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은 거미를 만지고 뱀을 목에 두르면서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 ||
경기도 남양주시 두물머리 인근에 자리한 아라크노피아는 국내 최고의 거미생태 연구학자인 김주필 박사(63)의 일생의 노고가 묻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김 박사가 38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채집한 5000여 종 13만 마리의 거미 표본을 소장한 거미박물관이 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깡충거미’에서부터 어른 주먹만 한 타란튤라까지 세상의 거미란 거미는 이곳에 다 있다. 한마디로 거미들의 세상인 셈이다.
거미박물관은 일반 박물관처럼 딱딱한 곳이 아니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면서 그 대상과 더욱 가까워지는 생태체험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본관과 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관은 사육실과 화석실로, 별관은 현미경실로 활용하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육중한 체구의 한 장년 남성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그가 바로 김주필 박사다. 동국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인 그는 강의가 없는 날이면 항상 이곳에서 관람객들을 위한 해설사로 나선다. 수십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솜씨다보니 보기만 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을 내용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김 박사는 일방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게 아니라 관람객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질문을 주고받는 관람객과 김 박사 사이에는 벽이 없다.
화석과 거미들의 종류, 습성 등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거미를 직접 만져보는 시간이다. 골프공만 한 크기의 왕거미를 상자에서 꺼내는 순간 박물관은 일대 소란에 빠진다. 그러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손가락으로 찌르지만 않으면 물릴 염려가 없다”는 김 박사의 말에 아이들이 하나둘씩 나선다. 그러나 부모들은 여전히 멀찍이서 바라만 볼 뿐이다.
거미를 만져본 아이들은 겉보기와 달리 거미가 예상외로 온순하고 부드러워 놀랐다는 반응이다. 그새 정이 들었을까. 심지어 키우고 싶다고 떼를 써 부모를 기겁하게 만드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 한편 사육실에서는 구렁이도 함께 키우고 있는데 이 구렁이도 직접 만져보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별관에서는 거미의 각 부분들을 고배율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늑대거미’의 알집, ‘흰눈썹깡충거미’의 첫째 다리, ‘갈거미’의 턱 등 현미경을 통해 바라 본 거미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아라크노피아에는 거미박물관 외에 야생화정원과 조각공원, 장승공원 등이 2만여 평 부지 위에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수십 종의 꽃들이 철을 달리하며 얼굴을 바꾸는 야생화정원, 20여 개의 조각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 재미있는 장승들이 우두커니 서 있는 장승공원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감이 있다.
난생 처음 거미도 만져보고 가족과 함께 산책도 할 수 있는 아라크노피아. 한나절 주말 나들이 장소로는 안성맞춤이다.
★가는 길: ▶자가용: 청량리→구리→금곡→마석→샛터삼거리→서울종합영화촬영소→진중 1리→예봉산과 운길산 계곡→조곡부락→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
▶대중교통: 서울 경동시장에서 2228번, 청량리역에서 8번, 800번 버스 타고 진중삼거리에서 하차 후 아라크노피아에 연락하면 셔틀버스가 마중 나온다.
★문의: 아라크노피아(http://www.arachnopia.com) 031-576-790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