정도시 건설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논리도 원안 수정 못지않게 설득력이 있다. 현 정권으로서도 원안 유지를 하는 게 더 실익이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벌집’을 건드린 까닭은? 만약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 관철을 고수한다면 수도권 민심을 잃을 것이고, 원안 수정을 외치면 충청의 반발을 부르는 진퇴양난의 형국에 빠지는 교묘한 덫을 이 대통령이 놓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논란 과정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그는 수도의 경쟁력을 중시하는 수도권의 중도실용층 표밭을 놓치거나, 영남과 수도권을 잇는 교두보의 역할을 할 충청을 통째로 잃게 될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이는 그의 대선 전략에도 치명타가 된다. 반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일단 세종시 수정안을 띄워본 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원안을 밀고 나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차기를 준비해야만 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세종시 논란 과정에서 수도권-충청 어느 한쪽에는 척을 지게 되고, 이것이 대권 싸움에서 막대한 전력 약화를 가져오게 되는 게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강경 드라이브 정국 이면에는 차기 대선 구도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대선은 수도권에서 여야의 백중세가 나타났고, 충청이 일종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구도였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DJP 연합으로 당선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뒤 ‘충청’의 지지로 재미를 좀 봤다고 말한 바 있음). 하지만 17대 대선에서는 서울시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 당선에 큰 도움이 되었다(서울에서 이명박 후보 53.2%, 정동영 후보 24.5%). 이런 결과는 그 뒤 18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서울 48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40석, 민주당 7석, 창조한국당 1석이었고, 경기 51석 가운데 한나라당은 33석(친박연대 1석)인 반면 민주당은 1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 대통령의 이런 선거에서의 자신감이 현재의 세종시 문제 해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지난 대선, 총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인 출신지 중심의 지역주의 대결에서 탈피해 수도권 신지역주의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현 여권은 세종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을 호남과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소지역주의로 가둬두고, 자신들은 영남의 전통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수도권의 확실한 지지세력을 확보하면 차기 대선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거기에다 세종시를 자급자족이 가능한 명품도시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환상을 계속 심어줄 경우 충청권의 일부 지지도 가능하다는 게 여권의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원안 수정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백년대계에 대한 진정성의 표출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죽이기’와 ‘차기 대선 구도 세팅’이라는 검은 전략도 숨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지지율 고공행진에 ‘대취’한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골치 아픈 현안들을 모두 처리할 욕심으로 세종시 문제 해결에 덤빌 경우, 이 사안의 폭발성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게 여권 내부의 우려다.
박근혜 대권 승부수 띄웠다
“원안 플러스 알파”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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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친이-친박’ 간의 해묵은 대결이 또 다시 재연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가지고 박 전 대표 죽이기에 ‘다시’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동안 침묵해오던 박 전 대표도 정면 대응으로 방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안 가운데 하나인 세종시 문제를 건드린 것 자체가 향후 대권을 위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친박그룹 사이에서는 세종시 문제가 박 전 대표에게 별로 해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도 개진하고 있다. 친박 계열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그 수를 읽고 있다. 그래서 더욱 ‘원칙 관철’이라는 정면대응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박 전 대표가 향후 세종시 문제의 정당성을 두고 수도권 민심을 설득할 수 있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 이 대통령의 원안 파기에는 정치적 명분이 없다. 결국 수도권 민심이 박 전 대표의 ‘원칙론 고수’ 쪽 손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해서 나온 게 강경대응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아무리 맷집이 강한 박 전 대표라고 해도 효율성 측면에서 원안 수정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마땅한 ‘퇴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전 대표 측 일각에서는 제3의 묘수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10월 재보선 선거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의 원안 수정이 탄력을 받을 경우, 원안 관철을 강조해온 박 전 대표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때 박 전 대표가 계속 원칙을 강조하는 대신, 친박 의원들에게는 자유투표의 방식으로 사실상 찬성표 행사를 유도해 진퇴양난에서 빠져나가도록 하자는 전략이 그것이다. 평소 박 전 대표는 “내가 의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도 의지도 없다”라고 말해왔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에 대해 내심 수정을 바라고 있는 친박 의원들에게 길을 터주는 방식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일종의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에게 ‘원칙’은 생명과 같다. 그런 꼼수로 정치적 곤경에서 빠져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친박 중진인 김무성 의원이 세종시 건설 원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나선 이상 박 전 대표가 친박그룹의 통일된 의견을 유도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세종시 해법의 어려움이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